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저승사자' 칼 빼든 국세청…고액체납 '추적·세무조사' 전담팀 신설

서울청 조사4국·중부청 조사3국에 배치…지능적 재산 은닉·탈루 동시 검증
과태료 등 4500개 기관 체납액도 국세청이 통합 징수…체납관리단 1만명 동원

국세청 전경. (국세청 제공) 2020.9.9 ⓒ 뉴스1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국세청이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과 중부지방국세청 조사3국에 지능적으로 재산을 은닉한 고액 체납자를 겨냥해 체납추적조사와 세무조사를 통합 수행하는 첫 전담조직을 신설한다.

아울러 경찰청 과태료와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등 64개 부처 산하 4500여 개 기관에 흩어진 국세외수입 체납액을 국세청이 통합 징수하는 작업에도 본격 착수한다.

국세청은 12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임광현 국세청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는 전체 일정이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국세청은 하반기 부가세 예정신고, 법인세·종합소득세 중간예납, 종합부동산세 등 주요 세목의 성실신고 지원을 확대하고 세원 관리를 강화해 재정 기반을 다지겠다는 방침이다.

4500개 기관 흩어진 체납, 국세청이 통합 징수…체납추적·세무조사 연계팀 첫 가동

국세외수입 통합징수는 이번 운영 방안의 핵심 축이다. 그간 경찰청 과태료,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등 국세가 아닌 국가 채권의 체납액은 2020년 13조 3000억 원에서 2024년 16조 2000억 원으로 매년 불어났지만, 기관별로 제각각 징수하다 보니 관리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세청은 이를 통합해 소득·재산 정보 활용과 압류·공매 등 국세 수준의 징수 수단을 적용하면 징수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징수율은 국세가 90%인 반면 과징금은 73%, 과태료는 40%, 변상금은 22%에 그친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국세외수입 체납액의 징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연내 국회 통과를 지원하는 한편, 경찰청·공정위 등 23개 부처와 업무협약을 맺어 체납자별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2027년에는 전 부처 국세외수입 고지·체납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계하는 통합관리시스템을 열어 통합징수를 본격 시행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국세청은 지능적 재산은닉과 조세 탈루 혐의를 함께 검증하는 체납추적·세무조사 연계 전담팀도 신설한다.

먼저 기업의 탈세 혐의 등 비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해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과 중부지방국세청 조사3국에 각 1개 팀씩 설치된다. 이들은 주요 고액 체납자를 대상으로 재산 추적조사와 연계한 체납처분 면탈 범칙조사, 역외탈세·법인자금 유출 관련 비정기 세무조사를 통합 수행한다. 국세청이 재산 추적조사와 세무조사 기능을 한 팀에 통합한 전담 조직을 꾸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상준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초고액 납세자의 경우 해외 관계사를 여러 단계 거치게 해 실소유주를 파악할 수 없게 해놓거나, 국내 법인도 명의신탁 등을 통해 자기 법인이 아닌 것처럼 숨겨놓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역외정보 수집·분석과 비정기 세무조사에서 활용하는 조사 수단을 함께 이용해야 해외 관계사 등에 숨겨놓은 은닉 재산을 파악하고 추징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청 4국과 중부청 3국은 비정기 전담조사국으로 사주와 관계사 간 거래를 들여다보는 역량이 가장 뛰어나고, 주요 고액 체납자가 두 지역에 소재할 가능성도 높아 우선 설치했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필요성에 따라 전국으로 전담팀 설치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며 "통상 조사팀은 7명 정도로 구성되지만, 이번 전담팀은 범칙조사와 비정기 세무조사를 함께 수행하고 역외정보 분석 능력까지 갖춰야 하는 만큼 인원이 다소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8.11 ⓒ 뉴스1 허경 기자
체납관리단 1만명 총동원…130조원 체납 실태 확인

체납관리단 운영 규모도 대폭 늘어난다. 국세청은 지난 3월 500명으로 출범한 체납관리단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9500명 더 채용해 하반기에는 총 1만 명 규모로 확대 운영한다.

이 가운데 국세 2500명과 국세외수입 3000명 등 5500명이 이미 7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10월부터 활동할 국세외수입 2차 체납관리단 4000명 채용에는 정원의 4.7배가 넘는 1만 8800명이 몰려 경쟁률 4.7대 1을 기록했다.

국세 체납관리단은 소액 체납자는 전화상담, 고액·방문회피 체납자는 국세공무원이 동행하는 현장 확인을 통해 일시적 납부 곤란, 고의적 납부기피, 생계곤란형 체납으로 유형을 나눠 맞춤형으로 징수 활동을 벌인다.

국세외수입 체납관리단은 지난 7월 경찰청 과태료 체납자 295만 명에 대한 실태 확인에 착수했고, 9월부터는 고용노동부 임금채권대지급금과 공정위 과징금 등으로 실태 확인 범위를 넓힌다.

국세청은 부동산 저가양도·가장매매 등 편법증여, 주가조작·중복상장 등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법인명의 초고가주택·슈퍼카 사적유용, 서민 대상 불법사금융 등 민생 침해 행위에도 세무조사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사주의 불법적 법인자금 유출이나 해외자산 취득을 통한 역외탈세는 끝까지 추적해 추징하고, 자산은닉 가능성이 큰 국가와의 정보교환과 징수 공조를 확대해 해외 은닉 재산도 철저히 환수할 방침이다.

납세 서비스 분야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의 홈택스 AI 검색과 AI 전화상담을 연내 개통해 세무서를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신고 환경을 만들고, 은닉 재산 분석을 통한 소장 자동 작성 등 AI 탈세적발시스템도 순차적으로 구축한다.

이 밖에 고환율·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사업자와 중소기업에는 부가세·법인세 납부기한을 2개월 직권연장하고, 매출 10억 원 미만 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 유예도 12월 말까지 연장하는 등 세정 지원도 함께 추진한다.

한편 국세청은 이날 특별한 성과를 낸 직원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지급하는 특별성과포상금 수여식을 국세청 최초로 열었다. 해외 은닉 재산 환수와 역외탈세 추징 등 탁월한 성과 9건에 95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이 중 적극적인 해외 정보교환 요청으로 비거주자의 해외 은닉 재산을 확인하고 국가 간 징수공조로 체납액 수백억 원을 징수한 사례가 최고 포상금인 2000만 원을 받았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 6개월간 현장의 목소리에서 시작한 국세행정 혁신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며 "하반기에는 국가재정 혁신을 선도하고 공정한 세정을 실천해 국세청이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관서장 여러분이 함께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