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일수록 '변동금리' 선택…한은 "일률적 고정금리 역효과"

차입자 소득·자산·부채 수준 따라 금리 선택 달라
"집값·금리 환경 반영한 '정교한 정책 설계' 필요" 지적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2026.1.1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소득과 자산이 많은 가구일수록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때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리 변동 위험을 감당할 체력이 있는 부유층은 초기 이자 부담이 낮은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반면, 경제적 여력이 적은 가구는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안전한 고정금리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차입자들의 선택 패턴을 무시하고 정부가 고정금리 비중을 일률적으로 확대할 경우, 가계의 금융 안정성은 높아질지 몰라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파급력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자일수록 변동금리 선택"… 금리 위험보다 '이자 절감' 선택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최영준 부국장이 26일 발표한 '주담대 차입자의 금리 선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주담대 금리 선택은 차입자의 경제적 여건과 시장 국면에 따라 철저히 '상황 의존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증 분석 결과, 자가 가구이거나 소득·자산·부채 규모가 클수록 변동금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소득이 충분한 가계는 금리가 오르더라도 이를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해, 고정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초기 금리의 이점을 누리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제적 여력이 제한적인 가계는 금리 상승 시 생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공포에 '보험료' 성격이 포함된 높은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주택 시장 분위기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택가격 상승률이 높을 때는 변동금리 선호도가 올라갔다. 이는 집값 상승기에 진입한 차입자들이 장기 거주보다는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집을 사는 경우가 많아, 보유 기간이 짧은 만큼 초기 비용이 싼 변동금리를 전략적으로 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 "고정금리 억지로 늘리면 통화정책 안 먹혀"

한은은 그간 정부가 가계부채 질적 개선을 위해 추진해온 '고정금리 비중 확대' 정책에 대해 우려 섞인 진단을 내놨다. 현재 국내 주담대 시장의 고정·변동금리 비중은 약 5대 5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이것이 과연 적정한지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고정금리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절하더라도 가계의 가처분소득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 못해, 물가 조절이나 경기 대응 등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반대로 변동금리가 너무 높으면 정책 효과는 크지만 가계 부실 위험(거시건전성)이 커진다.

최 부국장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거시건전성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서 고정금리 주담대를 높이고자 노력을 해왔고 그 수준이 이제 50% 수준에서 이렇게 유지돼 왔다"며 "다만, 어느 정도의 고정금리 수준이 통화정책 파급 효과와 거시건전성 안정 수준에서 더 적정한지에 대한 그런 감안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연구는 향후 정책 방향으로 차입자 특성과 주택시장 국면을 함께 고려한 보다 정교한 주담대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정금리 확대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가계의 위험 감내 능력과 시장 여건을 반영해 정책 수단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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