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달러 '폭풍 매도'…1560원 환율 1380원까지 밀었다

순매도액 1년 새 3.7배…상반기 순매도 1869억 달러
정부, 수출대금 환전·해외 유보자금 유입 독려…3분기도 매도세 전망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6.8.21 ⓒ 뉴스1 박세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지난 6월 장중 1560원을 넘어섰던 달러·원 환율이 최근 1380원대로 떨어진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달러 매도가 환율 하락에 힘을 보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기업들의 현물환·선물환 매도액은 2600억 달러를 넘어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급증했다. 매도액에서 매수액을 뺀 순매도액은 1년 새 3.7배로 불어났다.

환율이 높은 수준으로 치솟자 수출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대거 원화로 환전한 데다 조선사 선물환 매도 등이 겹치면서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 부족을 완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남준 의원실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금융 민간기업의 올해 2분기 현물환·선물환 매도액은 2635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536억 7000만 달러)보다 71.5%(1099억 2000만 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수액은 1539억 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242억 달러)보다 23.9%(297억 4000만 달러) 늘었다.

이에 따라 매도액에서 매수액을 뺀 순매도액은 1096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294억 7000만 달러)의 3.7배에 달했다.

올해 1분기 기업의 매도액은 2015억 2000만 달러, 매수액은 1242억 7000만 달러였다. 순매도액은 772억 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상반기 누적 매도액은 4651억 1000만 달러, 매수액은 2782억 1000만 달러였다. 순매도액은 1869억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584억 9000만 달러)의 3배를 웃돌았다.

한은 통계상 비금융 민간기업은 금융기관과 공공기업을 제외한 기업을 의미한다. 거래액에는 현물환과 선물환 거래가 모두 포함된다.

기업들의 달러 매도 확대는 달러·원 환율이 고공행진하던 시기에 이뤄졌다. 환율은 연초 1400원대 중반에서 출발해 지난 6월 초 장중 1560원을 넘어서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정부는 당시 주요 수출기업과 간담회를 열고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신속히 환전하고 해외에 쌓아둔 자금의 국내 유입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출기업이 벌어들인 달러가 외환시장에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는 우려에서다.

환율은 7월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 확대와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대금 유입 등이 외환시장 수급을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달러 매도세는 3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8일 한 달여 만에 1500원 아래로 내려온 데 이어 이달 19일에는 1400원을 밑돌았다. 지난 21일에는 장중 1380.3원까지 하락해 지난해 9월 18일(138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 하락에는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과 지정학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글로벌 투자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기업들의 대규모 달러 매도 역시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환율 안정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