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다시 열린다…2000원 선 넘은 기름값 '2~3주 시차' 두고 하락

정유업계 "최고가격제 종료시 이르면 6월말~7월초부터 가격인하 체감할 것"
다만 중동 인프라 복구에 최대 1년…전쟁 전 수준 회복엔 시일 걸릴 듯

미국 성조기와 이란 국기 일러스트.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임박하면서 국내 기름값도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동 전쟁 여파로 리터(L)당 2010원을 넘어섰던 휘발유 가격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함께 내림세로 전환했다.

업계는 해협 정상화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되면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2~3주가량 시차를 두고 점진적인 하향 안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쟁 과정에서 훼손된 중동 지역 원유 생산·수출 시설의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기름값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6월 둘째 주(7~1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2009.9원으로 전주보다 0.5원 하락했다. 경유 가격도 2004.8원으로 0.3원 내렸다.

국제유가 진정에 국내 기름값도 이미 4주 연속 하락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 28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692.9원, 경유는 1597.9원 수준이었다. 이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국내 기름값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은 전쟁 발발 열흘 만인 3월 10일 1906.9원까지 치솟았고, 4월 초에도 1900원대를 유지했다. 이후 4월 말부터 다시 상승 폭이 커지며 5월 1일 2010.0원을 기록, 처음으로 2000원 선을 넘어섰다.

상승세는 5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휘발유 가격은 5월 10일 2011.9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경유 역시 5월 11일 2006.4원까지 올라섰다. 전쟁 발발 이후 약 두 달 만에 휘발유는 319원, 경유는 409원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그러나 5월 중순 이후 미국과 이란 간 물밑 협상이 진전되고 휴전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물론 석유최고가격제 시행 등 기름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직접 개입 영향도 있지만, 휘발유 가격은 최고점 이후 소폭 하락을 이어가며 현재 2009원대, 경유는 2004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최근 4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사실상 종전 기대감이 선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이 오만 무산담 해상에 늘어서 있다. ⓒ 로이터=뉴스1
"호르무즈 재개방 땐 추가 하락 가능성…반영까지는 2~3주 시차"

업계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국제유가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면서도, 국내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 하락은 2~3주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35%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전쟁 기간 동안 해협 봉쇄 우려가 국제유가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던 만큼 재개방이 이뤄지면 원유 공급 불안과 운송 위험 프리미엄이 완화하면서 국제유가 하락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은 국제유가가 즉각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다. 정유사들이 이미 확보한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를 소진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국제제품가격과 환율 변동도 함께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현실화하더라도 실제 주유소 가격 하락 효과는 이르면 6월 말에서 7월 초쯤부터 나타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4주 연속 소폭 하락하며 종전 기대감을 일부 선반영한 만큼 단기간에 큰 폭의 인하가 이뤄지기보다는 점진적인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종전 협상 타결과 해협 재개방 자체는 분명한 유가하락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국내 기름값은 통상 2~3주 정도 후행해 움직이지만, 3차 최고가격부터 국제유가 변동분이 최고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소비자가격 반영 여부는 정부의 최고가격 등에 대한 정책결정에 달려 있다"고 전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 5월 기준 원유 도입가격은 2월 대비 약 88% 상승했지만, 최고가격은 1월 정유사 세전가격 대비 약 34% 오르는 데 그쳤다"며 "정유사들이 실제로 부담한 원가 상승분과 판매가격 간 괴리가 상당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정부의 최고가격제가 시행되고 있는 데다 정유업계의 재고 손실 보전 문제 등 정책적 변수도 남아 있어 국제유가 하락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태훈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되면서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 압력은 줄어들겠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주유소 가격 인하가 즉각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정유사 공급가격은 원유 도입 시점보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싱가포르 MOPS)을 반영해 결정되는 구조"라며 "국제 제품가격이 하락하면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하락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석유 유통구조가 복잡한 데다 현재 최고가격제가 시행되고 있어 국제가격 변동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시점은 일정한 공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통상의 상황이라면 2~3주 또는 한 달 정도의 시차로, 유가 인하 영향이 반영되겠지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석유최고가격제도 지속 여부와 관련해 "최고가 종료 여부는 오는 19일 종전선언과 호르무즈 정상화 여부, 국제유가 흐름, 해제 시 국내가격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