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종전에 유가 80달러선 뚝…IB "연말 70불, 내년 60불 가능성도"

골드만삭스 "낙관시 60~70달러" ING "90달러선 점진적 하락"
유가 하락에 물가 안정 전망…환율·반도체 중심 성장률은 변수

서울의 한 주유소의 모습.ⓒ 뉴스1 이호윤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 107일 만에 종전 수순에 들어가면서 국제유가가 올해 4분기 배럴당 7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해외 투자은행(IB) 전망이 나왔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IB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걸프 지역 원유 수송의 정상화 속도를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정상화가 빠를수록 공급 차질이 해소되며 유가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일부 산유국의 생산 확대와 전기차 전환에 따른 구조적 수요 둔화까지 맞물릴 경우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이는 공급 회복과 수요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낙관적 시나리오다.

국제유가 하락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평화협정 타결에 유가 급락…IB들 "공급 정상화 속도가 관건"

15일 국제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중동 전쟁 종전 이후 원유 공급 정상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수요 둔화 폭이 확대될 경우 브렌트유가 올해 말 배럴당 70달러, 내년에는 6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과 브라질, 가이아나, 베네수엘라, 아랍에미리트(UAE)의 생산 증가와 함께 중국의 전기차 전환 확대에 따른 구조적 수요 감소를 국제유가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골드만삭스는 "걸프 생산국의 석유 수출이 8월 말까지 정상화될 것"이라며 "호르무즈 유량이 전쟁 전 수준의 70%로 증가하면 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의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전 세계 원유 수요 약세의 10% 이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공급 정상화가 빨라지고 수요가 약화되면 올해 말 브렌트유 가격이 70달러, 2027년에는 6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공급 회복과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낙관적 시나리오다. 골드만삭스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4분기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90달러, 내년 평균은 80달러로 예상했다.

ING 역시 전쟁 종료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ING는 전쟁으로 인한 페르시아만 원유 흐름 차질률이 5월 70%에서 8월 15%, 9월 10%, 10월 5%까지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8월이면 원유 공급이 전쟁 이전의 85% 수준까지 회복되고, 10월에는 사실상 정상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ING는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2분기 103달러에서 3분기 97달러, 4분기 90달러로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이란이 평화협정을 타결하면서 이날 오후 1시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83.29달러로 전장보다 4.04달러(4.63%)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0.58달러, 두바이유는 86.93달러로 전장 대비 4.30달러(5.05%), 1.81달러(2.04%) 각각 내렸다.

오만 무산담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선박들이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유가 하락에 물가 안정 기대…고물가 압력 완화 가능성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최근 상승 폭이 확대된 소비자물가도 점차 안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2.2%, 4월 2.6%, 5월 3.1%로 오름 폭이 확대됐다.

특히 석유류 물가는 4월 21.9%, 5월 24.2% 각각 상승하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0.84%포인트(p), 0.92%p 끌어올렸다.

국제유가가 하락할 경우 석유류 가격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기업의 생산·운송 비용 부담도 줄어드는 만큼 하반기 물가 상승세 역시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국제유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쟁이 마무리되면서 국제유가는 80달러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유가 하락이 국내 석유류 가격과 생산비용에 반영되면 물가도 지금보다는 다소 안정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유가가 70~80달러 수준으로 내려오면 전쟁 이후 나타났던 물가 상승 압력도 소폭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높은 달러·원 환율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 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쟁 여파로 일부 원유 생산시설이 타격을 입은 점도 향후 국제유가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정식 교수는 "반도체가 성장률 상승을 견인하며 수요 중심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같은 경우에는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물가 하락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