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재편 1호' 롯데·HD현대 합병 승인…'10조 규모' 금융 패키지 지원

2.1조 신규 수혈·7.9조 채무 상환 유예…2028년 흑자 전환 목표
에틸렌 110만톤 감축 '체질 개선'…여수·울산 등 산단 전반 확산 기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 재편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22 ⓒ 뉴스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위기에 직면한 석유화학 산업이 생존을 위한 '대수술'에 돌입했다. 정부는 롯데케미칼(011170) 대산 사업장을 분리해 HD현대케미칼과 합병시키는 '산업 구조 개편 1호 프로젝트'를 공식 승인하며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했다.

이번 재편은 에틸렌 110만 톤 규모의 과잉 설비를 감축하고, 고부가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돕기 위해 2조 1000억 원의 신규 자금 지원과 7조 9000억 원 규모의 채무 상환 유예라는 대규모 지원 패키지를 확정했다.

산업부는 이번 조치로 2028년 흑자 전환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오는 9월 통합 법인이 출범하면 여수와 울산 등 주요 산단의 후속 구조조정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을 지난 23일 승인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2조 1000억 원 이상의 지원 패키지를 25일 산업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합 법인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계약 체결, 이사회 승인 등을 거쳐 9월에 출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생산설비 감축은 연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5년의 4303억 원 적자가 사업재편을 거쳐 2028년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 대산 사업장을 HD현대에 합병…기업 자구책으로 1.2조 증자

이번 석유화학산업 구조 개편은 중국발 공급과잉·수익성 붕괴·탄소규제 등 구조적 위기에 대응해 과잉 설비를 줄이고 고부가·친환경 중심으로 생산 체계를 재편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에 승인된 사업재편계획은 지난해 11월 HD현대케미칼과 그 주주사인 HD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이 제출한 안을 토대로 해당 기업, 채권단, 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심의·조율해 마련됐다.

우선 롯데케미칼은 대산 사업장을 분할한 후 현대케미칼과 합병시킨다. 이후 통합 법인이 에틸렌 등 원료를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과, 석유화학 완제품을 만드는 다운스트림 설비를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HD현대오일뱅크(004050)와 롯데케미칼은 주주사의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통합 신설법인의 자본금 확충을 위해 각각 6000억 원씩, 총 1조 2000억 원을 증자한다.

이에 따라 현대케미칼의 지분구조는 기존 6대 4에서 5대 5로 조정된다. 향후 기업 간 합병 관련 계약체결 및 이사회 승인, 기업분할 및 합병 절차 등을 거쳐, 통합법인 설립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대산 1호 사업재편 구조. 롯데케미칼의 대산 사업장을 분리해, 기존 롯데케미칼-HD현대오일뱅크 합작법인인 'HD현대케미칼'에 합병시킨다. 합병 후 지분 구조는 5대5가 된다. 통합법인은 이후 NCC와 다운스트림(D/S) 설비 일부를 가동 중단, 생산량 감축을 진행한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2.24/뉴스1
자금 조달 2조 규모 지원…7조 9000억 규모 채무 상환 유예

산업부,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관계 기관은 기업들이 제출한 건의 사항을 바탕으로 금융·세제·인허가 합리화·가격 경쟁력 제고·지역경제 및 고용·기술개발 등을 아우르는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우선 금융지원은 최대 2조 원 규모로 추진된다. 사업 재편 효과가 가시화되기 전까지의 손실 보전, 설비 통합 및 고부가가치 전환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 완화, 자금 조달 여건 개선이 핵심 목표다.

채권금융기관은 신규 자금 최대 1조 원과 영구채 최대 1조 원 전환 등으로 기업의 재무 구조 안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3년간의 사업 재편 기간 기존 채무 7조 9000억 원에 대해 상환을 유예하고, 기존 채무 조건을 유지하는 조치도 병행한다.

전기요금 부담 4~5% 경감…세금·인허가·고용 보조 총동원

비금융 지원은 크게 △원가구조 개선 △세제 지원 △인허가 합리화 △지역 경제 및 고용 지원 등으로 나뉘어 추진된다.

원가 구조 개선은 약 690억~1150억 원 규모로 이뤄진다.

특히 기업들이 요청해 온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대산 석화단지를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반영됐다. 이를 통해 분산에너지 사업자가 4~5%가량 저렴한 전기를 사업재편 기업에 공급하게 된다.

아울러 열 공급 규제 완화, 연료용 직도입 LNG 사용 범위 확대, 원료 무관세 기간 연장, 할당 관세 확대 등 원가 지원책도 추진된다.

세제 지원으로는 △지방세 75~100% 감면 △자산 매각 시 과세이연·분할납부 기간 확대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 확대(80%→100%) △사업재편 종료 후 2년까지 투자·배당 및 상생협력 촉진 세제 감면 △합병 후 설비 가동 중단 시 적격 합병 과세이연 적용 등도 이뤄진다.

인허가 지원은 합병 전에는 기업결합심사 기간 단축, 소규모 분할·합병 요건 완화 등을 지원하고, 이후에는 기존 취득한 인허가 사항을 다시 취득하며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절차를 간소화한다.

이외에도 지역의 산업·고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유지 지원금 지급 요건 완화,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기간 연장,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한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롯데케미칼 제공)2023.6.13 /뉴스1
정부 "2028년까지 적자→흑자 전환 기대"…고부가 가치 생산 구조 전환 지원

정부는 110만 톤 규모 롯데케미칼 NCC가 가동 중단되고 수익성이 낮은 범용 다운스트림 설비 가동축소를 통해 공급과잉 상황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료 수급 안정화, 원가 경쟁력 제고 등 운영 효율 향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효율화를 통해 현재 적자 구조를 2028년에는 흑자로 전환하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다른 목표는 고부가·친환경 중심으로의 '산업 체질' 전환도 있다.

이를 위해 통합법인은 △고탄성 경량소재 생산 △이차전지 전해액용 유기용매 생산 △바이오 나프타 활용 국제인증 친환경 제품생산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들 기업이 요청한 고부가 기술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예산 26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7대 주력산업 연계 첨단소재 개발, 인공지능(AI) 기반 소재설계 및 공정 혁신, 바이오 기반 원료 전환 등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김정관 장관 "여수·울산 석유화학 재편 프로젝트도 신속히 진행"

정부는 대산 1호 프로젝트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계기로 여수, 울산 산단 등 후속 프로젝트의 사업재편 작업도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신속하게 제정해 사업재편 이행의 제도적 기반인 특별법을 조속히 시행할 계획이다. 특별법은 대산 1호 프로젝트 진행 중에 시행되더라도 소급 적용된다.

아울러 3월에 '화학산업 생태계 포럼'을 발족해 사업재편에 따른 지역 및 고용영향, 중소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방안을 논의하고, 상반기 중 '화학산업 생태계 종합지원 대책'을 도출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대산 1호 프로젝트는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도출한 첫 성과로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라며 "이번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은 모든 산단의 프로젝트가 성사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만큼, 후속 프로젝트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적극 소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