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삼전닉스 성과급' 물가 상방압력 우려…"이례적 규모, 면밀 점검"
"1분기 IT 특별급여 60.6%↑…내년 규모 더 커질 듯"
"통상적 수준엔 물가 영향 제한적…집중 지급 시 소비자물가 유의하게 상승"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올해 반도체 호황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성과급이 이례적 규모로 지급되면서 임금 상승세가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고, 이것이 물가 상방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통상적인 일시적 성격의 특별급여는 물가 파급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현재처럼 특정 대기업에 지급이 쏠리고 격차가 극대화되는 상황에서는 노동 이동과 준거임금 조정을 통해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17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최근 일부 IT부문 대기업의 이례적 규모 성과급 지급은 향후 물가 상방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IT부문 특별급여(성과급)는 전년동기대비 60.6% 상승했다. 반면 IT 외 나머지 임금 상승률은 2.1%에 그쳤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성과연동형 보상체계 확산을 감안하면 내년 초 IT 대기업의 성과급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IT 성과급이 물가에 미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높은 임금을 따라 숙련 노동자가 이동하면서 다른 기업들이 임금을 올리는 '노동이동' 경로, 타 부문 근로자들이 IT 임금 수준을 협상 기준점으로 삼는 '준거임금·기대 조정' 경로, 반도체 종사자 소득 증대로 서비스업 소비가 늘어나는 '서비스 수요 확대' 경로다.
통상적인 수준의 성과급이라면 물가 영향은 제한적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평균적인 수준의 특별급여 지급은 소비자물가를 유의하게 끌어올리지 못했다. 성과급은 정기적으로 받는 정액급여와 달리 일시소득 성격이 강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급등처럼 상승폭이 이례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는 양상이 달라진다. 한국은행이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성과급 상승폭이 역대 상위 10% 수준에 달하면 다른 업종의 월급 등 정액 급여도 추가로 0.02~0.03%p 오르는 효과가 나타났다. 상위 5% 수준에서는 임금이 오르는 업종의 수와 폭이 더 커졌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다. 한은이 사업체노동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상위 10% 수준의 고액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업체 비중이 늘어날 때 소비자물가는 유의하게 상승했다. 반면 평균 수준(상위 40~60%)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업체가 늘어날 때는 물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는 현재의 성과급 규모가 이미 이례적이라는 점이다. 한은은 올 1분기 IT 특별급여의 명목임금 기여도(1.3%p)가 지난 10여 년(2012~2025년) 임금 분포 상위 3% 안에 드는 이례적 수준이라고 밝혔다. 내년 초에는 상위 1%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렇게 고액 성과급이 일부 사업체에 집중될 경우 물가 파급이 달라진다. 한은이 사업체노동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상위 10% 수준의 특별급여를 지급하는 사업체 비중이 늘어날 때 소비자물가는 유의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평균 수준(상위 40~60%) 사업체가 늘어날 때는 물가 반응이 유의하지 않았다.
실제로 IT 성과급이 이례적으로 클 경우에는 노동이동·준거임금 조정 경로까지 활성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차·기아·HD현대중공업 등 비IT 주요 대기업 노조가 일제히 영업이익 대비 30%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다만 한은은 비IT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수익성이 좋지 않아 단기간 내 광범위한 임금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일부 반도체 대기업에만 지나치게 쏠려 있어 비IT 부문의 임금 인상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성과급 규모가 과거와 달리 이례적으로 크고, 타 부문에서의 임금 인상 요구도 높아지고 있어 임금 상승 경로를 통한 물가 상방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며 "산업별 임금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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