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날았지만 관세에 막혔다…대미 흑자 1114억 달러, 6년만에 축소

반도체·스마트폰 호조 속 車수출 감소·서비스 적자 확대…중국 4년째 적자
내국인 해외증권투자 1402.8억 달러…미국 주식투자 비중 79.2%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차량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뉴스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경상수지 흑자가 6년 만에 감소 전환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품목 수출 호조에도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으로 자동차·일반기계 등 주요 품목 수출이 줄고 서비스수지 적자가 확대되면서 흑자 폭이 축소됐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5년 지역별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1230억 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999억 7000만 달러)보다 흑자 폭이 230억 8000만 달러 확대됐다.

대미 흑자 6년 만에 감소…대중 경상수지 4년째 적자

지역별로 보면 대미(對美) 경상수지는 1114억 2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1169억 7000만 달러)보다 흑자 규모가 55억 5000만 달러 줄었다.

대미 상품수지는 1119억 8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관세 부과 대상 품목 수출은 줄었으나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상품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박성곤 한은 경제통계1국 국제수지팀장은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한 것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IT 품목 수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지난해부터 자동차, 일반기계와 같은 주요 관세 품목의 수출이 감소로 전환하고, 지식재산권 사용료와 여행 지급이 증가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도 큰 폭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영향이 나타난 품목에 대해서는 "자동차와 일반기계가 가장 컸고, 철강 등 품목 관세 항목들은 거의 다 감소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미 서비스수지는 146억 2000만 달러 적자로 전년(-88억 8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 지식재산권 사용료 지급과 여행 지급이 늘어난 영향이다.

박 팀장은 "첨단기술 제품 생산이 늘면 그에 비례해 지식재산권 사용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OTT 서비스 등 해외 글로벌 서비스 이용이 늘어난 점도 서비스 지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다만 대미 흑자 축소가 미국 환율보고서 등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박 팀장은 "전년 대비 줄기는 했지만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환율보고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수준은 아닌 듯하다"고 했다.

대중(對中) 경상수지는 253억 2000만 달러 적자로 전년(-234억 5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2022년 마이너스 전환 이후 4년 연속 적자다.

대중 상품수지 적자는 338억 4000만 달러로 전년(-293억 1000만 달러)보다 커졌다. 철강제품과 화공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줄어든 반면 승용차와 선박 등을 중심으로 수입은 늘었다.

박 팀장은 "중국에 주로 수출하는 화공품이나 철강제품은 글로벌 경쟁이 심해 단가도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중국산 자동차와 가전제품, IT기기 경쟁력이 올라오면서 수입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올해 지역별 경상수지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유가 상승이 동시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팀장은 대미 경상수지에 대해 "반도체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관세 부과 품목 수출이 좋지 않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미국산 에너지 수입 증가도 하방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대일(對日) 경상수지는 203억 달러 적자로 전년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석유제품 등의 수출이 줄고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의 수입이 늘어난 데다, 역대 최대 방일 여행객으로 여행 지급이 증가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도 커졌다.

EU와의 경상수지는 244억 2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반도체와 승용차 수출이 늘고 배당 지급 감소로 본원소득수지도 개선된 영향이다.

동남아 경상수지는 718억 4000만 달러 흑자로 전년보다 흑자 규모가 확대됐다. 반도체 수출 증가로 상품수지 흑자가 늘었고, 대만을 중심으로 동남아 여행객 입국자가 증가하면서 여행수입도 확대됐다. 기타사업서비스수입 증가까지 더해지며 서비스수지는 흑자로 전환했다.

중동 경상수지는 497억 5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입이 줄면서 적자 폭은 전년보다 축소됐다. 다만 올해는 유가와 에너지 수입 물량, 공급선 다변화 영향이 엇갈리면서 적자 폭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NEW YORK, NEW YORK - JUNE 04: Stock market numbers are displayed on the floor of the New York Stock Exchange Michael M. Santiago/Getty Images/AFP (Photo by Michael M. Santiago / GETTY IMAGES NORTH AMERICA / Getty Images via AFP) ⓒ AFP=뉴스1
내국인 해외증권투자 1402.8억 달러…미국 주식투자 비중 79.2%

금융계정에서는 미국 중심의 해외 증권투자 확대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는 1402억 8000만 달러로 전년(669억 7000만 달러)보다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해외주식투자는 1143억 5000만 달러로 미국 기술주 중심의 증시 호조에 따라 미국 주식투자만 905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해외주식투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9.2%였다.

박 팀장은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가 전년 대비 약 2.7배로 확대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말했다.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는 412억 3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다. EU와 일본 투자는 확대됐지만 중국 투자는 감소세를 지속했고, 미국과 동남아 투자도 줄었다.

반면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는 158억 달러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 박 팀장은 "미국 빅테크 기업이 국내 AI 데이터센터 건설 관련 투자를 늘린 부분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는 525억 4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국내 주식투자는 57억 5000만 달러 감소로 전환했지만, 국내 채권투자는 583억 달러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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