대미투자 1호 이르면 이번주 공개…택사스발전·원전 8기·알래스카LNG '촉각'

WSJ, 합의 타결 이번 주 발표 보도…정부, 국회 세부사항 보고
엔시날 발전소 1호 '유력'…원전·알래스카 LNG 후속 사업 거론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주 알링턴의 국립 명예훈장 박물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09.10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한국의 2000억 달러 규모 대(對)미 전략투자의 첫 사업이 이르면 이번 주 공개될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이 원전과 천연가스 발전 등을 포함한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에 근접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산업통상부가 이번 주 국회 상임위원회에 관련 세부 내용을 비공개 보고하기로 하면서 대미 투자 사업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대미 투자 1호 사업은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유력하다. 여기에 미국 내 신규 대형 원전 건설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등이 후속 투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이번 발표를 통해 전체 대미 투자 사업의 윤곽이 얼마나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엔시날 LNG 발전소,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사실상 낙점

13일 정치권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거론되는 엔시날 발전소는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총 6.3기가와트(GW) 규모의 LNG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미국 내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현지 전력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으로, 한국의 대미 전략투자 취지에도 비교적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업비는 당초 168억 달러 수준으로 계획됐지만 구체적인 협상 과정에서 198억 달러로 증가했고, 이후 미국 측이 용수·인프라 등을 이유로 추가 증액을 요구하면서 최종 규모가 223억 달러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 증액은 당초 8월 말로 예상했던 대미 투자 1호 사업 발표가 늦어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정부가 대미 전략투자의 핵심 기준으로 '상업적 합리성'을 제시한 만큼 미국 측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양측은 협상 과정에서 사업 규모와 비용 등을 조정하며 최종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지난 10일 비공개 당정 협의를 통해 엔시날 프로젝트를 포함한 대미 투자 사업 선정 및 협상 결과를 국회 여당 의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는 17일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관련 세부 내용을 비공개 보고할 예정이어서 국내 절차도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의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로이터=뉴스1
후속 사업은 원전 8기…알래스카 LNG도 가닥 잡나

엔시날 발전소와 함께 대미 투자 후속 사업으로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미국 내 신규 대형 원전 건설이다.

WSJ는 한국과 미국이 최대 8기의 대형 원전을 미국 연방정부 소유 부지에 건설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초기 원전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노형이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부 원전에 한국형 원전인 APR1400 설계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8기 가운데 2기를 APR1400으로 건설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 구조도 변수다. 그동안 한미 양국이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지분 인수나 공동 출자 여부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전 사업 자체가 후속 투자 원칙에 포함되더라도 실제 투자 규모와 노형, 사업 주체,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 방식 등은 추가 협상이 필요할 전망이다.

알래스카 LNG 역시 미국 측이 지속적으로 한국의 참여를 요구해 온 사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한국과 일본의 알래스카 LNG 참여를 반복적으로 언급해 왔으며, 지난 2일에도 한국과 일본 등이 알래스카에서 연료와 석유를 운송하고 송유관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알래스카 LNG 참여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사업성 검토'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약 1300㎞의 장거리 가스관과 연간 최대 2000만 톤 규모의 LNG 액화·수출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형 사업인 만큼 투자비와 LNG 도입 가격, 장기 수요처 확보 여부 등이 사업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대미 투자 발표에서 알래스카 LNG가 실제 투자 대상에 포함될지, 아니면 향후 검토할 후보 사업으로만 언급될지가 관심사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7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 개소식에 참석하고, ‘쿠팡 사태’ 등 한미 통상 현안과 대미 투자 프로젝트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2026.7.22 ⓒ 뉴스1 박지혜 기자
'상업적 합리성' 국민수용성 시험대…국회 보고 후 최종 확정

이번 대미 투자 사업의 관건은 결국 사업의 경제성과 투자 위험을 한국이 얼마나 부담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특히 엔시날 사업은 최초 사업비보다 투자 규모가 30% 이상 늘어난 만큼 향후 수익성과 위험 배분 구조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원전 역시 최대 8기라는 대규모 사업 규모에 비해 실제 투자 주체와 자금 조달 방식, 수익 회수 구조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돼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대미 전략투자와 관련해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해 투자한다는 원칙을 강조해 왔다. 실제 투입되는 자금이 국민 자산과 연계되는 만큼 사업별 수익성과 위험 부담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대미 투자 사업 전반의 투자 위험을 낮추기 위해 미국 측으로부터 '리스크 풀링(risk pooling)' 구조를 보장받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서 개별 사업의 수익과 손실을 각각 관리하기보다 여러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손실을 통합해 관리하는 기존 원칙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한미 양국이 체결한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의 기본 틀에 담긴 내용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투자금은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우산형 투자 특수목적법인(I-SPV)을 거쳐 개별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각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은 다시 I-SPV로 모여 통합 관리되는 구조가 예상된다.

이 경우 특정 사업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투자금 회수 부족분을 일부 보완할 수 있다. 사업별로 손익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식보다 개별 프로젝트의 부진이 전체 투자금의 회수 위험으로 확대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측의 '투자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향후 이 같은 대미 투자를 결정짓기 위한 국내 절차는 한미전략투자공사에서 운영위원회를 열어 사업을 선정하고, 추진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보고를 거쳐 개별 사업별 투자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자금을 집행하는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산업부가 이번 주 국회에 대미 투자 세부 내용을 보고할 예정인 만큼, 이르면 이번 주 또는 다음 주 초 양국 정부의 공식 발표가 이뤄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엔시날 발전소를 첫 사업으로 확정하는 동시에 원전과 알래스카 LNG 등 후속 사업의 추진 원칙까지 제시할 경우, 지난해 한미 무역 합의 이후 장기간 지연됐던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본격적인 집행 단계에 들어서게 될 전망이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