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나프타 2.7만톤 확보 막전막후…美'서면 보장' 이끌어낸 韓재경관
달러 막히자 이종통화 카드…OFAC 문턱 넘은 비상외교
재경부, 최영전 재경관·김태연 재경관보에 포상 검토
- 이강 기자
(워싱턴=뉴스1) 이강 기자 = 중동발 공급망 충격 속에서 정부가 러시아산 나프타(납사) 2만 7000톤을 확보한 배경에는 치열한 실무 협상이 있었다. 달러 결제가 막힌 상황에서 이종통화 결제에 대한 제재 면책을 미국 측으로부터 서면으로 받아내며 물량을 지켜낸 것이다.
이번 서면 확보는 단발성 물량 확보를 넘어 향후 유사 거래에서도 제재 리스크를 낮추는 선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LG화학이 들여온 러시아산 나프타 2만 7000톤은 재정경제부의 비상 대응 속에 확보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결제였다. 미국이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과 관련해 제재 완화의 '창구'를 한 달가량만 열어두면서, 그 안에 계약, 결제, 선적까지 마쳐야 했다.
달러 중개은행들이 일제히 거래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달러 결제 루트가 막혔고 위안화, 유로화 등 이종통화로 우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은 이종통화 결제 시 미국의 금융제재 가능성을 우려해 선뜻 나서지 못했다.
미국 재무부의 명확한 '면책 확인'이 필요했고, 최영전 워싱턴 주재 재경관과 김태연 재경관보가 전면에 나섰다.
이들은 평소 접촉 자체가 쉽지 않은 미 재무부(OFAC) 라인을 상대로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연락을 이어가며, 이종통화 결제 시 제재가 없다는 확답을 요구했다.
협상 과정에서 변수도 있었다. 미 측 담당자가 해외출장을 앞두고 자리를 비우게 됐다. 통상적이라면 채널이 끊길 상황이었지만 주미대사관 재경관실은 대직자와도 주말 내내 접촉을 이어갔다.
결국 최 재경관과 김 재경관보는 대면 협의를 성사시키고 그 자리에서 '이종통화로 결제하더라도 제재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미국 측 확인을 서면으로 받아냈다.
외교·금융 제재 실무에서 특정 거래에 대해 서면 형태의 보장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현장에서는 이례적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러시아산 나프타 2만 7000톤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결제 문제가 걸려 있었는데, 재경관이 열심히 뛰며 OFAC 어프로브(허가)를 이끌어내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승인 시점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해당 성과를 낸 실무자에 대한 포상도 검토 중이다. 다만 포상금 지급을 위해서는 심사위원회 등 절차가 필요해 차후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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