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성장 22% 기염에도 실질임금 '후퇴'…한은 "물가·집값 유의"

'1990년 초반 이후 최대' 명목GDP 성장에도 2분기 실질임금 0.8% 감소
호황 일부 계층에 그치면 소비회복 제약…부채비율 낮아져도 관리 필요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2026.8.24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상반기 명목 경제성장률이 22%에 달했지만, 2분기 직장인 실질임금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먼저 누린 호황이 가계로 확산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향후 소득 증대가 물가와 집값을 자극하고 부문 간 격차를 키울 가능성을 경계했다.

한은은 10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의 '명목 성장률 급등의 금융·경제 영향 점검 및 시사점'에서 반도체 수출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이 기업 수익과 세수를 늘리고, 가계 소득에도 점차 파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금융불균형 위험 확대, 가계·기업 부문 간 차별화 심화 가능성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교역조건, 성장 15%p 기여…임금 상승률 3.4→2.1% 주춤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1.9%로 나타났으며, 이 중 교역조건 개선 기여도가 15%포인트(p)에 달했다. 실질 성장과 내수 가격 상승의 기여도는 각각 3.8%p, 3.1%p를 기록했다.

명목 GDP는 생산량뿐 아니라 가격 변화까지 반영한 나라 경제의 전체 규모를 보여준다.

명목 GDP 성장률이 20%를 웃돈 것은 1990년대 초반 이후 처음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전년 대비 3~5배로 급등하고 다른 IT·화학제품 등 수출품 가격도 오른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 수익성 개선은 투자·세수 확대로 이어졌다. 6·7월 설비투자 증가율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20%를 웃돌았고 상반기 국세수입은 223조 원으로 17.4% 늘었다.

반면 명목임금 상승률은 1분기 3.4%에서 2분기 2.1%로 둔화했으며,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1분기 1.3% 증가에서 2분기 0.8% 감소로 돌아섰다. 건설·석유화학 부진으로 정액급여 오름세가 낮은 가운데 중동 전쟁 여파로 운수업 등의 특별급여 상승세가 축소됐다.

다만 한은은 "내년 이후 주요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이 전체 임금 상승률을 3%p 정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주요 반도체 기업 영업이익 전망치의 10%를 성과급으로 가정한 시산이다.

경기 확장 땐 물가 파급 2~3배…반도체 성과급, 수도권 집값 자극

향후 한국 경제의 관건은 반도체 호황의 확산 범위다. 한은은 "임금 등 소득 여건 개선이 수출·대기업에 국한될 경우 여타 부문의 소비 회복이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설·석유화학 산업의 회복이 더디고 중소기업의 생산·고용도 대기업보다 부진해 차별화가 여전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면 내수 회복을 돕지만, 수요 측 물가 압력도 높이게 된다. 한은 분석에서 실제 생산이 잠재 수준을 웃도는 플러스(+) GDP갭 시기에는 수요 확대의 근원물가 영향이 마이너스(-) 갭 시기보다 2~3배 컸고, 지속 기간도 3~4분기 길었다.

소득이 주택시장으로 향할 가능성도 한은은 경계했다. 입주 물량 부족과 전월세 매물 감소 가운데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성과급이 핵심 수혜 지역과 인근의 주택 수요를 늘려 수도권 집값에 추가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명목GDP가 커지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낮아진다. 한은은 올해 명목성장률이 15~20%면 가계부채 비율이 성장 제약 임계구간인 80~85%의 하단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는 조건부 전망이며, 주요 선진국보다 여전히 높아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IT 등 주력 제조업에 소득 및 업황 개선이 집중되면서 기업·가계 부문 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효과적인 정책 조합을 주문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