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인당 GDP 3만 6000달러 턱걸이 전망…고환율에 3년만의 감소
대만, 이미 한국 추월…AI·반도체 호황이 성장 견인
대만은 올해도 고성장 전망…4만달러 첫 돌파 예상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정부가 이달 9일 내놓은 경제전망을 토대로 추산한 결과,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 6000달러 선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 만에 감소로, 저성장 기조에 더해 고환율이 겹치며 1인당 GDP가 뒷걸음질 쳤다는 평가다.
반면 반도체 호황을 앞세운 대만은 지난해 22년 만에 한국을 추월한 데 이어, 올해 1인당 GDP 4만 달러 돌파가 유력해 보인다.
11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1인당 GDP는 3만 6107달러로, 전년보다 0.3%(116달러)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1인당 GDP 감소는 3년 만이다.
GDP는 일정 기간 한 나라 안에서 새로 만들어진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합산한 지표로, 한 국가의 경제 규모와 성장 흐름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기준이다.
이를 인구로 나눈 1인당 GDP는 국가 간 생활수준과 소득 수준을 비교하는 대표 지표로 쓰인다.
지난해 달러 환산 경상 GDP 역시 전년 대비 0.5% 줄어든 1조 8662억 달러로 집계됐다. 1인당 GDP와 마찬가지로 2022년(1조 7987억달러) 이후 3년 만에 처음 감소한 수치다.
정부는 지난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지난해 경상성장률을 3.8%로 제시했다. 이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수록된 2024년 경상 GDP(2556조 8574억원)에 적용하면, 지난해 경상 GDP는 2654조 180억 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지난해 평균 달러·원 환율(1422.16원)을 적용해 달러로 환산한 뒤,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상 총인구(5168만 4564명)로 나누면 1인당 GDP가 산출된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016년 3만 839달러로 처음 3만 달러를 넘어선 뒤, 2018년 3만 5359달러까지 상승했다. 이후 팬데믹 영향으로 2년 연속 줄어 2020년에는 3만 3652달러까지 내려갔다.
2021년에는 경기 부양과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3만 7503달러로 반등했지만, 2022년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여파로 다시 3만 4810달러로 후퇴했다.
지난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1.0%로, 2020년(-0.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달러·원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달러 기준 GDP를 더욱 끌어내렸다. 지난해 평균 환율은 전년(1363.98원)보다 58.18원(4.3%) 상승했다.
정부 전망대로 올해 경제가 회복된다면 1인당 GDP는 5년 만에 다시 3만 7000달러대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환율이다. 환율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경우 3만 7932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환율이 1400원까지 내려가면 3만 8532달러로 3만 8000달러대 진입도 가능하다.
대만의 1인당 GDP는 지난해 이미 한국을 웃돌았을 가능성이 크다.
대만 통계청은 지난해 11월 28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자국의 지난해 1인당 GDP를 3만 8748달러로 제시했다.
같은 해 8월 15일 제시한 전망치(3만 8066달러)보다 석 달 만에 약 700달러를 상향 조정한 수치다.
이에 따라 대만의 지난해 1인당 GDP는 한국의 2026년 추정치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만의 실질 GDP 성장률 전망이 기존 4.45%에서 7.37%로 3%포인트(p) 가까이 상향된 데 따른 결과다. 여기에 대만 달러가 원화보다 강세를 보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달러당 대만 달러 환율은 2024년 말 32.805대만 달러에서 지난해 말 31.258대만 달러로 하락했다.
한국은 2003년 1인당 GDP 1만 5211달러로 대만(1만 4041달러)을 앞선 이후 22년 만에 다시 역전당하게 됐다.
대만의 고성장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출 급증이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대만의 대표 기업인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로, 엔비디아 등에 반도체를 공급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노무라는 지난 9일 발표한 아시아 경제 월간 보고서에서 "2024년 AI 관련 상품이 대만 전체 상품 수출의 65% 이상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AI 설비 투자 확대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만은 올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대만의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4.0%다. JP모건은 5.6%, HSBC는 5.2%를 제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5%, 골드만삭스와 노무라는 각각 4.4%를 전망했다. 반면 UBS는 3.3%, 씨티는 2.7%, 바클리스는 1.9%로 비교적 낮은 전망을 내놨다.
대만 통계청은 올해 자국의 1인당 GDP가 4만 921달러로 사상 처음 4만 달러를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2023년 3만 2444달러, 2024년 3만 4238달러, 2025년 3만 8748달러에 이어 4년 연속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GDP 순위가 2024년 세계 34위에서 2025년 37위로 세 계단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대만은 38위에서 35위로 상승해 한국을 한 계단 앞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일본은 지난해 1인당 GDP가 3만 4713달러로, 한국과 대만보다 낮은 40위에 머물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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