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높이되 거래세 낮춰야"…'부동산 토론회' 국민제안 4800건 쏟아져

보유세 강화 땐 거래세 낮춰 매물 유도…고령 1주택자 보호 요구도
"초고가·다주택자는 더 내야"…가액·거주 여부 따른 차등 과세 제안도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3일 부동산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국민대토론회를 주재한다. 정부는 부동산 토론회에서 나온 국민 의견을 바탕으로 세제개편안 등 부동산 정책을 조정하고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2026.7.22 ⓒ 뉴스1 김도우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보유세를 강화한다면 취득세와 양도세를 반드시 함께 낮춰야 한다. 보유 부담을 높이면서 주택을 사고파는 단계의 세금까지 무겁게 부과하면 주택 소유자는 매물을 내놓기 어렵다."

정부가 23일 개최하는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앞두고 진행한 온라인 의견수렴에서 이 같은 요구가 잇따랐다. 보유세 부담은 높이되 거래세를 완화해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는 퇴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과 주거 이전이 어려워졌다는 실수요자들의 불만도 다수 제기됐다.

22일 오후 5시 기준 접수된 국민 정책 제안은 총 4800건을 넘겼다. 분야별로는 주택금융이 2103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공급·규제가 1484건, 부동산 세제가 1226건으로 뒤를 이었다.

온라인 제안에는 세금 부담을 둘러싼 의견뿐 아니라 대출 규제 완화,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공급 확대 등 주택시장 전반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담겼다. 특히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 확대 요구가 많았다.

정부는 이날 국민 대토론회에서 온라인 의견과 공급·금융·세제 분야별 사전토론 결과를 종합해 향후 부동산정책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조정,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수요 억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초고가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세금·대출규제로 갈아타기도 막혀"…거래세 완화 요구

세제 분야에서는 보유세를 강화하더라도 취득세와 양도세를 함께 낮춰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퇴로를 열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실거주 1주택자와 고령·은퇴자의 부담을 줄이고 주택 수보다 보유가액과 실제 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제안자는 "1주택자는 양도세와 취득세, 대출 제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다른 집으로 옮기기 어려워 매물을 내놓지 않고, 다주택자도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난 뒤에는 팔 이유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유세를 올려도 집값 상승 속도가 더 빠르면 매물이 나오지 않고 전월세 부담만 커질 수 있다"며 "취득세와 양도세를 대폭 낮춰 거래량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른 제안자는 고가주택과 다주택자의 취득·보유세는 높이되 양도세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 수뿐 아니라 가격대에 따라 세율을 세분화하고 20억 원 미만 주택과 장기 거주자의 양도세 부담을 완화해야 매물 잠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역시 주택 수에 따른 중과보다 보유가액별 누진 과세로 바꾸자는 의견을 냈다.

60세까지 일해 자가를 마련했다는 김 모 씨는 "월급에서 세금을 낸 근로자가 어렵게 집을 마련했는데 보유세와 양도세, 취득세까지 올리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며 "재개발로 집값이 올랐지만 당장 팔기도, 보유하기도 어려워 세금 때문에 '하우스 푸어'가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집값이 올라도 매각 전에는 이익이 실현되지 않는 만큼 보유세를 매입 가격 기준으로 부과하거나 급격한 세 부담 증가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소득이 줄어든 고령·은퇴 1주택자는 주택을 매각하거나 상속할 때까지 세금 납부를 유예해 장기 거주를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전경. 2026.7.22 ⓒ 뉴스1 김도우 기자
"초고가·다주택자는 더 내야"…보유세 강화론도

초고가주택과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 제안자는 "특정 금액 이상 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이면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몰려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고가주택 소유자가 누리는 교통·교육·생활 인프라는 전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측면이 있다며 해당 주택의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에도 적정한 부담을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 모 씨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다주택자는 주택 수에 따라 부담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세금을 낼 현금이 부족한 실거주 은퇴자는 주택을 담보로 세금 납부를 유예한 뒤 매각하거나 상속할 때 걷는 방안을 제시했다.

장 모 씨도 "비거주·초고가주택을 대상으로 보유세를 올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야 한다"며 "확보한 세수는 출산 가정과 신혼부부 등 실거주 수요자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다주택자가 전월세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일률적인 보유세·대출 규제가 임대주택 공급을 위축시키고 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맞섰다.

주택 수만으로 중과하기보다 보유가액과 실제 거주 여부, 임대 목적을 함께 반영하고 일시적 2주택자와 상속주택, 지방 저가주택 등은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는 절충안도 제시됐다.

"계약했는데 대출 막혀"…생애최초·실수요자 예외 요구

가장 많은 제안이 몰린 주택금융 분야에서는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를 대출규제에서 보호해 달라는 요구가 주를 이뤘다.

청년의 장래 소득을 상환 능력에 반영하고 생애 최초 구입자에게 적용되는 정책대출의 주택가격·면적 기준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해 달라는 제안도 다수 제기됐다.

주택공급·규제 분야에서는 서울·수도권 선호지역에 실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을 신속히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재건축·재개발 인허가와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발표 물량 중심이 아닌 착공·준공·입주 실적을 기준으로 공급계획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뉴홈 나눔형 사전청약 당첨자의 기존 전용 모기지 조건 유지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반대 △재건축·재개발 '1+1 주택'의 다주택 규제 제외 △지방·농어촌 저가주택의 주택 수 제외 △비아파트의 주택 수 산정 기준 개선 등의 제안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날 국민 대토론회에서 온라인 제안과 공급·금융·세제 분야별 사전토론 결과를 종합할 예정이다. 보유세 강화와 취득세·양도세 완화를 어떻게 조합해 시장에 매물을 유도할지, 무주택 실수요자와 생계형 1주택자를 보호하면서 초고가주택·투기성 다주택자의 부담을 어떻게 차등화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재정경제부는 이 같은 의견을 수렴해 세제발전심의위원회(세발심)를 거쳐 7월 말 또는 8월 초 세제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