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후폭풍]⑤노동부 '쟁의기준'·산업부 '주주보호'…'하투 대란' 차단 총력전
李 "영업이익 성과급, 쟁의 대상인가" 지시 후 후속 지침 속도전
여름 임단협 앞두고 노사 갈등 고조…"기준 늦으면 혼란 불가피"
- 이정현 기자,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조용훈 기자
#1. 지난 21일 청와대 국무회의. 이재명 대통령이 N% 성과급 논란을 두고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문제가 과연 쟁의 대상이냐. 저 같은 경우는 아닌 쪽이 더 높다고 생각된다"고 말하자 정부 부처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개인 의견'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에서 반복되는 '경영권과 노동쟁의의 경계' 논란에 대해 정부가 더욱 명확한 기준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회의 직후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부 등 관계 부처는 N% 성과급과 투자 결정 등을 둘러싼 후속 기준 마련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 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N% 성과급과 경영 판단의 경계를 어떻게 정리할지 검토에 착수했다. 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파업할 수 있는가', '공장 신설이나 투자 계획까지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에 한층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사실 노동부는 이미 노란봉투법 시행에 맞춰 해설서와 법 해석 지침을 내놨다. 공장 신설이나 투자 결정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지만 정리해고나 대규모 배치전환처럼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제도화하고, 광주·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까지 교섭 의제로 제시하면서 기존 해설만으로는 현장의 혼란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부가 서둘러 후속 지침 마련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3. 하지만 이는 단순히 해설서를 손질하는 작업만은 아니다. 이번 논의 결과에 따라 노사관계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 판단과 주주 권리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상 판단과 근로조건의 경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투자와 성과급이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따라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정부 내부에서도 기준이 지나치게 넓어지면 기업 경영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좁게 해석하면 노란봉투법 도입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고민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동부가 시행 초기 혼선을 최소화하면서도 새로운 분쟁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2라운드 룰메이킹'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산업부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 영업이익이 노동자와 경영진만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자와 주주의 권리와도 연결되는 만큼 기업 경쟁력과 투자 여력을 훼손하지 않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함께 주주 보호 장치를 중심으로 제도 보완 방안을 검토 중이다.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부는 최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운영 중인 해석지침을 보완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기존 지침이 법의 큰 방향은 제시했지만,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나 대규모 투자 결정처럼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충돌하는 구체적 사례까지 판단 기준을 제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노동부 내부에서는 특히 "어디까지가 근로조건이고, 어디부터가 기업의 경영권인가"라는 경계선을 보다 명확히 설정하는 작업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투자나 공장 신설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면서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며 "전문가와 현장 의견을 함께 수렴해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당국의 고민은 단순히 해설서 문구를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다.
예를 들어 공장 이전 자체는 기업의 경영상 판단이지만, 그 과정에서 대규모 전환배치나 임금체계 변경이 예정돼 있다면 어디까지를 교섭 대상으로 볼 것인지 판단이 필요하다. 성과급 역시 마찬가지다.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점에서는 임금 성격이 있지만, 영업이익 배분이라는 측면에서는 기업의 경영 판단과 연결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제 현장에서는 근로조건과 경영권이 맞물리는 회색지대가 적지 않다.
