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선장없는 배, 기획예산처의 반쪽 출항

이철 경제부 차장 ⓒ News1
이철 경제부 차장 ⓒ News1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새해를 맞아 기획재정부가 둘로 쪼개졌다. 한쪽은 세제와 국가 경제정책을 수립·조율하는 재정경제부로, 다른 한쪽은 예산과 중장기 발전 전략을 책임지는 기획예산처로 나뉘어 각각 출범했다.

재경부는 구윤철 부총리가 그대로 조직을 이끄니 큰 변동은 없었다. 비록 예산 기능이 떨어져 나가면서 힘의 약화는 불가피했지만, 남은 사람들은 이전처럼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반면 기획처는 새 수장이 필요했다. 새해 부처 출범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보수 진영 출신의 이혜훈 전 의원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탕평 인사는 실패로 끝났다. 이 전 의원은 보좌진에 대한 폭언·갑질과 아파트 부정 청약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청와대는 그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이 전 의원은 그간 쌓아 올린 보수 출신의 경제 전문가라는 이미지마저 잃었다.

지난달 25일 이 전 의원의 지명 철회 이후 2주가 넘도록 새 장관 후보자는 감감무소식이다. 후보자가 지명된다고 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면 다음 달에나 업무를 시작할 확률이 높다. 그것도 당장 지명됐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인사에 문제가 생기면, 그 여파는 남은 사람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

현재 기획처에서 국회와의 소통을 맡는 기획조정실장과 예산 편성을 총괄하는 예산총괄심의관(국장급)이 공석이다. 비워둘 수 없는 핵심 보직이지만, 새 장관이 부임해 인선해야 하는 자리기도 하다.

장관 공백이 길어지면 예산편성지침, 재정전략회의 등 예산안 편성 작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올해는 통상 6~8월에 집중됐던 이듬해 예산안 편성 작업을 지난달부터 조기 착수한 상태다.

이 대통령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약점을 찾아내는 '레드팀'을 중요시한다. 그는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정책을 준비하고 발표할 때 치밀하게 시뮬레이션해야 하고 언제나 레드팀이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처야말로 정부 내의 레드팀이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 각 부처의 재정 낭비가 발생할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유일한 부처다. 특히 내년에도 확장 재정 기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장관 공백이 길어진다면 각 부처의 재정 사업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힘들다.

지금이라도 재정 운용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키를 잡고 내년 예산과 미래 비전 수립에 착수해야 한다. 고민이 길어질수록 기획처를 분리 출범한 효과가 줄어들게 된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