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개미들 주식 429조 벌었다 …1.3%만 소비, 결국 "부동산 샀다"
주가 1만원 오르면 소비 130원, 70%는 집 구매
한은 '주식 자산효과' 보고서…선진국의 3분의1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주식시장 호조로 지난해 가계의 주식 자본이득이 429조 원에 달했지만,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는 이 중 1.3%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계의 주식투자 저변이 좁고 주식 수익이 부동산으로 우선 이동하는 구조가 강해 주가 상승이 내수 진작으로 연결되는 힘은 주요국보다 약하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이 7일 공개한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국내 가계는 주가가 1만 원 상승할 때 약 130원을 소비에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자본이득의 약 1.3%만 소비재원으로 쓰인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주식 자산효과가 3~4%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다. 일본(2.2%)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국내 주식 자산효과가 작게 나타나는 배경으로 주식자산 투자 저변이 협소하고, 자본이득의 지속성에 대한 신뢰가 낮으며, 주식 수익이 부동산으로 먼저 이동하는 구조를 꼽았다.
한은 분석 결과 무주택 가계는 주식 자본이득 1원이 발생할 때 부동산 자산이 0.7원 증가했다. 사실상 주식 자본이득의 70%가 부동산으로 흘러간 셈이다.
서울 주택매입 자금 중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도 지난해 5월 4.9%에서 올해 1월 8.9%로 상승했다.
김민수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은 "동 기간 중 주식시장에서 실현된 이익이 부동산에 우선적으로 투자되면서 추가적인 소비 여력 확보를 제한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근 서울 주택 매매 자금출처 조사에서도 주식 매각대금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가계의 전체 자산 중 주식 비중은 7%에 그쳤다. 가처분소득 대비 주식자산 규모도 77.3%로 미국(255.6%)과 유럽 주요국 평균(183.9%)을 크게 밑돌았다.
주식자산이 고소득·고자산층에 집중된 점도 소비 파급력을 낮췄다. 전체 주식자산의 73.2%는 순자산 5분위 가구가 보유하고 있었다. 2020~2024년 연평균 자본이득도 순자산 5분위는 206만 원이었지만, 4분위 이하 가구는 10만~41만 원에 그쳤다.
김 차장은 "가처분소득 대비 주식자산 규모가 미국·유럽 주요국을 크게 하회하는 데다 주식자산 분포도 소비의 주가 반응이 작은 고소득·고자산층에 집중돼 있다"며 "주가 상승의 체감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구조적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국내 주식시장의 낮은 수익률과 높은 변동성도 소비 효과를 제약했다고 봤다. 2011~2024년 국내 주식의 월평균 기대수익률은 0.09%로 미국 주식(0.53%)의 6분의 1 수준이었다. 반면 변동성은 미국보다 10% 높았다.
김 차장은 "국내 주식의 경우 수익률은 낮고 변동성은 높아 가계가 자본이득을 영구적 소득이라기보다 되돌려질 수 있는 일시적 현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점도 소비 증가 효과를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자산효과가 커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등으로 코스피가 지난해 말 대비 75.6% 상승하면서 가계의 주식 자본이득은 지난해 429조 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2011~2024년 평균의 22배 수준이다.
팬데믹 이후 개인 투자자도 크게 늘었다. 주식 보유 개인은 2019년 말 612만 명에서 지난해 말 1442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청년층과 중·저소득층의 참여 확대가 두드러졌다.
김 차장은 "그간 우리 주식 자산효과를 제약했던 요인은 참여 저조와 낮은 기대수익, 높은 변동성이었다"며 "그런 패턴이 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주식의 경제적 영향도 조금씩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주가가 크게 조정될 경우 소비 위축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한은은 주가 상승기보다 하락기에 자산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김 차장은 "최근처럼 변동성이 높을 때는 소비로 가기보다는 빚을 내 추가 투자에 나서는 경향이 있어 단기적으로는 소비가 많이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들어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투자도 늘어나고 있어 자산 가격 하락과 채무부담 확대가 동시에 경기 하방 압력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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