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피치 "반도체 호황 꺾이면 재정적자 재확대…재정확장·부채증가 우려"

피치 "재정적자 개선 전망은 이례적 세수 여건 덕분"
무디스 "지출, 목표 초과 시 또 한 차례 다년간 재정 확장과 부채 증가로"

FILE PHOTO: Signage is seen outside the Moody's Corporation headquarters in Manhattan, New York, U.S., November 12, 2021. REUTERS/Andrew Kelly/File Photo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과 재정 상황에 대해 "현재의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급증 효과가 사라지고 세입 증가율이 정상화하면 재정적자가 다시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현재 전망되는 재정적자 개선은 재정 역량의 영구적인 강화라기보다 이례적으로 강한 경기순환적 세수 여건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디스(Moody's)는 "반도체 관련 세수의 경기순환적 성격을 감안하면, 지출이 목표를 초과할 경우 또 한 차례의 다년간 재정 확장과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9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무디스와 피치는 최근 정부와 내년도 예산안,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한 면담을 진행한 후 이같은 평가를 내놨다.

피치와 무디스는 정부의 2027년 예산안을 두고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로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세수 증가가 AI·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집중된 만큼 재정 개선이 일시적일 수 있고, 지출 관리에 실패할 경우 재정 확장과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피치 "개선된 재정 전망, 반도체 관련 수익 호조 지속성에 의존"

먼저 피치는 한국의 2027년 예산안에 대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강한 재정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힘입은 반도체 기업들의 높은 수익성이 세수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지출 증가세를 웃돌고, 이에 따라 재정적자가 축소되고 국가채무 흐름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강화된 세입 전망이 재정성과의 상당한 개선을 뒷받침한다"고 부연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올해 3.9%에서 내년 0.1%로 축소되고,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1.9%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채무에 대해서도 "개선된 재정 전망을 감안하면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경로도 현재 피치의 전망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올해 본예산보다 12.8% 늘어난 820조 9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국세수입은 올해 본예산 390조 2000억 원에서 내년 584조 4000억 원으로 49.8%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국가채무는 1519조 8000억 원, GDP 대비 48.3%로 전망했다. 이는 피치의 기존 전망치인 1542조 5000억 원, GDP 대비 51.7%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피치는 "개선된 재정 전망은 현재의 AI 및 반도체 관련 수익 호조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세수 증가가 비교적 소수의 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기업 이익 증가세가 둔화할 경우 재정지표 개선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위험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심적인 신용 문제는 일시적인 세입 증가분을 효과적인 투자를 통해 더 강한 중기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피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도 일시적인 세수 증가를 중기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봤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입을 단순 지출에 소진하기보다 생산성 향상과 성장 잠재력 제고로 이어지는 투자에 활용할 경우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실제 효과는 기금 투자사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향후 성장률 제고로 연결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 "지출, 목표 초과 시 또 한 차례 다년간 재정 확장과 부채 증가로"

무디스 역시 내년도 예산안이 재정수지 개선과 미래 성장 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지출 확대 이후 재정 관리가 중요하다고 봤다.

무디스는 "이번 예산안은 재정 건전성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 사이에서 균형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생산성과 성장 측면의 성과가 실제로 나타나 구조적 지출 및 부채 증가 위험을 상쇄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162조 3000억 원 규모로 신설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도 내놨다.

무디스는 기금 가운데 12조 5000억 원을 신규 국채 발행 축소에 배정한 데 대해 "국채 발행 축소에 대한 배정은 기금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지만, 예상 밖 세수 증가분의 일부가 전액 지출되지 않고 레버리지 억제에 사용된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신용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무디스는 2027년 지출이 크게 늘어난 이후 정부가 계획대로 지출 증가율을 낮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봤다.

무디스는 "반도체 관련 세수의 경기순환적 성격을 감안하면, 지출이 목표를 초과할 경우 또 한 차례의 다년간 재정 확장과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종적인 신용도 영향은 정부가 목표로 한 투자가 구조적 지출 증가를 상쇄할 만큼 충분한 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피치와 무디스는 올해 들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했다. 피치는 지난 1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한국은 2012년 9월 'AA-'로 상향된 이후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무디스도 지난 2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Aa2'는 무디스 기준 세 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한국은 2015년 12월 해당 등급으로 상향된 이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와 무디스는 이례적으로 우리나라 내년 예산안의 재정건전성 제고 및 미래성장 투자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정부는 앞으로 주요 신용평가사 및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우리 재정정책과 중장기 성장전략을 적극 설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