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 동결도 용기 있는 결정…한은 나가서도 경제 평론할 것"(종합)

"유튜브 한다는 건 농담…서학개미 발언, 재도 개선 계기"
"금리·외환개입만으로 환율 못 잡아…제도 개선 없으면 부작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4.20 ⓒ 뉴스1 최지환 기자

(세종=뉴스1) 이강 전민 기자 =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20일 물러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을) 나가서도 연구뿐만 아니라 경제 평론과 자문을 하려고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중동사태로 통화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서는 "금리를 안 올리는 굉장히 큰 용기"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는 호르무즈 해협이 열렸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오늘은 다시 닫혔다고 하는데, 미국에서도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하나도 모르겠고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공통점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 참석차 미국 워싱턴DC에 방문한 이 총재는 지난 19일 귀국했다.

이 총재는 중동 정세가 하루 단위로 급변하는 시기 금리 동결 역시 상황에 따른 합리적인 정책 판단이라는 입장도 강조했다. 그는 "딜레마라는 얘기는 이게 최적이 아닌데 올리든지 내리든지 해야 된다는 뜻"이라며 "금리를 안 올릴 때는 안 올리는 것도 굉장히 큰 용기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상황이 그런데, 딜레마라고 하는 것에는 동의를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는 유럽이 타격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아시아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특히 "원유 공급 차질이 몇 개월만 이어져도 물가 상승을 넘어 양이 부족해 생산을 못 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커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는 제조업 비중이 높아 원유 공급이 막히면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외환시장 압력, 시점마다 달라져…서학개미 발언 논란은 '구조 변화' 공론화 계기"

특히 이 총재는 환율 변동 요인에 대해 시기별로 주된 압력이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환율에 영향을 준 건 작년 11월, 12월,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드라이브하고(영향을 주고) 있다"며 외환시장 압력은 시점마다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과거 '서학개미'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일정 부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지금 하라고 한다면 서학개미라는 안 썼을지 모르지만, 내국인 해외투자가 환율에 영향을 준다고는 얘기했을 것"이라며 "국민연금 해외 투자 같은 것이 공론화되면서 바뀌었고 제도 개선도 돼서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역할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과거에는 외환시장 문제가 생겨도 한국은행에 직접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시장에서 한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며 "기대가 높아진 만큼 비판도 많아졌지만, 이는 한은의 위상이 높아진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말을 오늘 직원들 메일에도 썼다"며 "통화정책이라는 것이 이익을 보는 사람도, 손해 보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평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중앙은행의 숙명"이라고 덧붙였다.

임기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는 금리 인하 압박이 거셌던 시점을 꼽았다.

그는 "물가가 2% 수준으로 내려왔는데 왜 금리를 안 낮추느냐, 실기했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당시에는 가계부채와 금융 안정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또 반대로 한미 금리 차가 너무 크다거나, 금리를 너무 낮춰서 외환이나 부동산 시장이 튀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바깥에서 양쪽으로 비난을 받았다는 걸 보니 '그만큼 중간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계획이라는 일부 보도에는 "농담을 한 것을 진담처럼 신문에 쓴 것"이라면서 "어떤 매체를 통해 얘기할지는 어떤 메시지를 줄 거냐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대학에서 교수직 제안도 오는데, 강의하면 성적을 매겨야 하는 게 싫어서 지금은 안 가려고 한다"면서 "당분간은 국내에 있고, 해외에서도 좋은 제안이 있으면 비교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4년간 임기 평가를 묻는 말에는 "내 능력과 한계 안에서 나라 전체를 생각해 가장 좋은 게 뭔지를 생각하며 정책을 했다는 점에서 만족하려고 한다"면서 "(외부의) 평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환율안정 목적으로 시행한 외화지준부리 정책 효과에 대해서는 "12월과 1월에는 그 덕을 좀 많이 봤다"고 했다.

신현송 총재 후보자에 대해서는 "저보다 훨씬 훌륭하신 분인데 제가 어떻게 조언을 하겠냐"며 말을 아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4.20 ⓒ 뉴스1 최지환 기자
"금리·외환개입만으로 환율 못 잡아…제도 개선 없으면 부작용"

이 총재는 이날 이임사에서 "아직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아 외환·금융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채 자리를 넘기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통화·재정정책만으로 경제 안정과 성장을 이루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경제구조의 변화와 함께 통화·재정정책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 정책 당국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외환시장 구조가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과거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입에 크게 좌우되던 외환시장에서 이제는 국내 기업·개인·국민연금 등 거주자의 영향도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내외 금리차뿐 아니라 노동시장·조세정책·연금제도·글로벌 지정학적 위험 등 복합 요인에 의해 크게 변동하는 시대가 됐다"며 "이러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과거와같이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고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저출생과 저성장 문제는 통화·재정정책 같은 단기 처방보다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노동·교육 분야 등의 구조개혁을 통해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최근의 경기·외환시장 안정에 대해서도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그로 인한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오히려 더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직시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도 한은이 교육·주거·균형발전·청년고용·노인빈곤 등 우리 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를 계속 연구해 줄 것을 당부했다.

4년 임기에 대한 자평도 내놨다. 이 총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속화된 인플레이션에 맞서 역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연 3.5%까지 끌어올렸다고 언급했다.

그는 "주요 중앙은행보다 먼저 인플레이션을 2%대 목표 수준으로 되돌린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지난 20여년간 상승하기만 했던 가계부채 비율을 처음으로 하락세로 이끈 것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꼽았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