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던진 '설탕 부담금'…건강 증진 뒤 숨은 '물가 역풍' 우려

李, 설탕 부담금 언급…'지역·공공 의료 강화' 목적 명시
역진세 논란에 가격 전가 우려…물가 상승 압력 가능성

2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탕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X(구 트위터)를 통해 첨가당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기업에 '설탕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2026.1.28/뉴스1 ⓒ News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이철 이강 심서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설탕 부담금' 도입 여부를 공론화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 건강 증진과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일각에선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은 부담금 수익을 의료 체계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모델을 제시했으나, 기업들의 소비자가격 전가로 인한 물가 상승과 저소득층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쟁점으로 꼽힌다.

설탕세, 외국선 이미 보편화…한국은 2021년 발의됐지만 논의 안 돼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엑스(X·구 트위터)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마약보다 강력한 달콤한 중독, 국민 80% "설탕세 도입에 찬성"'이라는 언론 보도를 소개했다.

이미 외국에서는 설탕이 들어간 음식의 제조나 수입, 유통, 판매를 담당하는 회사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보편화돼 있다.

앞서 노르웨이(1981년), 사모아(1984년), 피지(2006년), 핀란드·헝가리(2011년), 프랑스(2012년), 멕시코·칠레(2014년) 등이 설탕세를 도입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설탕세 도입을 권고한 후에는 영국·프랑스 등 120여개 나라들이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강병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사례가 있었다. 당류 첨가 음료를 대상으로 당 함량에 따라 100L당 최소 1000원에서 최대 2만 8000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였다. 다만 해당 법안은 당시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 기업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1.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부담금 걷어 지방·공공 의료 강화…재정 확충 '명분쌓기'

이 대통령이 링크한 기사에서는 '설탕세'라는 표현이 사용됐지만, 정확한 표현은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설탕 부담금'이다.

세금은 부과 대상이 국민 전체인 반면, 부담금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한정적으로 부과되는 재원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담배다. 한 갑에 4500원짜리 담배에는 담배소비세(1007원), 개별소비세(594원), 지방교육세(443원), 부가가치세(409원) 등 각종 세금이 붙는다.

이중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등은 다른 상품에도 붙는 보편적 세금이다. 그러나 담배의 경우 여기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이 추가로 부과된다. 이는 담배를 구매하는 소비자만 부담하는 일종의 추가 비용이다.

이 대통령 역시 설탕 부담금의 사용처를 '지역·공공 의료'로 명시했다. 보편적 세금과는 다른 형태다.

이는 부담금의 목적과 사용처를 '국민 건강'으로 명확히 하면서, 재정 확충의 명분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선진국에서도 설탕이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는 있다"며 "설탕 부담금을 완제품에 부과할지, 원료 단계에서 부과할지 등 논의를 통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4.6.3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부담금 도입 시 가격 상승 불가피…저소득층 부담 클 듯

다만 우리 식생활에서 설탕의 사용 범위가 매우 넓은 만큼, 부담금 적용 대상과 범위에 따라 사실상 세금에 준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국민들 역시 이를 일종의 증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역진세'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설탕 부담금은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 소득세(누진세)는 돈을 많이 벌수록 세율이 높아지지만, 설탕 부담금은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같은 상품 구입시 똑같은 액수를 내기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설탕이 많이 든 가공식품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물가 상승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부담금을 소비자에게 직접 부과하든, 기업에 부과하든 최종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담금을 기업에 부과하더라도 기업이 이를 다시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것이라는 점은 시장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탄산음료를 비롯해 과자, 빵, 아이스크림, 젤리, 사탕 등으로 부담금 범위가 확대될수록 물가에 가해지는 상방 압력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중간재가 고환율 등의 이유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필수재화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설탕세를 거두면 카페도 음료 가격을 올리겠다고 나설 것이고, 식품 회사들도 가격을 다 올리려 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다양한 경로를 거쳐 물가 상승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