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국채 'WGBI 시대' 90조 유입 시작…환율·금리 불안 '방파제' 예고
8개월간 국채 지수 순차 편입…정부 "시장 안정판 역할 기대"
고환율·치솟는 금리에 증권가 "방향성 전환 제한적" 전망도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공식 편입되며 최대 600억 달러(약 90조 원) 규모의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달러·원 환율 급등과 국채 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편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FTSE 러셀은 이날부터 WGBI에 한국 국채 편입을 개시한다.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매월 0.26%포인트(p)씩 순차 편입되며, 최종 비중은 약 2.08%에 달할 전망이다.
WGBI 추종 자금 규모는 2조 5000억 달러로, 시장에서는 이번 편입으로 최소 500억~600억 달러(약 70조~90조 원)의 패시브 자금이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한국예탁결제원 등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상시 점검반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편입 개시를 맞이한 시장 여건은 녹록지 않다. 달러·원 환율은 전날 서울외환시장 주간장에서 전일 주간종가 대비 14.4원 오른 1530.1원을 기록했으며, 장중 1546.9원까지 치솟으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은 간밤 미국과 이란의 종전 가능성 시사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되며 전일 주간종가 대비 21.6원 내린 1508.5원에 출발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다.
채권시장도 불안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초 2.9%대에서 3.5%대로 60bp(1bp=0.01%p)가량 급등했으며, 10년물도 3.8%대로 올라섰다.
이란 전쟁 개전 이후 원화 가치는 약 5~6% 절하됐는데, 대만달러(-2.7%)나 엔화(-2.3%) 등 여타 아시아 통화 대비 절하 폭이 유독 두드러진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는 WGBI 편입을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안정의 핵심 카드로 기대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외국계 금융기관과 국고채 전문딜러들은 WGBI 편입을 계기로 500억~600억 달러 수준의 신규 자금 유입을 전망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번 주 들어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확인했다"며 "중동전쟁으로 변동성이 커진 우리 외환·금융시장의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연초 이후 외국인의 중장기물 매수세가 강화하기 시작했다며, 이를 WGBI 추종 자금 유입의 초기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4월 예정된 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이 환율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달러·원 환율 상단이 2008년 고점인 1570원을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에선 편입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수 추종 자금 유입 자체로 금리 방향성을 좌우할 수는 없겠지만, 2~3분기 중 20~30bp의 금리 안정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로 실제 유입 자금이 추정치를 밑돌 수 있다고 경고하며 "에너지 가격에 따른 금리 상승 우려로 벤치마크 대비 비중을 낮게 가져갈 수 있다"고 밝혔다.
4월 한 달은 외국인 배당 역송금이라는 추가 변수도 있다. 교보증권은 외국인 배당 역송금 규모가 약 12조 원으로 같은 달 WGBI 유입 예상액(약 4조 7000억 원)을 크게 웃돌아 당분간 달러·원 환율의 하방 제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 역시 "WGBI 편입 등으로 달러 수급 여건이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고유가 장기화 여파로 외환시장의 수급 호재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사례도 낙관론을 경계하게 만든다. 뉴질랜드는 2022년 11월 금리 인상 사이클 중 WGBI에 편입됐는데 해당 분기 실제 외국인 자금 유입액은 13억 달러로 예상 유입 규모(45억 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WGBI 편입은 절대적인 금리 하락 요인이라기보다 지금과 같은 금리 비우호적 환경에서 금리 상승을 일부 제어하는 요인 정도로 기대해야 한다"며 "편입 시점이 종료되는 11월 이후 편입 자금 급감 시 채권시장의 수급 부담이 다시 부각될 수 있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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