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슈퍼카' 수십대 몰면서 직원 임금 동결…3000억 탈세 적발

국세청, 법인 명의 자금 사적 유용 19개사 전격 세무조사
연매출 5000억 이상 대기업 포함…"재산형성 과정도 검증"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도시공사 번호판제작소. ⓒ 뉴스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국세청이 법인 명의를 이용해 고가 슈퍼카를 사적으로 운용하거나 사주 일가의 호화 생활에 사용한 혐의가 있는 19개 법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일부 기업은 운행기록부를 조작하거나 차량을 사주에게 무상 이전하는 방식으로 법인 자산을 은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연매출 5000억 원 이상 대기업과 코스피 상장사 2곳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법인이 보유한 고가 차량은 총 90대, 약 300억 원 규모에 달하며, 탈루 혐의 금액은 3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28일 국세청에 따르면 법인 차량 사적 사용 문제를 정밀 분석한 결과, 법인 자금을 이용한 사주 일가의 호화·사치 생활 등 탈루 유형이 포착된 19개 법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정부는 고가 법인 차량을 이용한 변칙적 탈세 행위를 막기 위해 2016년부터 전용보험 가입과 운행기록부 작성을 의무화했다. 2024년부터는 8000만 원 이상 법인 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했다.

하지만 1억 원 이상 고가 법인 차량 감소 효과는 일시적이었을 뿐, 오히려 연두색 번호판이 '진정한 부의 상징'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면서 법인의 고가 차량 구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2023년 5만 1542대였던 1억 원 이상 법인 차량은 2024년 3만 3960대로 급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3만 9429대로 다시 증가했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슈퍼카를 사적으로 사용한 업체들이 그렇지 않은 업체에 비해 훨씬 탈루세액 자체가 높았다"며 "슈퍼카 사적 사용이 탈세의 중요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두색 번호판을 회피하기 위해 1억 원 이상의 중고 가격에 해당하는 차를 약 3000만 원 낮춰 계약한 사례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오토살롱위크'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김성진 기자
직원 임금은 동결하고 사주는 슈퍼카·유흥에 법인자금 사용…재산 은닉도 확인

조사 대상에 포함된 한 제조업체는 총 36억 원 상당의 고가 슈퍼카 6대를 포함해 외제차 45대와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으나 직원 급여는 수년간 동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주는 고가 슈퍼카를 법인 자금으로 구매해 업무와 무관하게 회사 내 전시용으로 사용하고, 고급 룸살롱을 수차례 드나들며 유흥비 약 15억 원을 법인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한 법인은 법인 자금을 유용해 수십억 원 상당의 슈퍼카를 구매하기도 했다. 조사 대상자는 법인 명의로 총 8억 원 상당의 고가 슈퍼카 3대를 취득해 사주 일가가 골프장, 특급호텔, 백화점, 고급 스파 방문 등 사적으로 사용하며 호화·사치 생활을 향유했다.

특히 법인 명의로 40여 대의 고가 외제차를 구입해 사주 일가를 비롯한 임원들에게 사적으로 사용하도록 제공한 것은 물론, 배우자 지배 법인에 가상자산 채굴기 구입 대금 약 200억 원을 무상 대여했다.

이 법인은 가상자산을 채굴해 부를 축적하는 동시에 사주 일가 명의 해외금융계좌 보유 금액 약 170억 원에 대한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들에게 편법 증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 사주는 충분한 소득이 있는 자녀에게 해외 체류비와 유학비 등을 사회통념을 벗어나 지원했고, 자금 여력이 없는 미성년 자녀와 약 180억 원 상당의 빌딩을 공동 매입하며 취득 자금을 증여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법인 소유 고가 차량 사적 사용 문제뿐 아니라 각종 편법을 이용해 정당한 세금을 회피한 법인들의 악의적 탈루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안 국장은 "이번 조사 대상에 연매출 5000억 원 이상인 기업과 코스피 상장 2개 업체가 포함됐다"며 "고가 자동차를 사지 말라는 것보다는 업무용으로 한정해서 사용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적으로 사용한 부분들까지 업무용으로 신고해 법인 비용으로 계상한 것은 명백한 탈세 혐의"라고 지적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인들의 그릇된 인식과 불법적 관행이 방치된다면 국민들에게 깊은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는 만큼, 법인의 편법·탈법적 행위뿐 아니라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및 탈루 혐의가 있는 관련 기업까지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일시보관, 금융계좌 추적, 디지털 포렌식(문서 감정) 기법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합당한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과정에서 매출 축소 또는 법인 자금 유출을 위해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증빙을 조작하는 등 고의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불공정 탈세 행위에 대한 자체 정보 수집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법인들의 부당한 자금 유출 및 편법적 증여 행위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