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반도체 쏠림 심각…'9천→5천피' 하락 69%는 삼전·하이닉스 몫

8000→9000선 상승 때 두 종목 기여율 99%…9100→5500선 하락 때도 69.3%
레버리지 포지션 상당 부분 청산됐지만…"반도체 쏠림 등 변동성 재확대 우려"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0일'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에서 답변하고 있다.(한국은행 제공)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올해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한 뒤 5000선까지 급락하는 과정에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확대와 소수 반도체 기업에 대한 쏠림이 증시 변동성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최근 레버리지 포지션이 상당 부분 청산됐지만 반도체 쏠림 등 변동성 확대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시장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은 코스피 상승·하락 과정에서 지수 움직임을 크게 좌우했다. 코스피가 8000선에서 9000선으로 오를 때 두 종목의 지수 기여율은 99.0%까지 치솟았고, 이후 9100선에서 5500선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도 하락분의 69.3%를 차지했다. 한은은 반도체 업황 기대 변화와 레버리지 투자,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등이 겹치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두 종목이 코스피 상승 대부분 견인…하락 때도 69% 차지

한은이 10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주가 변동성은 과거 위기 시기나 주요국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글로벌 인공지능(AI)·반도체 호황 기대 등으로 주가 상승이 소수 반도체 기업에 집중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망 변화에 대한 주가 민감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상승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수 기여율은 지수가 오를수록 크게 높아졌다.

코스피가 5000선에서 6000선으로 상승할 때 두 종목의 기여율은 50.8%였지만 6000→7000선에서는 73.2%, 7000→8000선에서는 94.6%, 8000→9000선에서는 99.0%까지 치솟았다.

이후 코스피가 9100선에서 5500선으로 하락하는 과정에서도 두 종목의 기여율은 69.3%에 달했다. 상승장 후반부 코스피 오름폭 대부분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끌었고, 조정 국면에서도 하락분의 약 70%를 두 종목이 차지한 셈이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업황 기대 변화가 크게 영향을 줬다"며 "변동성을 조금 더 확대시키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최창호 한은 통화정책국장도 "글로벌 AI 반도체 호황 기대 등으로 주가 상승이 소수 반도체 기업에 집중되면서 반도체 업황 전망 변화에 대한 주가 민감도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도·레버리지 투자까지 겹쳐…"ETF 규모 줄었지만 안심 못 해"

반도체 쏠림에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와 국내외 레버리지 투자 확대까지 겹치면서 증시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

국내 주가가 주요국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자 외국인이 차익실현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위해 대규모 기술적 매도에 나섰고, 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 수급 여건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개인의 차입을 통한 주식투자도 역대 최고 수준까지 확대됐다가 청산되면서 주가의 상·하방 움직임을 증폭시켰다.

추세적인 주가 상승 기대를 바탕으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급증한 점도 수급 측면에서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도 국내 주식 대상 레버리지 투자가 늘면서 헤지 목적의 국내 현·선물 거래가 증가하는 등 예상치 못한 파급 효과가 나타났다.

최 국장은 "국내 주가가 큰 폭 상승함에 따라 외국인의 차익실현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한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진 데다, 국내외 레버리지 포지션의 누적 등도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되면서 레버리지 포지션이 상당 부분 청산되고 변동성도 다소 완화됐다. 다만 한은은 반도체 섹터 쏠림 등 변동성 확대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최 국장은 "최근 국내 주가는 변동성이 다소 완화됐으나 반도체 섹터 쏠림 등으로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고 했다.

한은은 단기적으로 레버리지 ETF와 차입을 통한 주식투자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특정 섹터와 기업에 의한 시장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투자자 기반을 확충하는 등 자본시장 체질을 개선해 대내외 충격에 대한 시장 복원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부총재보는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이미 정부에서 상당한 대책을 내놨고, 지금 특히 레버리지 ETF의 경우에는 상당 부분 규모도 줄었다"면서도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모니터링해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한은은 국내 반도체 기업과 연계된 금융상품이 해외에서 빠르게 확대되면서 예상치 못한 경로로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관련 모니터링 체계를 정비·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