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병원 기록 없는 아동 5.8만명 전수조사…방문 거부 시 경찰 수사

사망 아동 27% 감축 목표…학대살해 등 중대 범죄 '무관용 엄벌'
피해아동 쉼터 확대·맞춤형 지원…'방문 사례관리'로 재학대 차단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의료 이용 이력이 없는 6세 이하 아동 5만 8000명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선다. 학대 취약 아동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조치로, 방문 거부 시 경찰 수사 의뢰까지 연계할 방침이다.

아울러 아동학대살해·치사 등 중대 범죄의 법정형 강화를 검토하고, 학대 의심 사망 사건을 국가 차원에서 분석해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대응 체계도 구축한다.

보건복지부·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성평등가족부·경찰청은 2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아동학대는 의사 표현이 어려운 영유아와 장애아동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범죄다. 가해자 중 부모 비중이 80% 이상으로, 대부분 가정 내에서 발생한다.

보호자가 사실을 은폐할 경우 피해 아동을 발견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매년 30~50명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29년까지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 수를 27.5% 줄일 계획이다.

의료 미이용 아동 5.8만명 전수조사…중대 아동학대 범죄 처벌 강화 검토

복지부는 다음 달부터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발굴된 의료 미이용 6세 이하 아동 약 5만 8000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영유아의 경우 의료 이용 빈도가 높은 특성을 고려할 때, 의료 이용이 없는 경우 학대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수조사는 1차(5~7월)와 2차(7~9월)로 나눠 진행되며, 방문 거부 시 재방문과 경찰 수사의뢰까지 연계한다. 또 2세 이하 아동이나 학대 이력이 있는 가정 조사 시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가 동행한다.

위기아동 발굴 시스템도 개선한다. 현재 일부 연령에 한해 적용되는 의료정보를 3~6세 가정양육 아동까지 확대해 핵심 지표로 활용하고, 지표 유효성을 정기적으로 검증해 모형의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 지자체 내 아동보호·사례관리 부서 간 정보를 연계해 위기아동을 공동 관리하고 사각지대를 줄인다.

의료·보육·교육 연계를 통한 조기 발견도 강화한다. 영유아 건강검진 시 외상 여부 등 이상 징후 확인을 의무화하고, 2세 미만 영아 가정에 전문인력이 방문하는 '생애 초기 건강관리사업'도 확대한다.

어린이집·유치원 무단결석 관리도 강화한다. 취학 대상 아동의 입학 연기 시 아동 동반을 의무화하고, 취학 관련 정보를 행정·교육 시스템 간 연계할 방침이다.

정부는 아동학대살해·치사 등 중대 범죄의 법정형 강화를 검토한다.

현행법상 아동학대살해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 아동학대치사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다. 정부는 형법상 살인죄를 아동학대범죄에 포함하거나,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정의에 자녀 살해(미수) 등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아동학대 의심 사망 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심층 분석체계를 구축한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분석하고, 이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환류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아동사망검토제 도입도 함께 검토한다.

보건복지부 전경. (보건복지부 제공)
피해아동 보호·치료 강화…부모교육·예방지원 확대

피해아동 보호와 회복 지원도 강화한다. 학대피해아동쉼터를 공급 부족 지역 중심으로 확대하고, 영유아 특화 쉼터를 시·도별 1~2곳 운영할 계획이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인력을 보강하고 근무 지원을 확대해 현장 대응 역량을 높인다. 협력 의료기관을 아동학대전담의료기관인 '새싹지킴이병원'으로 지정해 의료 지원 체계도 강화한다.

또 반복 신고 가정이나 사망 사건 발생 가정의 아동에 대해서는 일시보호 기준을 가정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부모교육과 사전 지원도 강화한다. 아동수당·부모급여 신청 시 교육 콘텐츠를 안내하고, 정부24를 통해 교육 정보를 통합 제공한다.

학대로 판단되지 않았지만 위험이 있는 가정에는 '아동학대 예방·조기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양육코칭, 가족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보호자 정신건강 관리도 강화한다.

피해아동의 가정 복귀를 위한 지원도 확대한다. 방문형 사례관리 사업 '방문 똑똑! 마음 톡톡!'을 확대하고, 가족 휴식 프로그램을 통해 관계 회복을 지원한다. 해당 사업 참여 가정의 재학대 발생률은 3.1%로 전체 평균(8.7%)보다 낮은 수준이다.

장애아동 대상 학대 대응도 강화한다. 2024년 기준 학대 피해 장애아동 700건 중 발달장애아동이 86.9%를 차지하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정부는 장애아동 특성에 맞는 보호·치료 시설을 갖춘 특화 쉼터를 확대하고, 종사자 대상 장애 이해 교육과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강화한다.

또 아동학대 대응체계와 장애인학대 대응체계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동 대응을 강화한다.

이스란 복지부 1차관은 "영유아와 장애아동이 학대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책"이라며 "관계부처와 함께 신속히 이행해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