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삼성 노조 '그들만의 성과급 잔치'

국종환 경제부장

(서울=뉴스1) 국종환 경제부장 = 지난해 평균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은행 노조가 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을 때 현장에서 마주한 시민들의 시선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대중이 느낀 감정은 연대감이 아닌, 씁쓸한 상대적 박탈감이었다.

본래 우리 사회에서 노동조합의 파업이란 대량 해고의 위협이나 부당하고 열악한 근무 조건에 맞서 노동 약자들의 생존권을 대변하는 보루였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인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총파업을 예고한 지금, 왜 대다수 국민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지 노조는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막판 중재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시사라는 배수진 속에서도 노사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참가자가 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최대 100조 원에 이르는 경제적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노동 약자의 목소리를 담은 정당한 명분의 투쟁이 아니라 한 노조의 이기주의가 한국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는 독단에 가깝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결국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이 가져다준 초과 이익의 분배 방식이다. 노조는 올해 예상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라는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요구안에 따르면 성과급 재원만 무려 45조 원에 달하는데, 이를 반도체 부문 임직원 개인으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5억 8000만 원에 달한다. 반면 사측은 유연한 제도화를 주장하며 미래 투자 여력을 지키려 맞선다.

성과급의 산식과 배분율을 두고 전면전을 벌이는 한국과 달리, 5%대 임금 인상으로 파업 없이 협상을 마무리하고 '반도체 강국 재건'에 국가 재정을 쏟아붓는 일본의 풍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황기의 파격적인 보상에는 반드시 불황기의 위험 부담이나 고용 유연성이라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냉엄한 원칙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높은 보상(High Return)은 요구하면서 그에 따르는 위험(High Risk)은 회피하려 한다는 학계와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은 매섭고도 정확하다. 이익 공유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책임과 손실 분담이 따른다는 뜻이다.

반도체는 호황 뒤에 반드시 깊은 불황의 골이 찾아오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삼성전자가 극심한 업황 침체를 겪었던 2023년에도 영업이익의 12배가 넘는 81조 원의 막대한 투자를 집행할 수 있었던 것은 호황기에 곳간을 채워둔 덕분이다. 장비 가격은 수 배씩 뛰고 팹 건설 비용은 치솟는 글로벌 '칩 워(Chip War)' 속에서, 당장의 현금 잔치를 위해 미래의 생존 자금을 고정비로 묶어버리는 것은 자승자박이나 다름없다.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이번 파업을 두고 '무리한 요구이자 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부적절한 행보'라고 바라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내부 분열로 에너지를 소모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노사가 서로의 리스크를 외면한 채 강 대 강으로 부딪칠 때가 아니다. 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자제하고, 주식 기반 보상 등 상생의 대안을 모색하는 유연함이 시급하다. 삼성이 흔들리면 한국 경제의 미래도 없다. 노사 모두 지금의 AI 호황 뒤에 반드시 찾아올 반도체의 겨울을 직시해야 할 때다.

jhk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