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 2.6→3.3% …낙관 시나리오선 '내년 3.7%'(종합)
반도체 호황·투자 가속화가 견인…경상수지 4500억 달러 사상 최대
낙관 땐 올해 3.6%·내년 3.7%…비관 땐 3.1%·2.2%까지
- 이강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지난 5월 전망치인 2.6%보다 0.7%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예상을 크게 웃돈 반도체 경기 호황과 3대 메가프로젝트 등 투자 진행 가속화가 성장을 끌어올릴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사상 최대인 4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가 예상보다 강하게 확대되고 중동 상황이 조기에 진정되는 시나리오에서 성장률이 올해 3.6%, 내년 3.7%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AI 투자 조정과 중동 사태 장기화가 겹치면 성장률은 올해 3.1%, 내년 2.2%까지 낮아질 수 있다.
한은은 27일 발표한 '8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도 기존 2.1%에서 2.9%로 0.8%p 높였다.
한은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되며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제했다. 중동에서는 원유 우회 수송과 비중동 지역의 공급이 이어지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도 일부 재개되면서 공급망 차질이 완화될 것으로 봤다. 국제유가는 올해 배럴당 86달러, 내년 74달러로 가정했다.
성장률 전망 상향에는 실적치 수정이 0.2%p, 반도체 경기 호조가 0.35%p, 3대 메가프로젝트 등 투자 진행 가속화와 예상보다 작았던 중동 상황의 영향이 각각 0.1%p씩 기여했다. 지출 부문별로는 순수출이 0.45%p, 설비투자가 0.2%p의 상향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동렬 한은 조사국장은 "5월 전망과 차이가 난 요인 중 반도체 경기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부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물량과 가격 측면이 모두 있지만 가격 측면의 차이가 훨씬 더 컸다"고 말했다.
올해 2분기 국내 경제는 중동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이 정부 정책 등으로 상당 부분 완충된 가운데 수출 호조와 소비 개선세가 이어지면서 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했다.
하반기에도 정보기술(IT) 부문 중심의 수출·투자 호조가 이어지고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면서 비IT 부문의 부진도 점차 풀릴 것으로 예상됐다. 분기별 성장률은 전기 대비 3분기 0.3%, 4분기 0.5%로 전망됐다.
건설투자는 2분기 정부 투자사업의 일부 중단 등 일시적 요인으로 부진했지만 하반기부터 3대 메가프로젝트 진행 등에 힘입어 천천히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투자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은 하방 위험으로 남았다.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 능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도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경훈 한은 모형전망팀장은 "실제 성장률의 장기 추세가 향후 성장 전망대로 높아진다면 잠재성장률도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반도체 호황의 파급효과가 수출·투자를 넘어 소득과 소비, 고용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명목 GDP에서 IT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에서 올해 1분기 16.4%로 뛰었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 규모가 커지고 고용 효과와 소비 품목도 확대되면서 내년에는 내수와 수출이 성장에 비슷한 수준으로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기업심리와 수익성이 지난 4개월 동안 꾸준히 개선됐고 반도체 이외 업종에서도 좋아지는 부분이 있다"며 "이런 흐름이 경제의 온기가 퍼지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7%로 5월 전망을 유지했다. 국제유가 전망 하락과 성장세 확대에 따른 수요 압력 상승이 서로 상쇄됐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2.5%로 기존 전망보다 0.1%p 높였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2.3%까지 낮아지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0.2%p 상향한 2.5%로 전망했다. 누적된 비용 충격의 전이와 수요 압력 확대로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모두 내년까지 물가안정목표인 2%로 수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이 국장은 "소비자물가는 유가 하락으로 내년 중 안정되는 경로를 보이겠지만 근원물가는 누적된 비용 충격의 2차 파급효과와 수요 측 물가 압력으로 내년 하반기까지 2%대 중반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 4500억 달러, 내년 4300억 달러로 전망됐다. 올해 전망치는 지난해 1231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반도체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에 따른 가격 급등이 상품수지 흑자를 크게 늘리는 반면 서비스수지는는 해외 지식재산권 사용료 지급 증가 등으로 적자 폭이 소폭 확대될 것으로 봤다.
남석모 한은 국제무역팀 차장은 "반도체 수출물가 상승률이 1월 73%에서 7월 173%로 크게 높아졌다"며 "내년에도 4000억 달러대 흑자가 유지될지는 반도체 물량과 가격, 반도체 호황이 기계·철강·금속 등의 수출로 파급되는 흐름이 지속될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취업자 수는 올해 14만 명, 내년 20만 명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증가 폭은 중동전쟁과 건설업 등 취약 업종 부진으로 5월 전망보다 4만 명 축소됐다. 다만 하반기부터 경기 개선에 따라 민간고용이 회복되고, 올해 고용률은 지난해와 같은 62.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향후 성장 경로의 최대 변수로 반도체 경기와 중동 상황을 꼽았다. 전체적인 성장률 시나리오의 상·하방 위험은 대체로 균형을 이룬 것으로 평가했다.
에이전틱 AI 확산과 국내 업체의 생산능력 확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 성장률은 기본 전망보다 올해 0.2%p, 내년 0.6%p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공급 부족에 따른 반도체 확장 국면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반대로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속도가 상당 폭 조정되면 성장률은 올해 0.1%p, 내년 0.4%p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중동 상황이 조기에 진정돼 국제유가가 하반기 배럴당 82달러까지 낮아지면 성장률은 올해 0.1%p, 내년 0.2%p 높아지고 물가 상승률은 각각 0.1%p, 0.3%p 낮아질 전망이다.
반면 협상 교착이 장기화돼 유가가 배럴당 91달러까지 오르면 성장률은 올해 0.1%p, 내년 0.3%p 낮아지고 물가 상승률은 각각 0.1%p, 0.4%p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두 변수가 모두 낙관적으로 전개되면 성장률은 올해 3.6%, 내년 3.7%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모두 비관적으로 흐를 경우 올해 3.1%, 내년 2.2%까지 낮아진다.
한은은 상방 요인으로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출·투자 확대와 중동 긴장 완화를, 하방 요인으로 AI 수익성 우려에 따른 실물투자 조정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미국의 통상 압력 및 관세 부담 확대 등을 꼽았다.
thisriv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