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농협중앙회장 '204만명 직선제' 추진…범농협 통합감사기구 신설

회장 경영개입 금지·겸직 제한…범농협 내부통제 책임성 강화
금품선거 차단 위해 '204만 직선제' 도입…6월 내 입법 속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업협동조합(농협) 개혁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11 ⓒ 뉴스1 신웅수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와 여당이 농협중앙회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농협 개혁에 착수했다.

농협 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조합원 직선제 또는 선거인단제로 개편하고, 중앙회·조합·지주회사를 아우르는 통합 감사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최근 정부 합동 감사에서 금품선거와 공금 유용 등 내부 비위가 드러난 데 따른 조치로, 당정은 관련 법 개정을 지방선거 이전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농협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해 농식품부 특별감사(2025년 11월 24일~12월 19일)와 최근 진행한 정부합동감사(국무조정실·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1월 26일~3월 6일)에서 드러난 내부통제 미흡, 인사·경영의 불투명성, 금품선거 등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농협이 본래 설립 목적에 맞게 농업인 소득 증대와 경제사업 활성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범농협 통합 감사기구 '농협감사위원회' 신설…내부통제·감사 기능 강화

정부는 농협 내부통제와 감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범농협 차원의 통합 감사기구인 '(가칭) 농협감사위원회'를 신설할 방침이다.

새로 설치되는 농협감사위원회는 중앙회 내부에 분산돼 있던 중앙회·회원조합·지주회사 등에 대한 감사 기능을 통합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별도의 특수법인 형태로 설치해 조직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감사 사각지대 없이 범농협 전반을 대상으로 한 통합 감사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내부통제 책임성도 강화한다. 중앙회 준법감시인은 외부 전문가로 임명하도록 의무화하고, 임·직원의 범죄행위가 확인될 경우 고발을 의무화한다. 금품수수나 횡령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직무 정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도 새로 마련된다.

정부의 관리·감독 권한도 확대한다. 현재 중앙회와 조합 등에 한정돼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도·감독 권한을 지주회사와 자회사까지 확대하고, 중앙회와 조합을 대상으로 주의·경고 제도를 도입해 관리 체계를 보완할 계획이다.

농협 운영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중앙회장이 지주회사와 자회사 경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을 명문화하고, 다른 업무나 직위를 겸직하는 것도 금지한다. 또 인사추천위원회의 외부위원 비중을 확대해 인사 운영의 공정성을 높이고, 중앙회와 조합의 주요 운영 사항을 회원과 조합원에게 공개하도록 해 내부 통제와 투명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회원조합 지원을 위해 운용되는 무이자 자금의 재량적 배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자금 계획 수립 시 재무 건전성을 고려하도록 하고, 관련 계획을 농식품부에 사전 보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여기에 조합과 조합원이 참여하는 '농협발전 심의위원회'를 통해 농협 발전을 위한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평가하는 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경영진이 지난 1월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구윤성 기자
회장 선출, 1110명 조합장 투표서 204만명 직선제로…중앙회장 선출 방식 개선

당정은 농협중앙회장 선출 과정에서 조합원인 농민의 의사가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 제도도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 조합장 1110명이 참여하는 직선제 방식의 경우 소수의 공개된 투표권자에게 표가 집중되면서 금품선거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당정은 농협개혁 추진단을 통해 조합원(204만 명) 직선제와 선거인단제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을 추가로 검토하기로 했다. 선거인단제는 조합별로 조합장과 이·감사, 대의원, 조합원 등을 포함한 일정 규모의 선거인단을 구성해 개인별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당정은 관련 제도 개선을 지방선거 이전에 추진하기 위해 후속 입법도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금품선거 방지를 위한 처벌 강화 방안도 추진된다. 금품 제공자와 수수자에 대한 형사처벌 수준을 현행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보다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제공 금액의 10~50배로 규정된 과태료 수준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자진 신고자뿐 아니라 조사 협조자에 대해서도 처벌을 감경하고 신고 포상금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후보자 토론회 활성화 등을 통해 정책 중심의 선거 문화 정착도 유도할 계획이다.

당정은 이번 농협 개혁 방안을 신속히 이행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당은 관련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발의하기로 했다. 정부 역시 농협개혁 추진단이 제안한 개혁안을 바탕으로 세부 과제를 구체화하고, 관계 부처 및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부 통제 체계 개선도 병행된다. 신고·감찰·감사·처리 등 내부통제 전 과정을 매뉴얼화하고, 인사(징계)위원회의 외부위원 참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전자문서 생산 의무화, 계약 전담 부서 설치, 퇴직자 관련 업체와의 계약 제한, 도농상생사업비 세부 운용 기준 마련 등은 농식품부 감독 규정과 농협중앙회 정관 등 내부 규정 개정을 통해 추진된다.

원승연 농협개혁 추진단 단장(공동단장)은 "이번 방안은 농협이 농민 조합원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인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를 개선하고, 금권선거 방지를 위한 선거제도를 개편하는 1단계 개혁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와 도시조합의 역할 강화, 조합 경쟁력 강화(규모화 여건 조성, 여성이사 비율 확대, 상임이사 의무 도입기준 재검토 등) 등 농협이 생산자협동조합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2단계 개혁방안'도 농협개혁 추진단 논의를 통해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번 개혁안의 신속한 이행을 통해 농협 비위문제를 해소하고 농협이 조합원과 농업·농촌을 위한 건강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국무조정실·농식품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은 강호동 중앙회장 등 농협 간부들의 횡령·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내용의 '농협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 회장은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농협재단 핵심 간부 A씨를 통해 재단 사업비를 유용해 중앙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과 조합원, 임직원 등에게 제공할 4억 9000만 원 규모의 답례품 등을 조달한 혐의를 받는다.

강 회장은 이와 별개로 지난해 2월 조합장들로부터 회장 취임 1주년 기념 명목으로 황금열쇠(10돈)를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감사반은 이번 감사에서 농협 조직 내 공금 유용·특혜성 대출 계약·분식회계 등 각종 문제성 사안을 포착했으며, 이 가운데 위법 소지가 큰 14건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를 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96건(잠정)에 대해서는 농협이 상응하는 시정 조치와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처분할 계획이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