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3년 만에 금 보유량 늘린다…국내 생산분 직접 매입
13년째 104.4톤 '제자리' 금 보유량, 확대 전환…이미 금ETF 투자 단행
KRX 인프라 활용, 수출 예정 金 국제시세 매입…"첫 매입 시기는 미정"
- 김혜지 기자, 이상혁 수습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이상혁 수습기자 = 한국은행이 국내에서 만들어져 수출 예정인 금을 직접 사들일 준비에 나섰다. 기존 금 매입 방식에 국내 생산 금 매입 채널을 추가해, 외환보유액 내 금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한은은 최근 금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개시했다고 밝혔다. 금 가격에 대한 익스포저(노출)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13년 만의 금 매입'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3일 국내 생산 금 매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금 생산업체와 한국거래소(KRX), 한국예탁결제원(KSD) 등 유관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KRX와 KSD가 운영하는 KRX 금시장의 거래·결제·보관 인프라를 활용해 국내 금 생산업체의 수출 예정 물량을 국제 금 시세를 기준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금 생산업체에서 수출 수요가 발생하면 업체가 거래 가능 물량과 희망 시기를 한은에 제시해 매매가 이뤄진다. 한은은 자체 계획과 시장 상황 등을 검토해 실제 거래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협력으로 한은은 해외 시장 등을 통한 기존 매입 방식에 더해 국내 생산 금을 확보할 수 있는 별도 경로를 갖추게 됐다. 금 매입 경로가 다변화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확대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희섭 한은 외자운용원장은 "가장 큰 의미는 국내 생산 금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시장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매입 방식이 늘어났다는 점"이라며 "금 보관 장소 분산과 외환보유액 확충은 다음으로 기대되는 효과이며 국내 금 시장의 거래 활성화와 건전한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에는 KRX 금시장의 일반 장내매매가 아닌 협의대량매매 방식이 활용된다. 거래 당사자들이 가격과 수량 등 조건을 미리 합의하는 방식으로, 장내 호가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매입 대상도 국내 시장 유통분이 아니라 당초 해외로 수출될 예정이었던 양으로 한정한다. 매입이 국내 금 수급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다만 실제 매입 시기와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은은 금 거래에 필요한 제반 준비 상황과 국내 생산업체의 수출 계획, 자체 금 운용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입 시점을 결정할 방침이다.
정 원장은 "연간 매입 목표나 한도는 정하지 않았다"면서 "분기별 또는 연간 목표치를 미리 설정해 기계적으로 사들이면 국내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2013년 한은의 마지막 금 매입 이후 13년 만에 나온 금 보유 확대 방침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금 가격이 상승한 2011~2013년 금 보유량을 공격적으로 늘렸으나, 직후 가격 폭락을 겪었고 이후 추가 매입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은의 금 보유량은 104.4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13년째 추가 매입 없이 동일한 양을 유지한 결과이며, 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량 순위에서 39위(세계금위원회 집계)에 그친다.
금을 원화로 매입하고 국내 보관한다는 점은 한은이 판단하는 직접 매입의 장점이다. 지금껏 한은이 사들인 금은 전부 영국 중앙은행(BOE)에 보관되고 있다.
정 원장은 "자국 통화로 금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금 같은 안전자산이 필요한 시기는 대외 여건이 악화하거나 자국 경제가 어려운 때일 가능성이 큰데, 이때 외화를 사용하지 않고 원화로 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 국내 보유 확대는 각국 중앙은행이 따르는 추세이기도 하다. 달러 유동성·고물가·전쟁 등 글로벌 경제의 위험 요인이 확대된 가운데 '최후의 안전자산'인 금의 가치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계금위원회(WGC)의 지난 6월 설문조사에 응한 중앙은행 중 10%는 최근 국내 금 보관 비중을 늘렸다고 답했다. 직전 조사 대비 2배 오른 수치다.
이날 한은은 지난 2분기 금 ETF 투자를 개시했다고도 밝혔다.
정 원장은 "금 가격에 대한 익스포저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13년 만의 금 매입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실물 금과 ETF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여러 수단을 활용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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