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성장 회복에 방향 튼 한은…3년 6개월 만에 긴축 사이클 진입(종합)
가계부채·수도권 집값 상승세도 인상 명분 보태
美·日·유럽도 긴축行…한은 "인상 이어갈 필요" 추가 인상 시사
- 전민 기자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한국은행이 16일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배경에는 물가와 집값을 둘러싼 불안 요인과 반도체 수출 호조로 확인된 경기 회복세가 함께 작용했다. 성장세가 뒷받침되면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 부담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판단이다.
지난 3월 중동전쟁이 발생한 이후 국제유가가 오르며 물가 상방 압력이 커졌고, 가계부채와 수도권 집값이 동반 상승하며 금융 불균형 우려도 함께 불거졌다. 그럼에도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성장세가 확대되면서, 한은이 물가·금융안정 관리에 무게를 싣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통방문)에서 향후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인상도 시사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한은은 통방문에서 "성장세가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 결정에는 금융통화위원 7명 전원이 찬성했다.
물가는 이번 인상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올라 5월(3.1%)에 이어 두 달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2월(3.2%)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자, 한은 물가안정목표(2.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품목별로는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4.7% 급등하며 물가를 밀어올렸고, 농축수산물 가격도 3.2% 상승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5%로 5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은 통방문에서 "금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2.7%)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전망치(2.4%)보다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값과 가계부채 흐름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은에 따르면 6월 한 달 새 은행 가계대출은 7조 6000억원 늘어 증가 폭을 키웠고,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도 확대됐다. 앞서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6월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03% 올라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자산시장 과열이 방치될 경우 금융 불균형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금리 인상을 통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는 높고 환율도 좋지 않은 데다 외환시장 변동성도 크고,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아웃풋갭이 플러스일 것 같다"며 "가계부채도 높고 주식시장도 워낙 강한 수준이라 지금은 전방위적으로 인상을 함에 있어 어떠한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짚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5월 금통위와 물가 설명회 등에서 이미 신호가 충분히 나왔고, 최근 수출 지표도 호조를 보였다"며 "특히 부동산 가격과 환율 같은 금융안정 문제가 최근 많이 불거졌기 때문에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수출 호황에 힘입은 성장세 개선도 이번 인상 결정에 힘을 실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나란히 상향 조정했고,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3%대 전망까지 제시한 바 있다.
정부 역시 지난 1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상향 제시했다. 이는 2021년(4.7%)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경기 부양보다 물가·금융안정 관리에 정책 우선순위를 둘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통방문에서 "국내경제는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소비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성장세가 확대됐다"며 "금년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2.6%)를 큰 폭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부담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한은에 따르면 6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하며 긴축으로 돌아섰다. 일본은행 역시 지난달 정책금리를 1%대로 올려 1995년 9월 이후 31년 만에 기준금리 1%대 시대를 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에서는 연내 인상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주요국 통화정책이 일제히 긴축 쪽으로 방향을 트는 흐름도 한은의 이번 결정에 우호적인 대외 여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가 반영되며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인상 필요성을 예고해왔다. 신 총재는 지난 5월 취임 후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고 밝힌 데 이어, 이달 초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추가 인상 시기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뉴스1이 지난 12일 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응답자 전원이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전망했다.
이달 인상 이후 10월 한 차례 더 올려 연말 기준금리를 3.00%까지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며, 물가와 경기 흐름에 따라 내년 1분기 3.25%까지 오르며 이번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향후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로는 국제유가와 환율, 반도체 수출 흐름,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미국 연준의 정책 방향 등이 꼽힌다.
한은은 통방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물가상승 압력의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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