노동부가 이번 지침 보완 과정에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도 이 같은 경계 영역을 어떻게 예측 가능한 기준으로 정리할 것인지라는 점이다.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은 N% 성과급과 노동쟁의 범위를 직접 거론하며 "정부가 먼저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회사의 경영권 행사까지 모두 노동쟁의 대상이 되면 끝이 없다"면서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문제가 과연 쟁의 대상이 되느냐. 나는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둔다"며 N% 성과급 논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문제는 노동부가 이미 배포한 '개정 노동조합법 업무 참고자료'에도 N% 성과급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갈등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해설서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지만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공장 신설이나 설비 투자처럼 경영상 판단이라도 대규모 전환배치나 임금체계 변경 등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반면 복리후생 분야 예시에서는 성과급을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는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계약 외 사용자가 성과급 지급 여부와 규모를 사실상 결정하거나, 성과평가 기준을 직접 정하고 예산과 지급체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다면 해당 부분은 교섭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하청업체 성과급을 원청이 총액과 지급기준을 정해 장기간 운영해 온 사례를 판례 예시로 제시하며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는 원·하청 구조에서 성과급 지급 권한이 원청에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한 사례여서, 삼성전자처럼 직접 고용된 정규직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제도화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에 노동계는 "성과급은 임금의 일부인 만큼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하는 반면, 재계는 "영업이익 배분은 투자와 배당정책 등 경영판단의 영역으로 근로조건과는 구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현재 해설서는 '성과급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원칙만 제시했을 뿐, 어디까지가 임금이고 어디부터가 기업의 이익배분 또는 경영권인지에 대한 판단기준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는 후속 지침에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과 일반 임금성 성과급을 어떻게 구분할지, 투자 결정과 성과배분 요구가 결합한 경우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등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속도를 내는 또 다른 이유는 시기적 압박 때문이다. 여름철 임금·단체협상(하투)이 본격화하면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과급과 투자, 조직개편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 기준이 늦어질 경우 노조는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기업 역시 어떤 사안이 쟁의 대상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교섭이 결렬되면 파업의 적법성을 둘러싼 중앙노동위원회 판단과 법원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분쟁이 장기화되면 노사 갈등 비용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 의사결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도 있다. 영업이익을 일정 비율로 성과급으로 배분할 경우 투자 재원 감소와 배당 축소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주주 이익 침해나 이사회 책임 논란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준이 모호하면 결국 노조와 기업 모두 법원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며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먼저 예측 가능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역할은 조금씩 나뉜다. 노동부는 노동쟁의 범위와 성과배분 기준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하반기 전문가 중심의 '녹서 작업반'을 구성해 초과이익 기준, N% 성과급 산정 방식, 재투자와 성과배분의 균형 등을 사회적 대화로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업의 투자 결정 자체를 노동쟁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은 유지하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바라보는 지점은 다르다. 산업부는 영업이익이 노동자와 경영진만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자와 주주의 권리이기도 한 만큼 기업 경쟁력과 투자 여력을 훼손하지 않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주주 보호와 기업 투자 환경을 모두 고려하는 보완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에 대해 △이사회 심의 강화 △관련 내용 공시 확대 △주주 의견 반영 절차 마련 등의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부 관계자는 "혁신의 출발점은 결국 투자"라며 "성과배분도 중요하지만 투자자 보호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여력을 함께 고려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와 자본시장 신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같은 제도는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이 수반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위와 법무부는 시장 영향과 법적 정합성을 종합적으로 따져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결국 이번 논의의 핵심은 노란봉투법 자체를 다시 손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시행된 법을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운영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 가깝다.
법률은 큰 원칙을 제시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의 경계선은 시행령과 해석지침,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을 거치며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작업을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본격화되는 '2라운드 룰메이킹'으로 평가한다.
삼성전자의 N% 성과급 논란에서 시작된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어디까지가 노동자의 권리이고, 어디부터가 기업의 경영권인가.'
정부가 마련할 새로운 기준은 단순한 해설서 보완을 넘어 앞으로 노사관계에서 성과배분과 경영 판단의 경계를 설정하는 새로운 기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노동장관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대통령이 시행령, 지침 등으로 쟁의 범위 기준을 정리하라고 지시한 만큼 당연히 이행해야 한다"며 "시행 초기 혼선이나 오해가 없도록 빠르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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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일부 대기업에서 시작된 N% 성과급에 대한민국이 쪼개지고 있다. 보상 격차를 놓고 내부 분열에 몸살을 앓고 있고 주주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성과에 따른 정당한 요구라는 주장과 주주가치 훼손·노동시장 양극화 우려가 맞서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산업계 전반으로 N%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는 데 있다. 뉴스1은 N% 성과급이 가져온 갈등을 집중 조명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해외 주요 기업들의 사례와 전문가 대담을 통해 해법도 함께 고민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