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김범석 의장 결국 총수 지정…공정위 "동생 부사장 실질 경영 참여"
상호출자 금지·사익편취 규제…친족 현황 등 공시 의무 대폭 강화
올해 공시대상집단 92개…상출집단 47개, 교보생명·다우키움 편입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기존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했다. 총수 지정 기준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의 실질적 경영 참여를 근거로 사익편취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교보생명보험, 다우키움은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 원 이상)에서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12조 원 이상)으로 상향 지정됐다. 라인, 웅진, 토스, 오리온 등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됐다.
공정위는 29일 이같은 내용의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등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에 이어 연속으로 지정된 91개 기업집단 중 다음달 1일부터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 법인에서 김 의장으로 변경한다.
공정위는 그간 쿠팡의 경우 2024년 5월 개정·시행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상의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을 모두 충족해 김 의장이 아닌,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왔다. 한국 쿠팡 법인을 미국 법인인 쿠팡Inc가 100% 지배하는데다, 김 의장 개인이나 친족이 소유한 국내 회사가 전혀 없어 동일인으로 법인을 지정하든, 김 의장을 지정하든 계열사 범위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그러나 공정위는 올해 쿠팡이 시행령 예외요건 중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등 사익편취의 우려가 없을 것' 등의 요건을 불충족해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김 의장의 동생인 김 부사장이 부사장(Vice President)급으로 쿠팡 내 등급상 거의 최상위 등급에 해당해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등급과 유사하다고 봤다.
또 연간 보수는 동일 직급의 등기임원 평균에 이르고 비서가 배정되는 등 대우 역시 등기임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판단했다.
공정위 점검 결과 김 부회장은 물류·배송 정책 관련 정기·수시 회의를 수백 회 이상 주최했다. 또 쿠팡 CLS 대표이사 등을 초대해 주간 업무실적을 점검하거나 물량 확대, 배송 정책 변경 등 개선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주요 사업에 관해서 구체적인 업무집행 방향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사실관계가 확인됐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중요한 것은 직급·보수의 형식적 측면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회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등기임원하고 보수 수준이 유사한지다"라며 "쿠팡 내부적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등급이 있는데, 비교했을 때 김 부사장의 경우 거의 최상위 등급"이라고 말했다.
이어 "쿠팡 내에서 최상위 등급은 1명이고, 그 밑의 등급이 김 부사장이며, 그 등급은 거의 대표이사급"이라며 "계열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계열사) 대표이사보다 오히려 김 부사장이 더 높은 등급인 것도 확인했고, 그걸 고려해서 저희가 경영 참여 여부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시행령상 요건이 충족된다면, 당연히 법인으로 (동일인) 지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영에 참여하는지 여부가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서, 미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최 국장은 "동일인 지정은 시행령상 요건과 동일인 판단지침에 따라서 지정한 부분이기 때문에 저희의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서 미국에서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중규제의 경우에도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하는 공시는 기본적인 목적이 투자자 보호 부분이고, 저희가 하는 것은 경제력 집중 억제 부분이기 때문으로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중규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한국GM 등과의 형평성 문제와 관련해선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이고 빈 살만의 개인 기업이 아니어서, 빈 살만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없다"며 "GM도 지분구조가 블랙펄 등 사모펀드를 바탕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지배하는 자연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것이 쿠팡과 다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쿠팡과 달리 두나무는 공정위가 실시한 현장점검에서 공정거래법 시행령상의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을 올해도 모두 충족한 것으로 확인돼 자연인이 아닌 법인 두나무㈜를 동일인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중흥건설은 기존 동일인이던 정창선 회장이 지난 2월 사망함에 따라 정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부회장으로 동일인을 변경해 지정한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해당 개인을 기준으로 배우자, 일정 범위의 친족(혈족 4촌, 인척 3촌 이내), 동일인 측이 지배하는 비영리법인 등이 모두 '동일인 관련자'로 묶여 기업집단으로 획정된다.
특히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편입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상호출자 금지, 공시 의무 같은 규제들이 따라붙는다.
동일인은 매년 공정위에 계열사, 친족, 임원, 주주 구성 등 '지정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고의로 자료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제출할 경우 실무자가 아닌 동일인 본인이 직접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책임이 생긴다.
5월 1일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소속회사 수는 지난해(92개, 3301개) 대비 각각 10개, 237개 증가한다.
이번에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되는 기업집단은 △라인 △한국교직원공제회 △웅진 △쉴더스 △대명화학 △토스 △한국콜마 △희성 △오리온 △QCP그룹(구 큐로홀딩스) △일진글로벌 등 11개다.
반면 지난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이던 영원의 경우 자산총액이 5조 원 미만에 해당해 지정에서 제외된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자산총액이 가장 최근의 명목 GDP 확정치(2408조 7000억 원)의 0.5%에 해당하는 12조 원 이상인 47개 집단(소속회사 2088개)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수는 지난해(46개)보다 1개 증가하고, 소속회사 수는 지난해(2093개)보다 5개 감소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상향 지정된 집단은 교보생명보험, 다우키움 등 2개다. 지난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었던 이랜드의 경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하향 지정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시장 활황의 영향으로 증권업을 주력으로 하는 다우키움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상향 지정(49→47위)되는 것이 특징이다. 토스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됐고 DB(40→37위), 대신(76→69위) 등 증권업 관련 소속회사를 둔 집단들의 순위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방위산업회사를 소속회사로 둔 그룹이 약진했다. 특히 한화는 재계 7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고, 한국항공우주산업(62→53위), LIG(69→63위)의 순위도 상승했다.
이들 기업은 다음달 1일부터 대규모기업집단(대기업) 시책을 적용받게 된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 의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등이 적용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의 경우 이에 더해 △상호출자 금지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제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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