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기술자료 중국 계열사에 넘긴 세라젬…과징금 4.3억원

금형도면 소유권 일방 귀속 부당특약…계열 중국법인에 7건 유출
공정위 "설계비 지급만으론 기술자료 권리 제한 못해"

[자료]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2024.11.12 ⓒ 뉴스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윤지오 수습기자 전민 기자 = 안마의자 등 의료기기를 만드는 세라젬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자사 소유로 귀속시키고, 이 가운데 일부를 중국 계열사에 무단으로 넘긴 사실이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세라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 3200만 원을 부과했다고 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세라젬은 안마의자 등 의료기기 제조에 필요한 모터와 금형 제조를 수급사업자들에게 위탁하고 납품받는 과정에서 부당특약,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 기술자료 유용, 기술자료 요구서면 미교부 등 4개 유형으로 하도급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라젬은 2019년 8월부터 2024년 1월까지 12개 수급사업자와 17건의 금형제작위탁계약을 체결했다. 그 과정에서 금형도면 등 금형 제작과 관련된 기술자료의 소유권을 정당한 대가 없이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귀속시키는 내용의 특약을 설정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일방적 소유권 귀속약정이 수급사업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계약조건으로, 공정위 부당특약 고시가 정한 대표적인 부당특약에 해당한다고 봤다.

세라젬은 이렇게 확보한 기술자료를 활용해 자사가 70% 지분을 보유한 중국 계열사 천진세라젬의료기계유한공사의 현지 개발에도 활용했다. 2021년 12월부터 2023년 8월까지 3개 수급사업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금형도면 33건을 요구해 제공받았고, 이 가운데 7건은 2023년 10월 수급사업자와 별도 협의 없이 중국 계열사에 그대로 넘겼다.

금형도면은 제품을 제조하기 위한 금형의 구조, 형식, 치수 등의 정보를 표시한 설계자료다. 하도급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제공하도록 요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사업자는 취득한 기술자료를 제3자를 위해 제공하거나 사용해서도 안 된다.

세라젬은 심의 과정에서 금형제작위탁계약서에 관련 지식재산권이 자사 소유임을 명시했고 금형 설계비도 지급했으므로 소유권 귀속 특약이 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금형도면과 외형도, 사양서 역시 자사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로 볼 수 없다는 입장도 함께 냈다.

그러나 공정위는 세라젬과 수급사업자 간 소유권 이전에 관한 별도의 구체적 계약이 없었고, 견적서상 설계비 역시 금형 제작 비용의 세부 항목일 뿐 소유권 이전의 정당한 대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수급사업자가 만드는 부품이 세라젬의 전체 제품 일부인 하도급 거래의 특성상 원사업자의 기술이 일부 반영되더라도, 수급사업자가 고유 기술과 노하우를 투영해 작성한 자료라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정위는 세라젬이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1개 수급사업자에게 제작 전 사양 부합 여부를 확인한다는 목적으로 모터의 외형도와 사양서를 요구하면서 기술자료 요구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행위도 함께 적발해 조치했다. 하도급법은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 비밀유지사항, 권리귀속관계, 대가 등 핵심 사항을 사전에 협의하고 이를 명시한 서면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하도급계약서를 통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에 대한 권리를 일방적으로 원사업자에게 귀속시키는 약정이 부당한 특약으로서 하도급법에 위반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합의에 바탕한 구체적인 계약 체결 없이 부당특약을 설정하거나 단순 설계비를 지급한 것만으로 기술자료에 대한 수급사업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제한할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공정경쟁 기반을 훼손시키는 부당특약 설정행위, 기술유용행위 및 기술자료 요구 과정에서의 절차 위반 행위를 집중 감시해 위법행위 적발 시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bany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