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전쟁 전'으로 뚝…"이대로 가면 연말 물가 잡힌다"
전문가 "하락 지속시 2~3개월 시차두고 물가 반영…하반기 안정 가능성"
유가 전망 여전히 불투명 전망도…고환율도 물가 변수로 지목
- 전민 기자,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이강 기자 = 국제유가가 중동전쟁 발발 이전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물가 안정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유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수개월의 시차를 거쳐 연말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동 지역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환율 등 변수도 남아 있어 유가 안정세의 지속 여부를 좀 더 확인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0.34달러, ICE선물거래소의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3.74달러를 기록했다. 두 유종 모두 미국과 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전날인 2월 27일 이후 최저치로, 전쟁 전 수준에 근접했다.
유가가 후퇴한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회복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원유 500만 배럴을 적재한 유조선 3척이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으며, 이 가운데 2척은 아시아행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미국이 제재를 유예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과 오만의 안전 항행 지원, 레바논 내 적대 행위 완화 흐름도 공급 정상화 기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이 흐름을 유지한다면 물가도 점차 안정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가가 떨어졌으면 물가도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2~3개월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물가는 충분히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 같은 물가 안정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려면 유가 자체가 지금의 하락세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유가 안정세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전망이 강하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유가의)하루하루 가격 차이와 등락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신 총재는 "원유 공급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리스크 온' 상태에서 유가가 떨어지는 것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번 중단된 원유 생산은 재개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고, 해운업체들의 보험 재개나 리스크 관리 문제까지 겹쳐 있어 공급이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신 총재의 판단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유가는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당장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중동 전쟁이 원인이 완전히 해소돼 끝난 것이 아니라 갈등이 잠시 중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인 만큼 불씨가 남아 있다"며 "유가 불확실성이 큰 만큼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도 물가 전망을 흔드는 변수로 꼽힌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540원대 후반까지 올라섰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우려에 달러 가치가 오른 영향이다. 환율이 오르면 유가가 내려가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수입 비용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 효과를 상쇄하는 것이다.
물가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생산자물가도 이미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는 만큼 향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 5월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8% 올랐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8.5% 올라 2022년 7월(9.2%)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9월부터 9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하락이 수입 물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려면 최소한 2~3개월은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동 전쟁이 일단락되는 흐름인 만큼 유가가 당분간 계속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전쟁 이전 수준까지 물가가 되돌려지려면 연말은 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min78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