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OPEC 탈퇴…유가 '하락 압력' 커지지만 호르무즈가 변수

UAE 증산에 유가 70달러대 회귀 기대…高물가·환율 시달리는 韓경제엔 긍정 신호
호르무즈 봉쇄로 실제 공급은 난항…단기 유가 하락 효과는 제한적 분석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건물 외부에 OPEC 로고가 보인다.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선언하면서 국제 유가의 방향성에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UAE의 독자적인 증산 가능성이 부각되며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에 따른 유가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생산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 공급량이 제약될 수밖에 없어 단기적인 유가 하락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물량 경쟁까지 맞물리면서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공급량 증가 가능성 확대에 유가 하방압력↑…'전쟁 전 유가' 회귀 시나리오 재부상

30일 외신 등에 따르면, UAE는 지난 28일(현지 시간) 국영 통신 WAM을 통해 다음 달 1일부로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및 OPEC+에서 탈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OPEC 탈퇴를 선언한 UAE는 독자적인 증산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장의 공급 확대 기대를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 증가에 따른 유가 하락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하루 약 340만 배럴을 생산하는 세계 7위 산유국 UAE는 OPEC 회원국 가운데서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에 이어 세 번째로 생산량이 많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물량 경쟁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국제유가, 특히 두바이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고유가로 물가와 환율 등에 전방위적인 압력을 받아온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실장은 "전쟁 이전 배럴당 70달러 수준으로의 하락은 그동안 시장에서 사실상 어렵다고 봤다"며 "UAE의 OPEC 탈퇴로 전쟁 이전 수준으로의 회귀 기대가 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우디는 약 200만 배럴, UAE는 약 130만 배럴 수준의 여유 생산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 물량이 실제 시장에 공급될 경우 공급 부족 우려가 완화되면서 유가가 70달러대는 물론 60달러대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원유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국내 정유사는 중동 사태 이후 호르무즈 해협 외부에 위치한 UAE 푸자이라항을 대체 수입 경로로 활용해 왔다. UAE가 증산에 나설 경우 푸자이라항을 통한 원유 도입 물량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UAE가 정치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3월 UAE를 방문해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의 약 8배에 해당하는 2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확보한 바 있다.

유가 하락이 현실화할 경우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물가 안정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고유가 충격에 따른 부담이 누적된 상태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16.1% 상승하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1.6% 상승했고, 특히 석탄·석유제품은 전년 동월 대비 31.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내 석유류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9.9% 상승하며 물가 전반의 상방 압력을 확대했다. 다만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가공식품·외식 등 2차 품목에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차를 두고 물가 상승 압력이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하락은 생산 과정을 거쳐 반영되기 때문에 통상 2~3개월, 길게는 3~4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며 "공급망 충격이 완화된 이후 낮은 가격의 원재료가 유입되면 실제 가격 하락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오만의 무산담주 해안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의 모습. 2026.04.18. ⓒ 로이터=뉴스1
호르무즈 봉쇄가 핵심 변수…단기 공급 확대 효과는 제약

다만 단기적으로는 유가 하락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제한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UAE가 생산을 늘리더라도 이를 실제 시장에 공급하는 데 물리적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UAE 탈퇴 선언 이후에도 국제유가는 상승 흐름을 보였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교착으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가 약화된 점이 더 크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8일(현지 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11.26달러로 전장 대비 2.8%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99.93달러로 3.7% 올랐고, 두바이유 역시 배럴당 107.2달러로 2.88% 상승했다.

원자재 전문 투자 업체인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UAE의 OPEC 탈퇴는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황에서는 공급이 늘어나도 실제 판매가 어려워 유가는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태훈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도 "UAE 탈퇴는 장기적으로 유가 하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황에서는 추가 생산분을 시장에 내보내기 어려워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