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른 플랫폼법 악몽…美 '쿠팡 개입'에 공정위 규제 동력 흔들?
공정위, 쿠팡 전자상거래법 위반 조사 중…동일인지정도 재검토
美 우려에 플랫폼법 중단 사례 부각…동일인 지정 영향 가능성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의 조사를 '보복 행위'로 규정하고 미 정부에 개입을 요청하면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 등 규제를 검토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는 "법과 원칙에 따른 집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사안이 한미 통상 분쟁으로 비화할 경우 향후 국내 플랫폼 규제 전반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쿠팡의 미국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의 청원과 무관하게,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조사들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항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면서도 "저희는 법과 원칙에 근거해 행정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현재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있으며, 복잡한 회원 탈퇴 절차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 문제 역시 재검토하고 있다.
공정위는 그간 김 의장이 외국인 신분인 점을 고려해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 법인으로 지정해 왔다. 기업집단 범위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고,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경영참여·출자·자금거래 관계 등이 단절돼 있는 경우, 법인 동일인 지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김 의장의 남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이 특수관계인으로서 거액의 보수를 수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수관계인이 경영에 참여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동일인을 김 의장 개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과거에는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서 동일인 지정에서 예외 조건을 만족한다고 봤다"면서 "다시 한번 조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실제 한미 간 통상 분쟁으로 번질 경우,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조사해 달라며, 관세 및 기타 제재를 포함한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를 요청했다.
이들은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당장 핵심 변수는 미 USTR의 판단이다. 미국 통상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치가 미국 상거래를 제한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허용하는 규정이다.
청원 접수에 따라 USTR은 45일 내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쿠팡 투자자들의 조사 청원으로 인해 미 행정부가 개입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실제로 미국 측의 문제 제기로 한국의 입법·정책 추진이 제동이 걸린 사례도 있다.
앞서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불공정 행위 발생 시 시장 점유율 60% 이상, 연 매출 4조 원 이상인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이와 함께 여당은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규제하는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제정도 추진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구글·애플·메타 등 자국 빅테크 기업이 규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해당 정책에 우려를 표명했다.
여기에 지난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까지 겹치면서, 플랫폼 규제 입법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같은 전례를 감안할 때, 매년 5월 발표되는 동일인 지정 등 일부 공정위 정책 역시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1~14일 방미 기간 중 쿠팡에 대한 국내 수사를 한미 통상 갈등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 측이 이를 '미국 기업 탄압'으로 간주하는 것을 경계하며 "이번 사안을 한미 간 외교·통상 현안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ir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