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남훈 원장 "미·중 갈등 속 생존법은…반도체 초격차·대중 협력 병행"

[NFF 2026] 권남훈 산업硏 원장 '韓 산업정책 및 전략' 기조강연
"미·중 디커플링은 韓에 기회…中 협력 가능한 영역 모색해야"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뉴스1 미래포럼에서 통상환경 변화와 대중국 경쟁 심화에 따른 한국의 산업정책 및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2026.5.7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정현 기자 =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한국이 기존의 '광범위·균등 지원형' 산업정책에서 벗어나 보다 전략적이고 선택적인 산업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중국과의 기술·수출 경쟁이 전방위로 심화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초격차 유지와 함께 대중(對中) 협력·경쟁을 병행하는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은 7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뉴스1 미래포럼 2026(NFF 2026)'에 기조강연자로 올라 이같이 제언했다.

"세계화 완전한 후퇴로 보기는 어려워…선진국 중심 블록화는 진행"

'통상환경 변화와 대중국 경쟁심화에 따른 한국의 산업정책 및 전략'을 주제로 강단에 오른 권 원장은 "세계화가 완전히 후퇴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선진국 중심의 블록화와 지정학 기반 경제 질서 재편은 분명히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통상 환경의 핵심 변화로 △자유무역협정 감소 △선진국 중심 산업정책 확대 △우방국 중심 무역·투자 강화 등을 꼽았다. 과거처럼 자유무역 확대가 세계 경제의 기본 방향이던 시대와 달리, 이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자국 제조업 보호와 공급망 안보를 이유로 보조금·관세·수출 규제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의 대(對)중 디커플링이 한국 산업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 비중을 크게 줄이는 과정에서 한국이 일부 대체 공급국 역할을 하며 대미 무역흑자가 확대했지만, 동시에 미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현지 투자 압박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권 원장은 "대미 투자가 늘어나면 초기에는 중간재·설비 수출이 함께 증가해 무역흑자가 확대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거점 해외 이전에 따른 산업 공동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지난 1980~1990년대 미·일 무역마찰 이후 해외 투자 확대를 거치며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지만, 해외 투자 수익으로 경상수지를 유지하는 구조로 바뀐 사례를 한국도 참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뉴스1 미래포럼에서 통상환경 변화와 대중국 경쟁 심화에 따른 한국의 산업정책 및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2026.5.7 ⓒ 뉴스1 임세영 기자
"韓 제조업, 2010년 중반 이후 둔화…미·중 디커플링은 '기회'"

국내 제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한국 제조업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생산·수출·가동률 등 주요 지표가 둔화하고 있다"며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하면 사실상 수출 증가세가 정체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석유화학·철강·배터리 등 전통 주력 산업의 가동률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제조업 진입·퇴출률 역시 동시에 떨어지면서 산업 역동성 자체가 약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잠재성장률 하락 역시 생산성 둔화와 맞물려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추격은 가장 큰 변수로 지목했다. 권 원장은 "과거 중국은 저부가가치 생산기지 역할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전기차배터리·로봇·자율주행 등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도 한국을 앞서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합도는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 2023년부터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은 수출 확대와 동시에 수입 대체까지 추진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입 여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는 미·중 디커플링이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 접근이 제한되면서 한국이 일부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고, 중국 역시 미국 시장 축소에 대응해 자본재·고급 제조업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협력·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국제 현실 속 권 원장은 "그동안 한국은 특정 산업을 선별해 집중 육성하기보다는 폭넓게 지원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왔지만, 이제는 통상·안보·기술 패권 경쟁을 고려한 전략적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처럼 우위를 가진 분야는 초격차 전략을 강화하고,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분야에서는 공급망 재편과 시장 다변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며 "동시에 소비재·최종재 분야에서는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영역도 현실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