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증산해도 연말 유가 90달러 웃돌 듯…물가 상방압력 확대

OPEC+, 7월 하루 생산량 18.8만 배럴 증산 논의…"효과 제한적"
韓 석유 정제 日 100만 배럴 감소…고환율에 연말까지 고물가 전망

서울시내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2026.6.2 ⓒ 뉴스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증산 규모를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 차질로 인해 국제유가는 여전히 높을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말에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할 경우 국내 석유류 가격과 물류비를 자극해 최근 3%대로 올라선 소비자물가의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OPEC+ 증산에도 공급 불안 여전…호르무즈 통과 물량 급감

7일 국제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OPEC+는 오는 이날(현지시간) 장관급 회의를 열고 7월 생산 목표를 하루 18만 8000배럴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OPEC+는 중동 전쟁 이후 2023년 합의한 하루 165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을 단계적으로 되돌리고 있다. 6월에는 하루 18만 8000배럴 증산을 결정했고 7월에도 같은 규모의 추가 증산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업체 Kpler는 아시아의 해상 원유 도입량이 전쟁 이전인 2월까지 3개월 평균 하루 2482만 배럴에서 5월 1947만 배럴로 21.6%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아시아로 유입된 원유는 하루 평균 1354만 배럴에서 120만 배럴로 88.6% 급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OPEC+가 증산을 하더라도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국제유가를 하락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배럴당 80~9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생산시설 파괴 등에 따른 생산 손실이 OPEC 증산량을 웃도는 만큼 국제유가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증산보다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 등이 없이는 국제유가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쟁 종료가 유가를 다소 떨어뜨리겠지만 80달러 이상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케슘 섬의 모습. 2023.12.10. ⓒ 로이터=뉴스1
한국도 원유 수입 감소 현실화…IB들 "고유가 지속"

한국 역시 중동발 공급 차질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K-stat 집계 결과 4월 우리나라 원유 수입량은 846만여 톤으로 전년 동월(1096만여 톤)보다 22.8% 감소했다.

중동산 원유 수입량은 449만 톤으로 전년보다 37.3% 줄었다. 전체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월 65.2%에서 올해 4월 53.1%로 12.1%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214만 5000톤으로 전년 동월보다 13.4% 증가했다. 최대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수입량은 214만 6000여톤으로 37.6% 줄었다.

이에 국내 정유업계도 재고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Kpler는 중동 전쟁 영향으로 지난 4~5월 한국 정제시설 가동량이 하루 약 200만 배럴 수준으로 평소보다 약 10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유사들은 부족한 원유 물량을 메우기 위해 하루 평균 약 30만 배럴 규모의 재고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해외 투자은행들도 공급 불안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4분기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평균 90달러로 전망했다. JP모건은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96달러로 예상했다. 양사는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예상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 ⓒ 뉴스1 이광호 기자
국제유가에 환율까지…물가 상방압력 심화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원화 약세까지 겹칠 경우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물론 운송비와 원자재 가격을 자극해 물가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미 중동 전쟁발(發) 물가 상승 압력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3.1% 상승하며 2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2% 올랐다. 품목별로 휘발유가 23.1%, 경유가 33.3% 상승했다. 이에 따라 석유류는 지난달 전체 물가를 0.92%p 끌어올렸다.

석유류 가격 상승 여파는 국제항공료(33.5%)와 주택수선재료(5.0%), 세탁료(11.3%) 등 민생 물가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김정식 교수는 "국제유가 상승세에 더해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물가도 치솟고 있다"며 "연말까지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동 전쟁으로 인해 올해 우리나라 물가가 전년보다 2.6%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올해 물가가 최대 3.0%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