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 "중동전쟁 장기화에 韓 성장률 최대 0.9%p↓"…최악땐 '역성장' 경고
"분쟁 장기화시 반도체 원자재 수급도 차질…호조 효과 상쇄 우려"
"유류세 인하·최고가격제 장기 유지 삼가야…취약계층 집중 지원이 바람직"
- 전민 기자
(사마르칸트=뉴스1) 전민 기자 =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중동 전쟁 장기화로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급등이 현실화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최대 3%포인트(p) 이상 떨어져 역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앨버트 박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사무총장은 4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ADB 연차총회에서 한국은행 출장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중동 전쟁 장기화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최대 0.9%포인트(p) 낮아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수석은 "지난달 10일 발간한 아시아개발전망(ADO)은 분쟁이 1개월 내 조기 안정화된다는 가정에 기반했는데 이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했다.
ADB는 4월 ADO에서 반도체 수출 호조, 점진적 소비 증가세, 정부 지출 확대 기대효과 등을 반영해 한국 성장률을 직전 전망(1.7%)보다 0.2%p 상향한 1.9%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분쟁 조기 안정화를 전제로 한 수치였던 만큼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4월 휴전에도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봉쇄 또는 극도로 제한된 상태이며, 에너지 인프라 파괴로 인한 공급 차질도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카타르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폭격으로 전 세계 LNG 액화 설비 용량의 6.2%가 손상됐으며, 복구에 3~5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 이를 포함해 전 세계 LNG 액화 설비 용량의 약 16.9%가 영향을 받았고, 원유 생산의 약 2.6%, 정유 시설의 약 2.4%도 타격을 입었다.
ADB는 이를 반영한 2개의 새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기본 전제인 새 참조 시나리오는 유가가 올해 배럴당 평균 96달러(분쟁 이전 69달러), 내년 80달러를 유지하는 것을 가정했다. 최악의 심각한 하방 시나리오에서는 유가가 일시적으로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고 올해 평균 150달러, 내년 140달러를 기록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한국의 경우 역내 평균보다 더 큰 타격이 예상됐다. 박 수석은 "새 참조 시나리오에서 한국 성장률이 4월 전망(1.9%) 대비 0.9%p 낮아질 수 있다"며 "석유·가스 수입 의존도가 역내 다른 나라보다 높은 데다, 물가 급등 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 성장을 추가로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약 1.0%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심각한 하방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3%p 이상 하락해 역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4월 전망치(1.9%)에서 3%p 이상 낮아지면 사실상 역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에너지 외 원자재 가격의 급등도 한국 경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요소 가격은 분쟁 이후 85% 올랐고, 암모니아 45.8%, 황 56.1% 등 반도체 소재로도 쓰이는 원자재들도 급등했다.
박 수석은 "반도체 생산에도 중동산 원자재가 최대 8가지 투입되는 만큼, 분쟁이 길어지면 반도체 공급 확대도 제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일부 상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박 수석은 "AI 수요에 힘입은 반도체 호조가 중동 충격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두 요인을 아직 통합 분석하지 않았다"며 "중동 충격에 따른 성장 하향 폭이 상당해 반도체 호조를 감안하더라도 전반적으로 성장 전망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두 요인을 종합한 수치는 오는 7월 발간 예정인 ADO에서 제시할 계획이다.
정책 대응과 관련해 ADB는 유류세 인하나 최고가격제 같은 전방위적 연료 가격 지원책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 수석은 "이런 방식은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는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고 재정 부담이 크다"며 "가격 신호가 시장에 전달돼야 소비자와 생산자가 에너지 절감·효율화로 반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조금이나 가격 통제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나라들도 결국 가격을 올리거나 재정을 더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유류 최고가격제에 대해서는 "30년 만에 처음 시행되는 것으로 아는데, 가격을 극단적으로 낮게 고정하지 않은 만큼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추경에 포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대해서는 소득 하위 70%를 지원 대상으로 삼은 점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에 대해서는 "이번 충격은 수요가 아닌 공급 충격이므로 인플레이션 기대와 2차 효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되, 너무 이른 금리 인상으로 성장을 억제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중장기 과제로는 에너지 회복력 강화, 재생에너지 전환, 공급망 다변화, 핵심 원자재 수출 규제 자제 등을 제시했다.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대해서는 "외국인 국제예탁결제기관(ICSD) 옴니버스 계좌 잔고가 도입 후 1년 만에 0에서 10조 원으로 급증하는 등 외국인 투자 참여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수십억 달러의 신규 투자 유입이 기대되며 한국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조달 비용을 낮춰 성장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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