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달러 쥐고, 개미는 미장으로"…196억달러 순유출에 환율 상승(종합)
한은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 고공행진…수급구조 근본적 변화"
"금리 역전보다 성장률·수익률 격차가 핵심…위기 징후는 없어"
- 전민 기자, 임용우 기자
(서울·세종=뉴스1) 전민 임용우 기자 = 최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간 배경에는 '서학개미'의 이탈에 더해 수출기업들의 달러 보유 성향 강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이러한 수급 구조의 변화로 지난해 10월까지 국내에서 빠져나간 외화 순유출 규모만 약 2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권용오 한국은행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장은 14일 한국경제학회·한국금융학회·외환시장운영협의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2026년 외환시장 공동 정책심포지엄'에서 '최근 외환시장 동향과 수급구조의 변화에 대한 이해'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권 팀장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총 196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외화 순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경상수지가 896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외국인이 국내 증권시장에 319억 달러를 순투자했음에도, 국내 거주자의 해외 투자가 이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컸기 때문이다.
권 팀장은 이번 환율 상승의 특징으로 수출기업의 행태 변화를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곧바로 외환 공급으로 이어졌으나 최근 그 연결 고리가 약해졌다"며 "수출기업들이 환율 추가 상승 기대를 가지고 수출 대금을 원화로 바꾸지 않고 미루는 '래깅(Lagging)' 현상이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벌어들인 달러가 시장에 돌지 않고 기업 내부에 잠기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는 의미다.
개인 투자자의 구조적인 해외 이탈도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국내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1171억 달러로 전년 동기(710억 달러) 대비 1.6배 급증했다.
권 팀장은 "최근 토스 등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일반인도 손쉽게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자들의 '홈 바이어스(Home Bias·자국 시장 선호)' 성향이 구조적으로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순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미국 증시 수익률이 한국을 압도하면서 '앞으로도 미국 시장이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고착화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미 금리차 역전'이 환율 상승의 주범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권 팀장은 "과거 네 차례의 한미 금리 역전기 중 세 번은 오히려 채권 자금이 유입되며 환율이 안정된 바 있다"며 "지금의 고환율은 금리 차이보다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 성장률 격차와 그에 따른 주식시장 기대 수익률 차이가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1400원대 중후반을 기록 중인 환율 수준은 한국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탈)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고 진단했다.
권 팀장은 "한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과 쏠림 현상이 반영된 결과"라며 "단기외채 비중이나 국가신용등급 등을 고려할 때 대외채무 불이행이나 외화자금 조달난과 같은 위기 징후는 없다"고 평가했다.
과도한 유동성 확대가 원화 약세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통화량 확대가 물가 상승과 환율 절하로 이어지는 경로를 고려할 수 있으나 실증 분석 결과는 불명확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는 강경훈 동국대 교수,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재준 인하대 교수 등이 참석해 외환시장 환경 변화와 정책과제를 논의했다. 주제 발표 이후에는 김재환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과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min78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