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통폐합해도 12만명 고용·정원 100% 보장…"비용절감, 주된 목표 아냐"

일반직·무기계약직 등 정규직 대상…계약직 별도 검토·임원은 제외
공공기관 109곳 정비…신규채용 유지·통폐합 대상 80% 법 개정 필요

정부세종청사 및 주변 아파트 단지 전경. 2026.9.3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심서현 기자 = 정부가 발전 5사와 항만공사 4곳 등 공공기관 109곳을 통폐합하면서도 일반직과 무기계약직 등 정규직 약 12만 명의 고용과 정원을 100% 보장한다.

임원은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고 계약직은 별도로 검토한다.

아울러 신규 채용도 줄어들지 않도록 하고 인공지능(AI)·신기술 분야의 인력은 적극적으로 확충할 방침이다.

이번 기능개혁은 비용 절감이나 부채 감축보다 AI 대전환과 복합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관별로 흩어진 기능을 융합·재편하는 데 목적을 뒀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4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략적 구조개혁 15개 △유사·중복 기능 일원화 11개 △자회사·소규모 기관 통합 83개 등 공공기관 109곳을 통폐합한다.

발전 5사와 항만공사 4곳을 각각 하나로 합치고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를 통합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으로 분리하고 박물관·과학관과 축산 관련 기관 등도 유사·중복 기능을 중심으로 운영조직을 합친다.

정비 대상에는 공공기관 지정 요건을 갖추고도 지정을 유보한 기관 183곳도 포함됐다.

정부는 전체 관리 대상 524곳 가운데 109곳을 줄여 415곳으로 정비하고 소규모 기관과 단순 업무 위탁 자회사 등의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할 계획이다.

정규직 12만명 인력 유지…보수 격차는 직무분석 후 조정

재경부는 공공기관을 대대적으로 통폐합하면서도 임원을 제외한 일반 직원의 고용과 정원을 보장한다.

대상은 일반직과 무기계약직 등 정규직 약 12만 명이다. 사업비로 인건비를 지급하고 인원이 수시로 변동하는 계약직은 별도로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기관장 등 임원은 고용과 정원 보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통폐합으로 중복되는 임원 자리가 줄어들면서 임원 인건비는 절감될 수 있다.

통합되는 기관 사이의 보수 격차는 직무분석을 거쳐 조정한다. 정부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관별 평균임금과 직렬별 임금 등을 비교하고 총인건비 인상률을 차등 적용해 격차를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

신규 채용도 통폐합 이전 수준을 유지한다는 목표다.

AI·신기술 분야는 필요한 인력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발전사 등이 통합돼 본사가 한 곳에 설치되더라도 지역인재는 본부별로 채용해 기존 지역의 채용 기회가 줄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으로 분리되는 LH 직원은 세부 로드맵을 마련한 뒤 노조·직원과 협의해 배치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기능개혁이라고 하면 자구노력과 인력 감축을 떠올리지만 이번에는 인력을 100% 보장한다"며 "공공기관이 방만하거나 부채가 많아 이를 혁파하기 위한 개혁이었다면 인원을 줄이고 보수도 문제 삼았겠지만 이번 개혁은 접근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전경.(나주시 제공) ⓒ 뉴스1 박영래 기자
"비용·부채 감축 주된 목표 아냐"…협업·융합으로 성과평가

정부는 이번 기능개혁을 방만 경영과 부채 감축에 방점을 찍었던 기존의 구조조정형 개혁과 구분했다.

과거에는 기관별 기능을 세분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식이 성과를 냈지만 AI 대전환과 복합위기 상시화에 대응하려면 기존 조직의 경계를 허물고 분산된 기능을 연결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기존 개혁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했다"며 "과거에는 기능 세분화와 전문성 강화가 큰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기관 간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융합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혁신은 지시나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선제적인 통폐합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용 절감이 이번 개혁의 주된 목표는 아니지만 목표 자체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다.

재경부는 정원이 40명 미만인 소규모 기관의 경우 기관장과 기획조정 업무, 비서·운전 인력 등이 중복되는 경우가 있어 통합 과정에서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경부 관계자는 "비용 절감 목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개혁의 큰 목표는 아니다"라며 "소규모 기관 통폐합에 따라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효과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정부는 통폐합에 따른 비용과 절감 효과를 아직 산출하지 않았다.

미지정 기관 183곳은 인건비와 복리후생 등의 공시 의무가 없어 정부도 구체적인 경영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재경부는 전날 통폐합 대상을 발표한 뒤 주무부처를 통해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등 비용 산출 작업에 착수했다.

부채 감축도 별도로 추진한다. 발전사와 에너지 공기업 등의 통합을 통해 부채가 자동으로 줄어들지 않는 만큼 새로 출범한 조직을 기준으로 재무관리계획을 다시 점검할 방침이다.

재경부는 기관 수가 줄어드는 것만으로 개혁의 성과를 판단하지 않고 기관 간 협업과 기능 융합 등을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할 방침이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대상 80% 법 개정 필요…노조와 투트랙 협의

통폐합 대상의 약 80%는 법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별도의 설립법이 없는 발전 5사는 형식상 법 개정 없이 통합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추진 일정은 국회와 협의를 거쳐 마련한다.

통폐합에 따른 건물 매각이나 즉각적인 근무지 이전은 이번 방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역에 소재한 기관은 당분간 본부 체제를 유지하고 통폐합을 먼저 확정한 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과정에서 본사와 본부 위치를 별도로 검토한다.

발전사 등의 통합으로 본사가 한 지역에 설치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지방세수 문제는 통합 기관의 조직과 본사 위치가 구체화된 뒤 세제 당국과 논의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노동계와도 투트랙으로 협의한다.

재경부와 고용노동부는 한국노총·민주노총과 공공부문 산별노조 등이 참여하는 공공기관 공동대책위원회와 지금까지 다섯 차례 노정협의를 진행했다.각 주무부처는 개별 기관과 노조를 상대로 통폐합 로드맵과 근로조건 변경 등을 협의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통폐합 과정에서 주무부처가 노조와 교섭하고 그 과정에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