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불투명' 알래스카 LNG까지 번진 대미 투자…美, 韓 참여 압박
트럼프, 한·일 콕집어 사업 참여 압박…'사업성'은 여전히 과제
후속 투자 원전·알래스카 LNG 거론…첫 투자금 이달 말 송금도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미국이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하나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인프라 개발 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지속해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알래스카 LNG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데다 북극 안보 전략과도 맞물려 있어 향후 투자 협상 과정에서 관련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직접 거론하며 알래스카에서 연료와 원유를 운반하고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둘러싼 미국의 투자 압박은 사실상 가시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달 중 첫 프로젝트 선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후속 투자처도 계속 발굴해야 하는 만큼, 사업성과 투자 조건을 둘러싼 알래스카 LNG 참여 여부도 향후 한미 간 주요 협의 사안으로 남을 전망이다.
10일 국회와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부가 최근 한미 전략투자 후속 협상을 국회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 사업으로 취임 첫날 행정명령으로 알래스카의 자원 개발을 촉진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 참여를 직접 거론해 왔다.
지난해에는 3월 상·하원 합동 회의 연설,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고, 올해에는 1월과 9월에 언론과의 문답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지난 2일에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한국 등 많은 나라들이 알래스카에 와서 연료와 석유를 싣고, 송유관을 건설하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는 배경에는 자원 확보와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북극 안보 전략상, 이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도 작용하고 있다.
북극은 해빙에 따른 항로 확보로 미국의 주요 전략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미국 국방부의 '북극 전략'에서는 에너지 인프라를 포함한 북극권 인프라 확충이 미군의 작전 지속성에 필수적이라고 명시했다.
다만 한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알래스카 LNG 참여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사업성·안정성·투자 조건을 검토한 뒤 판단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노스슬로프의 프루도베이와 포인트톰슨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처리·집하시켜, 약 1300㎞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중부 알래스카케나이반도 니키스키까지 운 운송하는 대규모 LNG 수출 인프라 사업이다. 니키스키에는 연간 최대 2000만 톤 규모의 액화 설비와 해상 수출터미널이 계획돼 있다.
수출터미널이 태평양 연안에 들어서는 만큼, 생산 LNG의 주요 목표시장은 한국·일본·대만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 LNG 수입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는 LNG 수입선 다변화와 대미 에너지 협력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장거리 파이프라인·액화 설비 건설비와 LNG 도입 가격, 투자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해 상업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실제 알래스카 대형 가스관 구축 구상은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나왔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수요처 확보의 어려움으로 본격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0년대 알래스카 LNG 추진 과정에서도 국제 LNG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사업 경쟁력 우려가 겹치면서 엑손모빌·BP·코노코필립스가 2016년 사업의 다음 단계 투자에서 이탈했고, 이후 알래스카 주정부 산하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AGDC)가 사업 주도권을 넘겨받았다.
지난해 3월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도 한국의 알래스카 LNG 참여를 독려하면서, 한국의 가스 구매 의향이 먼저 확인돼야 투자·협력·통상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취지로 LNG 도입을 강조했다. 대규모 장기 구매처가 확보돼야 프로젝트의 매출 기반이 형성되고, 그에 따라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민간 투자 유치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국가의 기업들이 구매의향서(LOI)나 주요조건합의서(HOA) 등 예비적 장기 오프테이크 합의를 맺은 것으로 발표됐지만, 이는 통상 구속력 있는 최종 LNG 매매계약(SPA)으로 전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상업성을 확정적으로 뒷받침할 수요 기반이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알래스카 LNG 사업의 수익성과 사업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당장의 대미 투자 후보로는 수익구조가 상대적으로 명확한 현지 발전 인프라 사업이 우선 거론된다.
가스복합발전과 원전 등 발전 인프라는 수요처가 불확실한 신규 LNG 수출 사업과 달리 데이터센터와 산업단지 등 미국 내에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기반으로 전력 판매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는 약 223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18일 엔시날 사업 등이 담긴 대미 투자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달 29~30일쯤 첫 투자금을 미국에 송금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올해 투자금으로는 약 22억 달러 규모가 거론된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 간 합의한 조인트팩트시트(JFS)에 따라 한국은 대미 투자 규모 2000억 달러를 10년에 걸쳐 집행하되, 연간 투자액은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집행하기로 한 만큼 올해는 초기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우선 투입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투자 집행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후속 투자 사업으로는 원전 분야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부는 미국 내에 최대 8기의 대형 원전을 건설하는 약 1200억 달러(약 161조 원) 규모의 사업을 대미 투자 후보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전 사업과 관련해서는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도 한미 간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 구조를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 내 원전 건설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달 중 대미 투자 프로젝트 선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한 정식 보고 절차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시작으로 후속 대미 투자 사업의 윤곽도 조만간 구체화할 전망이다.
다만 청와대는 9일 언론 공지를 통해 "투자 후보군과 관련해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투자처와 발표 시점, 규모 등에 관해서는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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