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팍팍해서"…복권 판매 7.6조 역대 최대, 고소득층도 구매 늘어

작년 복권 판매액 7조 6581억원, 전년比 4%↑…올해 8조 돌파 전망
1분위 복권 구매액 17%·5분위 9%↑…"경기 비관 심리에 복권 판매 늘어"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복권 판매점. ⓒ 뉴스1 장수영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지난해 복권 판매액이 7조 6000억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저소득층뿐 아니라 고소득층까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전 계층에서 구매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불확실성 등으로 경기 둔화와 투자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민 불안 심리가 복권 등 '불황형 소비' 확산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중동 전쟁 등 글로벌 리스크로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복권 판매액은 8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기획예산처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7조 6581억 8200만 원으로 전년(7조 3348억 6900만 원)보다 4.4% 증가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그중 로또는 6조 2167억 5400만 원으로 전년(5조 9562억 800만 원)보다 4.3% 늘며 2002년 도입 이후 처음으로 6조 원을 돌파했다. 로또가 전체 판매액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기타 복권도 증가 흐름을 보이며 시장 확대가 이어졌다.

복권 판매액은 장기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2조 3940억 원에서 2011년 3조 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확대돼 2020년 5조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7조 6000억 원을 넘어섰다.

소득 관계없이 구매 증가…1분위 17.4%·5분위 8.8%↑

국가데이터처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1분위(하위 20%)의 평균 복권 구매액은 4636원으로 전년(3949원)보다 17.4% 증가했다.

복권은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통상 저소득층의 구매가 많지만, 최근에는 고소득층에서도 복권 구매 지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 둔화와 자산시장 변동성 등에 따른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복권 수요가 전반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소득자에 속하는 5분위(상위 20%)의 평균 구매액은 4767원으로 전년(4382원)보다 8.8% 늘었다. 3분위(5261원)는 3.8%, 4분위(5076원)는 10.5% 각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은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심리를 복권을 통해 극복하려는 모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고소득층은 지난해 관세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투자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일부 복권에도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카페 겸 술집으로 운영했던 가게가 폐업으로 철거되고 있다. ⓒ 뉴스1 김도우 기자
작년 내내 국민들 경기 비관…소득 낮으면 더 심해

지난해에는 경기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우세했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월 51까지 떨어지며 큰 폭으로 위축된 이후 점진적으로 개선돼 12월에는 89까지 상승했다. 다만 연중 내내 기준선(100)을 밑돌며 경기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 이어졌다.

CSI는 지수가 100보다 크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 인식이 더 높고, 낮으면 비관적 인식이 크다는 의미다.

소득별로는 저소득층의 경기 인식이 더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1월 기준 현재경기판단 CSI는 100만~200만 원 가구가 47로 가장 낮았고, 200만~300만 원 50, 300만~400만 원 51, 100만 원 미만과 400만 원 이상은 각각 52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연말로 갈수록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격차는 유지됐다. 12월 기준으로는 100만~200만 원 가구가 78로 여전히 가장 낮았고, 200만~300만 원 84, 100만 원 미만 85, 300만~400만 원 88, 400만 원 이상은 93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경기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어지면서 복권 등 불황형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간 중동 분쟁 장기화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올해 복권 판매액이 8조 958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