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반도체 호황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이후 AI 수익성·中 추격 변수"
"공급 제약에 수급 불균형 크고 길어…올해도 공급 부족 지속"
"신공장 완공·中 공격적 증설로 수급 변화…전쟁 영향 제한적"
- 전민 기자
(서울=뉴스1) 전민 기자 = 글로벌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공급 제약에 힘입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다만 내년 하반기 이후로는 주요 기업의 신공장 가동과 AI 투자의 수익성 검증 시기, 중국 기업의 추격 속도 등에 따라 경기 방향성이 유동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무역팀은 1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 확장세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경기는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등 전례 없는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이번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과거 사례와 비교해 수급 불균형이 더 크고 지속 기간도 길어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반도체 상승 사이클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 기반의 시장 확대로 수요가 증가하며 촉발된 뒤, 공급이 수요 증가 속도를 초과하는 시기를 거치며 점차 둔화하거나 하락 전환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이번 확장기에는 AI 서버 확충으로 고성능 연산장치에 탑재되는 HBM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공급은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더디게 늘어나고 있다.
HBM은 공정 난이도가 높고 신규 장비 도입이 필요해 양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더해 메모리 기업들이 과거 수요 급감을 겪은 바 있어 다소 보수적인 증설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이같은 공급 제약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은 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 이후로는 반도체 경기 확장세의 지속 기간이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매우 유동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공급 측면에서 내년 이후 국내외 메모리 3사의 신공장이 순차적으로 완공되면서 기업의 공급 여력이 확충될 전망이다. 현재 건설 중인 SK하이닉스 용인캠퍼스와 마이크론의 신규 공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의 평택5공장은 2028년부터 생산에 본격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공급 확대와 기술 추격 속도도 향후 반도체 경기를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아직 중국 기업의 기술 수준이 고성능 제품 중심의 현 사이클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지만, 공격적인 확장을 통해 범용 D램의 수급 불균형 완화 시점을 앞당기고 가격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AI 투자의 수익성 검증 본격화 시기와 주요 빅테크 기업의 지속적인 자금 확보 여부, AI 모델의 경량화 등 기술 효율성 진전 양상 등이 변수로 꼽혔다.
한은은 향후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 제조 등 물리적 공간을 인식해 직접 행동하는 피지컬 AI 활용이 본격화할 경우 관련 투자 확대 기조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중동전쟁이 반도체 경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AI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현 단계에서는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성장세 약화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미루거나 메모리 공급을 늦추는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쟁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경우에는 AI 투자의 수익성 검증 시기가 앞당겨지거나 중동산 에너지 및 소재 조달 차질로 반도체 공급망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공급 제약 등을 감안할 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AI 확산 속도와 활용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향후 반도체 경기 확장세의 지속기간은 특정 시기로 전망하기보다 매우 유동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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