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추경, 물가 자극 가능성 낮아…과거 성장률 0.1%p 높여"

GDP 갭 마이너스·수요 압력 약해 물가 영향 제한적 평가
15조 추경 시 성장률 약 0.1%p 상승 효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26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되더라도 물가를 크게 자극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경기 여건상 수요 압력이 강하지 않은 데다 경제 내 생산 여력이 남아 있어 재정 지출 확대가 곧바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에 미칠 영향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한은은 과거 15조 원 안팎의 추경이 성장률을 0.1%포인트(p) 정도 높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16일 한은이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추경 편성이 수요 측 압력을 통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혔다.

한은은 "일반적으로 추경은 수요 증대를 통해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추경의 규모, 형태, 시기 등에 따라 그 영향이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재는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 비용 상승 압력의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재정 지출 확대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우리 경제의 GDP 갭이 마이너스(-) 상태라는 점도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배경으로 제시됐다.

실질 GDP가 잠재 GDP보다 낮아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재정 지출이 확대되더라도 소비나 투자가 크게 늘어 물가를 밀어 올릴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1.8%로 제시하면서 IT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이 1.4%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상향 조정했지만, 이는 반도체 수출 등 IT 부문 호조를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추경이 성장률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은은 추경의 성장 기여도는 사업 분야와 규모, 집행 속도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자료에서 과거 사례를 들며 일정 수준의 성장 효과가 있었음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한은은 "2025년 1차 추경안(13조 8000억 원 규모)과 2차 추경안(16조 2000억 원 규모)의 경우에는 당해연도 성장률을 각각 0.1%p씩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4월에는 정부 지출이 1원 늘어날 경우 GDP가 0.4~0.5원 증가하는 재정승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Citi)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이 최대 15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재정승수를 0.2~0.4로 가정할 경우 향후 4개 분기에 걸쳐 성장률을 약 0.11~0.21%p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해 한은 전망치보다 0.3%p 높게 제시하고 있다.

다만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전년보다 크게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 필요성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다"며 추경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중동 지역 정세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점은 변수로 지목했다. 한은은 "최근 중동 상황이 급격히 악화함에 따라 국내 성장과 물가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충격의 경제적 파급력은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되는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추경 여부는 정부와 국회가 법률상 요건 내에서 중동 상황 전개 양상 등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규근 의원은 "추경은 섣부른 미봉이 아니라 중동 사태로 피해를 입은 수출 기업과 운송업자,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책"이라며 "정부는 국채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지원대상과 방법 그리고 규모에 대해 빠른 시일내에 국민께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