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환율 'IMF 이후 최고'…6월 1527.9원, 외인 매도에 7월도 공포
상반기 평균 1484.6원…31거래일 연속 1500원대 마감
강달러가 하단 지지…외인매도·서학개미 수요가 1550원까지 밀어올려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상반기(1~6월) 달러·원 평균 환율이 1484.6원으로, 반기 기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상반기(1494.8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월평균 기준 지난달 환율은 1527.9원으로, 1990년 3월 통계 작성 이래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998년 2월(1626.8원) 이후 약 28년 4개월 만의 최고치다.
환율이 이처럼 높은 수준에서 등락하는 배경에는 원화 약세 요인인 달러 강세가 자리한다. 여기에 외국인 주식 순매도와 개인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까지 더해지면서 상승 압력이 강화되는 구조다.
정부는 외화 유동성 확충과 달러 수급 개선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자본 유출 압력이 이어지는 한 당분간 달러·원 환율은 1500원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달러·원 환율은 주간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에서 1549.4원에 마감했다. 이로써 환율은 지난 5월 15일 이후 31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로 보면 120거래일 가운데 43거래일, 즉 반기 3분의 1 이상을 1500원대에서 마감한 셈이다. 외환위기 구간을 제외하면 1990년 이후 가장 긴 1500원대 종가 행진으로, 고환율이 일시적 충격이 아닌 '뉴노멀'이 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중에는 1550원 선도 넘어섰다. 장중 1550원 돌파는 지난달 8일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상반기 들어 장중 1550원 선을 넘은 것은 지난달 5일 1561.5원, 지난달 8일 1555.2원에 이어 세 번째다.
이로써 올해 상반기 달러·원 환율 평균은 1484.6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상반기 평균인 1494.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반기 기준 역대 두 번째다.
지난달 평균 환율은 서울외환시장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1527.9원을 기록했다. 통계가 집계된 1990년 3월 이후 1998년 1월 평균 1701.5원, 같은 해 2월 평균 1626.8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월평균 기준으로는 1998년 2월 이후 약 28년 4개월 만의 최고치다.
정부가 외환시장 수급 개선을 위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지만, 환율 안정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고환율 국면에서 수차례 시장 경계 메시지를 내고,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외환건전성부담금 면제 조치를 9월 30일까지 3개월 연장했다.
외환당국은 △외화지급준비금 이자 지급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점검 △수출기업 환전 협조 요청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등 기존 안정화 조치도 유지하고 있다.
은행권의 달러 조달과 국내 외화 유동성을 늘리는 한편, 수출기업·국민연금의 달러 수요를 분산하고 해외투자 자금의 국내 환류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 조치에도 환율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것은 원화 약세 압력이 달러 강세만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달러화는 지난달 초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달 마지막 주와 이번 주 초에는 달러인덱스가 소폭 되돌림을 보이는 흐름도 나타났다. 그럼에도 달러·원 환율은 이에 동조하지 못하고 1550원 선까지 다시 상승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1550원을 넘는 국면은 달러 강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최근 며칠간 달러화가 다소 약해졌는데도 달러·원 환율은 그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꼽힌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매도 우위를 이어가며 원화 매도·달러 매수 수요가 확대됐고, 지난달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은 약 3조 8000억 원을 순매도하며 8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다만 원화 약세 압력이 외국인 수급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매도세가 다소 잦아들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 등 거주자의 해외투자 수요가 달러 매수 요인으로 작용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이처럼 외국인 자금 유출과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번갈아 환율을 밀어 올리는 가운데, '1500원대 환율'의 하단을 지지하는 주된 요인으로는 강달러가 꼽힌다.
달러화는 최근 며칠간 소폭 되돌림을 보였지만, 달러인덱스는 여전히 101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초 99선에서 출발한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30일 장중 101.424까지 올랐고,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도 101.327을 기록했다. 달러 가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달러·원 환율의 하락 폭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엔화 약세도 원화에는 부담이다. 같은 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162.238엔으로 전 거래일보다 약 0.4엔 올랐다. 플라자합의 직후인 1986년 12월 이후 약 39년 6개월 만의 높은 수준이다. 엔화가 약세를 이어갈 경우 역내 통화인 원화는 동반 약세 압력을 받는다.
하반기 환율 방향도 불투명하다. 반기 말 리밸런싱 수요가 달력상 반기 종료와 함께 곧바로 진정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외국인 순매도와 개인 해외투자가 번갈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백 연구원은 "반기 말이 됐다고 리밸런싱이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일단 원화 약세 압력은 살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29일 8조 원, 30일 4조 원 매도세가 나왔고, 지난달 7일 이후 외국인 주식 순매도 물량은 110조 원을 넘었다"며 "달러인덱스가 물론 높긴 하지만 환율이 1550원까지 튄 것은 외국인 주식 순매도 영향이 맞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외환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조만간 구두개입 등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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