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성장률 2.0%로 상향…"반도체 호조 땐 2.2%까지"(종합2보)
AI 수요 확산 땐 수출 증가 물량 16% 근접…내년 성장률도 0.3%p↑
비관 시나리오에선 1.8%로 하향 가능…건설·관세 리스크는 부담
- 이강 기자, 임용우 기자
(서울=뉴스1) 이강 임용우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0.2%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경기 개선과 예상보다 견조한 세계경제 흐름이 수출과 설비투자를 끌어올릴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한은은 특히 인공지능(AI) 투자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강하게 유지될 경우 성장률이 2.2%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건설투자 회복 지연과 미국 관세 정책은 향후 성장 경로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한은은 26일 발표한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1.8%)보다 0.2%p 높아진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은 1.8%로 전망했다.
한은은 "미국 관세 영향과 건설투자의 더딘 회복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경기 개선세 확대, 예상보다 양호한 세계경제 흐름 등에 힘입어 2.0%를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분기별 성장률(전기 대비)은 △1분기(+0.9%) △2분기(+0.3%) △3분기(+0.4%) △4분기(+0.4%) 등으로 각각 전망했다.
1분기에는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고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성장률이 0.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이후에도 소득여건 개선에 따라 소비 회복세가 완만하게 확대되고,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호조가 이어지면서 양호한 성장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1분기 성장률 전망이 높은 이유에 대해 "수출이 반도체 중심으로 좋고, 소비도 카드 데이터가 좋은 흐름을 보인다"며 "작년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0.3%였던 데 따른 기저 효과가 합쳐져 1분기 성장률이 1% 내외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가 더 좋다고 하면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부문별로 보면 올해 민간소비는 1.8%, 설비투자는 2.4%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건설투자는 1.0% 증가에 그치며 회복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반도체 등 IT 제조업이 올해 성장률에 0.7%p 기여할 것으로 본다"며 "건설투자 회복 지연은 성장률을 0.2%p 정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겠지만 증가율은 2.1%로 완만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2%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2.1%)보다 0.1%p 상향 조정된 수치다.
수요 측 압력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전자기기·보험료 등 일부 품목의 비용 상승 요인이 반영될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은 2.0%로 예상했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물가 상하방 리스크와 관련해 "환율 쪽에서의 불확실성은 많이 줄었지만, 유가 쪽 불확실성이 커져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중립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 1700억 달러로 전망했다. 지난해 전망(1300억 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상품수지 흑자 확대가 주된 요인으로 제시됐다.
고용은 다소 둔화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올해 취업자 수는 17만 명 증가해 지난해(19만 명)보다 증가 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15만 명 늘어 증가 폭이 더 줄어들 것으로 봤다.
한은은 "전체 취업자 수는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으로 증가 규모가 줄어들겠지만 민간고용은 서비스업 업황 개선과 건설경기 부진 완화로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에서 AI 반도체 경기를 주요 변수로 제시하며 대안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올해 반도체 수출물량 증가율이 10% 내외로 둔화한다는 기본 전제하에 성장률 전망치 2.0%를 도출했다.
피지컬 AI 확산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강하게 유지되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수출물량 증가율이 지난해(16%) 수준에 근접할 경우 올해 성장률이 2.2%로 기본 전망보다 0.2%p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성장률도 0.3%p 상향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 경우 수요 압력 확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p 높아질 것으로 봤다.
반면 AI 투자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치고 데이터센터 확충 과정에서 전력 부족 등 병목이 심화되는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성장률이 1.8%로 0.2%p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 경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올해 6% 내외, 내년 3% 내외로 둔화하는 상황을 가정했으며 내년 성장률은 0.3%p 하락한 1.5%로 전망됐다. 물가 상승률도 0.1%p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대외 리스크도 언급됐다. 이 국장은 "대외 리스크로는 미 관세 리스크가 가장 크다. 관세가 다시 '시즌 2'처럼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관세 관련 상황이) 바뀌거나 하면 다음 전망에 반영해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관세 환급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환급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뚜렷한 정보는 없다"라고 말했다.
건설투자도 복병으로 꼽힌다. 박창현 한은 조사총괄팀장은 "높은 공사비로 수주가 착공으로 이어지는 시차가 길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해 올해도 마찬가지로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고 했다.
그는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올해도 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이지만 부진은 작년보다 완화될 것으로 보여 마이너스(-)까지는 보지 않는다"며 "AI 인프라 투자, 반도체 공장 건설, 정부 SOC 확대 요인도 있기 때문에 흐름 자체는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은은 "향후 성장 경로에는 반도체 경기, 글로벌 통상환경,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물가는 유가와 환율 움직임이 주요 리스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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