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민간소비 장기·점진 회복 진입…반도체 쏠림에 파급력은 예전 못해"
지난해 하반기 급반등 이후 장기 '점진적 개선' 국면 전환 예상
IT 중심 성장에 고용창출 한계…고소득층 쏠림에 '낙수효과' 실종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한국은행은 최근 민간소비 흐름이 단기적 반등을 지나 향후 장기간 이어지는 '점진적 개선'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과 산업 간 양극화 탓에 거시경제 지표 개선이 체감 경기로 이어지는 파급력은 과거보다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 내 '과거 회복기에 비추어 본 현 소비국면 판단과 향후 전망' 이슈 분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이후 부진했던 민간소비는 지난해 하반기 중 심리 호전과 함께 큰 폭으로 반등했다. 한은은 이 같은 소비 흐름이 2000년대 이후 다섯 차례의 회복기 유형 중 '점진적 개선'형 회복기에 근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점진적 개선'형 회복기는 금리 인하 효과 누적, 글로벌 IT 수요 확대로 인한 수출 증가, 증시 호조 등이 맞물려 평균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완만하게 소비가 늘어나는 특징을 보였다.
한은은 "현재의 소비 회복 국면은 점진적 개선형에 보다 근접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앞으로 소비 회복 흐름이 좀 더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소비가 회복되는 속도와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힘은 과거보다 크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시경제 여건 개선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핵심 고리인 '소득경로'와 '자산가격 경로'가 모두 헐거워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중심의 산업 간 불균형 심화다. 최근 경기 개선을 주도하는 반도체 등 IT 부문은 생산 과정의 수입 의존도와 자본집약도가 높아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작다. 반면 고용 유발 효과가 큰 비IT 부문은 구조적 부진에 빠져 있어, 수출 호조가 가계 소득 증대로 직결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IT 중심 성장의 혜택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데, 고소득층(소득 5분위)의 한계소비성향은 약 12%로 전체 평균(약 18%)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가계소득 총량이 늘어나더라도 돈을 덜 쓰는 고소득층에 이익이 집중되면서 경제 전체의 소비 파급효과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식 등 자산시장의 호황이 소비를 늘리는 '부의 효과'도 예전만 못하다. 보고서는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의 경우 가치 상승이 곧 부채 확대로 이어져 원리금 상환 부담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최근 랠리를 보인 주식 자산 역시 한계소비성향이 평균 1% 수준에 불과한 데다, 주가 상승의 혜택마저 고소득층에 집중돼 경제 전체의 소비 진작 효과를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의 신중한 행태도 소비 제약 요인이다. 한은은 가계가 인구 구조 변화(고령화) 등 중장기 불확실성을 크게 느끼고 있어 최근의 반등을 항구적인 소득 증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기대 심리가 개선되더라도 늘어난 돈을 당장 쓰기보다 예비적 저축이나 빚을 갚는 데 쓴다는 것이다.
한은은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정책 효과가 반감됐던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 역시 아베노믹스 당시 주가 상승이 소비 확대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며 "고령화에 따른 낮은 한계소비성향 등 구조적 요인에 크게 영향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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