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올해 2% 성장에도 환율·집값 불안…금리 당분간 현 수준"(종합)

"환율 하락세나 수급 부담 여전…수도권 집값 안정 더 지켜봐야"
"반도체 호조에 성장률 상향…채권금리 상승세는 과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26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전민 이강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달러·원 환율 하락과 수도권 주택 가격 오름세 둔화 등 시장 진정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올해 경쟁성장률 전망치는 2.0%로 상향 조정하며 양호한 회복세를 공식화했지만, 여전히 수급 부담과 가계부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지 않고 현 수준(2.50%)에서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시사했다.

이 총재는 26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6차례 연속 연 2.50%로 동결했다.

"환율 하락, 국민연금 덕분…수급 부담 여전해 안심 일러"

이 총재는 금리 동결의 핵심 배경 중 하나로 여전히 높은 환율 변동성을 지목했다.

최근 환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국민연금의 스탠스 변화를 꼽았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이 몇 주 전에 올해 해외투자를 200억 달러 이상 낮추고, 환헤지도 하며 유연하게 해외투자를 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이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로 인해 수급 요인이 환율을 1500원대로 가져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고 기대가 낮아졌다"며 "달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대체만 하고 있던 기업들이 최근 환율 하락 가능성을 보고 달러를 팔기 시작하면서 수급 요인이 환율을 낮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난해 말 환율 급등의 주원인으로 꼽았던 내국인(개인) 해외투자 증가세가 완벽히 꺾인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 총재는 "최근 상당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변동성은 높다"며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국민연금이 감소했지만 기타 거주자의 투자는 작년 10~11월과 비슷한 속도로 늘어나는 등 외환시장의 수급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다"고 진단해 경계감을 유지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6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환율·집값 불안 반영등을 이유로 기준금리는 여섯 차례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가게 됐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집값 오름세 둔화 확인, 추세적 안정은 지켜봐야…가계부채는 여전히 위험"

거시경제의 또 다른 뇌관인 수도권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단기적인 진정세 속에서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수도권 주택가격은 최근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 등으로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향후 추이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그간 높은 가격상승 기대가 지속됐던 만큼 추세적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서는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음을 재차 부연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대출을 통한 가계대출이 너무 늘어나서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왔기 때문에 이를 줄여야 한다"며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것은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택시장의 장기적 안정화를 위해서는 통화정책 외에도 공급 정책과 세제 개편에 더해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해야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했다.

금통위원의 6개월 후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 (한국은행 제공)
성장률도 상향 조정…"시장금리 상승은 과도" 언급

한은은 이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반도체 등 IT 제조업이 올해 성장률에 0.7%p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양호한 회복세라고 평가했다.

한은이 환율과 집값 불안이 여전하다고 진단한 반면, 성장률 전망은 상향 조정한 만큼, 금리인하 명분은 한층 더 약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처음 공개된 한은의 '6개월 후 조건부 금리전망(점도표)'은 동결 기조를 대변했다. 총 21개의 점 중 대다수인 16개가 현재 수준인 연 2.50%에 찍혔으며, 2.25%(인하)에 4개, 2.75%(인상)에 1개가 배정됐다.

다만 이 총재는 최근 채권시장의 금리 상승세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3.2%까지 올랐는데 기준금리와의 격차가 0.6%p 이상으로 갔다"며 "스프레드(격차)가 과도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발표한 6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보더라도 금통위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 아닌가 생각한다"며 "적어도 금리 정책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6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참고해 시장에서 조정이 있으면 좋지 않겠나 한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