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트럼프가 바꾼 제조업 지도…중국車 수입 1위·대만 반도체 수출 2위

한은 '주요 제조업 생산·공급망 지도'…대미 전기차 수출 3년 새 33→5%
중국산 자동차 수입 3%→37% 급증…AI 공급망 따라 반도체 수출축 대만으로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인공지능(AI) 확산과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로 우리나라 제조업의 생산·교역 지도가 3년 만에 빠른 속도로 재편됐다. 중국산 자동차는 수입액 기준 독일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으며, 대만은 한국의 반도체 수출 대상국 4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한국은행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 개정판을 발간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 11개 업종을 대상으로 지역별 생산 현황과 국가·품목별 수출,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중간재의 수입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한은은 2023년 첫 책자 발간 이후 △생성형 AI 확산 △중국 제조업 성장 △보호무역 강화 △친환경 규제 확대 등이 국내 제조업의 생산과 수출입 구조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서 생산과 교역을 둘러싼 구조 변화가 뚜렷이 나타났다.

중국산 자동차, 독일 제치고 수입액 1위…3년 새 비중 10배

국내 자동차 수입 시장에서는 중국산의 존재감이 급격히 커졌다.

중국산 자동차가 전체 자동차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3.5%에서 지난해 37.2%로 10배 이상 확대됐다. 2025년 기준 중국산 수입 비중은 독일산 37.0%를 소폭 웃돌며 국가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산 자동차 수입 비중 3년 새 3.5%→37.2% 급증 (한은 제공)

반면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 비중은 같은 기간 28.9%에서 11.1%로 크게 낮아졌다.

중국산 자동차의 약진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전기차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70%로, 수입액은 22억 2300만 달러에 달했다. 전기버스는 중국산 수입액이 1억 2200만 달러로, 100%를 중국에 의존했다.

중국은 대규모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했다. 2024년 기준 중국은 세계 자동차 생산의 33.8%를 차지해 압도적 1위에 올랐다. 한국의 생산 비중은 4.5%였다.

수출 시장에서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로 국내 업체의 대미 전기차 수출이 크게 위축됐다.

우리나라 전체 전기차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33.6%에서 지난해 5.2%로 급락했다. 미국 정부의 자국 내 생산 확대 정책과 관세 장벽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업체들은 전기차 수출 감소에 대응해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늘리고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했다. 전체 완성차 수출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1.6%에서 지난해 20.4%로 상승했다.

대미 전기차 수출 비중 33.6%→5.2% 급감 (한은 제공)
반도체 수출 축 대만으로…엔비디아·TSMC와 AI 공급망 형성

AI 수요 확대는 반도체 수출 구조에 지각 변동을 가져왔다.

대만은 2022년 한국의 4위 반도체 수출 대상국으로 수출 비중 9.0%에 그쳤지만, 지난해는 19.9%로 뛰며 중국에 이은 2위로 부상했다.

중국은 여전히 최대 반도체 수출 대상국 지위를 유지했으나, 2022년과 비교하면 수출 금액과 비중이 모두 감소했다.

국내 기업의 생산시설이 다수 위치한 베트남과 미국의 경우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서 높은 비중을 유지했다.

한국 반도체 수출 축이 대만으로 이동한 배경에는 생성형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가 있었다.

기존 중앙처리장치(CPU)와 범용 D램 중심이던 반도체 수요가 AI 연산에 특화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미국 엔비디아(GPU 설계)-대만 TSMC(첨단 패키징 및 파운드리)-삼성전자·SK하이닉스(HBM 생산)를 연결하는 글로벌 AI 공급망이 공고해졌다.

AI 공급망 재편에 따른 대만 반도체 수출 비중 9.0%→19.9% (한은 제공)

이 과정에서 국내 업체의 HBM 생산과 수출은 확대됐지만, TSMC와 엔비디아의 시장지배력도 함께 강화됐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반도체 생산이 확대되면서 핵심 소재·부품·장비의 수입이 급증했고,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대표적으로 한국은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량 수입하고 있다. 이에 네덜란드가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2.8%에서 지난해 26.0%로 상승해 최대 수입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가치사슬별 전문화를 바탕으로 수직계열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번 자료가 제조업의 지역별 생산구조와 글로벌 교역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대외 충격에 대한 공급망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과 기업 전략을 마련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정책 수립과 연구는 물론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도 의미 있는 참고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