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200억 집에 호화증축까지"…법인 50곳, '황제사택'으로 1.9조 탈루

상장사 6곳 포함 50개 업체 세무조사 착수
"법인 사유화한 사례"…2차 조사도 예고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6.8.20 ⓒ 뉴스1 김민지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국세청이 법인 명의로 고가주택을 사들여 사주 일가에게 무상 또는 저가로 제공하거나 사적으로 사용하게 한 이른바 '황제사택' 업체 50곳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사주 일가의 주거뿐 아니라 가공 인건비 지급,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기업 전반에서 각종 탈루 혐의가 포착됐으며, 탈루 혐의 금액만 1조 9000억 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25일 국민주택규모(85㎡)를 넘고 공시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되는 고가 법인주택 전체 2639채를 전수 점검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임대법인의 임대용 주택 1157채와 직원 기숙사 등 업무용 385채를 제외한 1097채, 전체의 약 42%를 사주 일가가 거주하거나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국세청은 이 후속 조치로 사적사용이 확인된 법인들의 신고 내용을 전반적으로 살펴봤다. 그 결과 대다수 업체에서 부동산 사적사용뿐 아니라 사주 일가에 대한 가공 인건비 지급,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의 탈루 행태가 함께 확인됐다.

국세청은 이른바 '황제사택'을 제공한 법인 중 기업 전반의 세금 탈루 혐의가 중대한 50개 업체를 이번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유형별로는 사주 일가 거주형 28개, 부동산 투기형 5개, 별장형 17개이며 전체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 90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조사 대상 50개 업체 중에는 상장사 6곳(코스피 4곳·코스닥 2곳)과 대기업 5곳도 포함됐다. 조사에 포함된 주택들은 모두 현재도 사주 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였다.

국세청은 과거에 사적사용이 있었던 법인이라도 탈루 혐의가 중대하면 순차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전수 점검한 나머지 업체들에 대한 분석도 계속하고 있어, 조사 대상이 어느 정도 갖춰지는 대로 2차 세무조사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제공)
거주·투기·별장까지…3대 유형별 탈루 수법

사례들을 보면 사주 일가의 사택은 대부분 강남 3구와 용산 한남동 등 고가 지역에 집중됐다. 음식·숙박업을 하는 A사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200억 원대 고가주택을 취득한 뒤 100억 원대를 들여 호화롭게 증축·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사주 일가가 이 집에 살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 명목으로 법인자금 200억 원을 빼돌린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부산에서 서비스업을 하는 B사는 사업과 무관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40억 원대 아파트를 취득해 사주 일가에게 무상 제공했다. 국세청은 이 사주가 개인사업장에서 발생한 비용을 자녀들이 주주로 있는 B사에 허위 임차료 명목으로 지급해, 사주가 개인 소득을 축소하는 동시에 자녀들에게 간접적으로 이익을 넘긴 구조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체인 C사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60억 원 상당의 오피스텔을 취득해 사주에게 관리비 수준의 헐값에 임대하고, 특수관계법인과 분식회계로 매출을 부풀려 해외 현지법인에 자금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법인자금 약 100억 원을 유출했다.

도소매업체인 D사는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관리처분계획인가 직전 취득해 2주택자가 된 사주가 기존에 보유하던 고가주택을 법인에 양도해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챙기고도 그 집에 계속 무상으로 거주한 부동산 투기형 사례로 분류됐다. 국세청은 시세차익을 노려 재건축 아파트를 계속 보유하려는 목적이 뚜렷해 단순 거주형이 아닌 투기형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별장형으로는 계열사를 동원해 100억 원대 별장을 은밀히 취득해 사주 일가 전용으로 쓴 사례, 강원 평창의 회원제 골프장 콘도를 직원 복리후생용으로 꾸며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부당하게 공제받은 사례도 있었다.

"법인 사유화한 사례"…2차 조사도 예고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 일시보관과 계좌조회, 디지털 포렌식 등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법인자금이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으로 이어졌는지 자금 출처까지 꼼꼼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해 사적 이익을 취한 사주 등에 대해서는 귀속을 명확히 밝혀 해당 이익에 소득처분을 통해 과세하고, 조세 포탈이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조세범칙 행위가 적발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반드시 처벌받도록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인의 국세 부과제척기간은 통상 5년이지만, 사기나 부정한 행위로 세금을 포탈한 경우에는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편법과 특권을 누리는 일부가 아닌 규칙을 지키는 다수가 존중받는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고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비업무용 부동산인 법인 보유 주택 등에 대해 집중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은 "법인이 납부해야 할 세금을 비용으로 전가시켜 사주가 사익을 추구한, 법인을 사유화한 사례들"이라며 "자금 출처를 면밀히 살펴 탈루 혐의를 확인하고 추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전수검증 대상 중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법인에 대해서도 탈루 혐의를 분석하고 있으며, 혐의가 중대한 법인은 순차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국내 황제사택뿐 아니라 회장 유학 자녀에 대한 해외 사택 무상 제공이나 유학비 지원 등 법인자금 횡령 행위 전반으로 검증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