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AI 투자, 올해 정점 찍고 둔화…금융여건 악화 땐 급격한 위축 우려"
아마존·MS·구글 등 5개사 설비투자 급증에도 내년부터 증가율 둔화 전망
"회사채·SPV 의존 커진 빅테크發 리스크, 韓 반도체 경기 흔들 수도"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가 상당 기간 증가세를 이어가겠지만 증가 속도는 올해를 정점으로 점차 둔화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특히 빅테크의 외부자금 의존도 확대와 수익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여건까지 악화될 경우 AI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AI 투자가 국내 반도체 경기 호조를 이끄는 핵심 동력인 만큼 향후 투자 흐름이 우리 경제의 주요 불확실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AI 투자는 AI 활용도 확대와 연산(컴퓨팅) 수요 급증, 기업·국가간 주도권 경쟁 등에 힘입어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성능 모델 개발을 위한 학습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AI 활용 확대와 모델 고도화로 추론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주요 빅테크들은 선제적 고객 확보가 중장기 매출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과 유럽연합(EU)도 경제·안보 차원에서 AI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오라클 등 미국 주요 빅테크 5개사의 분기별 설비투자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최근 -2%에서 91%까지 큰 폭으로 등락했지만, 투자 규모 자체는 사상 최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전망기관들도 글로벌 AI 투자 확대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미 투자 규모가 높은 수준에 이른 만큼 증가 속도는 올해를 정점으로 점차 완만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가트너는 지난 5월 전망에서 글로벌 AI 인프라(서버·반도체) 지출 증가율이 올해 61%에서 2027년 39%, 2028년 19%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에스앤피(S&P)글로벌 역시 같은 시기 64%, 40%, 21%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지난 8월 전망에서 미국·중국 주요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증가율이 각각 올해 79%, 95%에서 2028년 16%, 13%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AI 투자를 제약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수익성 검증 강화와 외부자금 의존도 확대를 꼽았다. 주요 AI 모델 기업들의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안정적인 이익 창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투자 효율성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경우 기업들의 추가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픈소스·저가형 모델 확산에 따른 서비스 가격 하방압력, 전력 확보 지연이나 데이터센터 활용 저조에 따른 수익성 부담도 함께 거론됐다.
특히 투자자금을 내부 재원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워진 빅테크들이 외부자금 의존도를 키우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고 잠재적 취약성이 누적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빅테크들의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상승하는 등 신용위험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도 높아지고 있다.
판매자가 자금여력이 부족한 업체에 자사 상품 구매를 위해 신용이나 자금을 지원하는 '판매자 금융'(벤더 파이낸싱) 방식이 확산되면서 기업간 재무위험이 전이되고 과잉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빅테크가 사모신용펀드 등과 합작해 설립하는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한 자금조달 방식은 부채와 위험이 대차대조표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금융여건이 악화하면 잠재된 부실 위험이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창호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주요 AI 기업의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데다, 빅테크들의 외부자금 의존도도 높아짐에 따라 향후 금융여건이 악화되고 수익 창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AI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리스크 요인들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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