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보령, 사노피 항암제 인수하려면 복제약 '디탁셀' 영업 매각해야"
공정위 "가격·품질 경쟁 약화 우려"…6개월 내 제3자 매각 명령
도세탁셀 항암제 시장 1·2위 결합…합산 점유율 최대 78.5%
-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의약품 제조 판매업자 보령이 사노피의 오리지널 항암제 '탁소텔' 영업권을 인수하려면 자사가 보유한 같은 성분 복제약 항암제 '디탁셀' 영업을 제삼자에게 매각해야 한다는 경쟁 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국내 도세탁셀 성분 항암제 시장에서 1·2위 제품이 한 회사로 묶일 경우 시장점유율이 최대 78.5%까지 올라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보령이 사노피로부터 도세탁셀 성분 오리지널 항암제 탁소텔의 영업을 양수하는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이 같은 시정조치를 부과했다고 4일 밝혔다.
도세탁셀은 유방암, 전립선암, 비소세포폐암 등에 쓰이는 탁산 계열 화학항암제다.
보령은 지난해 10월 사노피로부터 탁소텔의 국내외 판권, 품목허가권, 상표권 등 영업에 필요한 권리를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이번 기업결합은 국내에서 도세탁셀 성분 복제약 항암제 디탁셀을 공급하는 보령이 같은 성분의 오리지널 항암제인 탁소텔의 전 세계 영업권을 양수하는 수평결합이다.
국내 도세탁셀 성분 항암제 시장에서 사노피는 시장점유율 64.7%의 1위 사업자다. 보령은 시장점유율 13.8%로 2위에 위치했다.
이번 결합이 이뤄질 경우 보령은 합산 시장점유율 64.7~78.5%의 1위 사업자가 된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오래전 복제약이 출시됐음에도 오리지널인 탁소텔의 점유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복제약 1위 사업자인 보령이 오리지널을 인수할 경우 나머지 사업자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봤다.
특히 보령이 향후 탁소텔을 직접 제조·판매하는 단계에 이르면 약사법 하위 규정에 따라 디탁셀 제조품목허가를 반납해야 한다. 한 제약사는 동일 성분·함량·제형의 제조품목허가를 복수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탁소텔을 견제해 온 2위 제품 디탁셀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주요 경쟁제한 우려로 지목됐다.
공정위는 2023년과 2025년 탁소텔 점유율이 상당 폭 하락한 시기에 디탁셀 점유율이 상승한 점을 근거로 디탁셀이 탁소텔에 가장 밀접한 경쟁압력으로 작용해 왔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품질 경쟁 약화 우려도 있다고 봤다.
보령은 2023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무알코올' 도세탁셀 제품을 개발·공급해 왔다. 그러나 보령이 탁소텔을 인수하면 무알코올 제품인 디탁셀을 유지할 유인이 줄어들고, 소비자 선택권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분석에서도 이번 기업결합 이후 국내 도세탁셀 성분 항암제 시장에서 가격 인상과 소비자 후생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공정위는 보령이 디탁셀 영업 관련 자산을 6개월 이내에 제3의 제약사에 매각하도록 했다. 필요한 경우 매각 기한은 최대 6개월 연장할 수 있다.
매각 전까지는 보령이 디탁셀 생산·공급을 중단하거나 디탁셀 거래를 탁소텔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매각 후에는 디탁셀을 인수한 사업자가 요청할 경우 보령이 일정 기간 디탁셀 완제품을 공급하고 기술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국민 생명·건강과 직결되는 항암제 시장에서 기업결합이 초래할 수 있는 경쟁제한 효과를 면밀히 검토한 것"이라며 "기업결합 후에도 오리지널과 복제약 간 가격·품질 경쟁 메커니즘이 유지될 수 있도록 시정조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업결합으로 도세탁셀 성분 오리지널 항암제가 국내에서 직접 제조·판매됨으로써 유방암 등 치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시장에서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을 면밀히 감시해 독과점 심화 및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적극 방지하겠다"고 덧붙였다.
seohyun.sh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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